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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생명 연장의 꿈.. 바이오 '인공장기' 시대가 온다

입력 2022. 06. 2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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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이네요. 걱정할 건 없습니다. 이식수술 받으면 됩니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일부 질환은 예후가 좋지 않아 ‘불치의 병’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 같은 치료를 제안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10~20년 후 의료기술이 인공장기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세균을 정복한 데 이어 난치로 불리던 바이러스까지 예방하거나 사멸시킬 수 있는 약품을 연이어 개발했다. 미생물에 감염돼 큰 병을 앓을 우려는 사실상 거의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숙제는 남아 있다. 유전자 이상 등으로 발생하는 암 등의 난치성 질환은 치료법을 찾기 어렵다. 물론 인간이 아예 병에 걸리지 않고, 더 힘세고 더 튼튼한 사람으로 바꾸는 ‘인간 유전자 교정’법도 연구되고 있으나 윤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결국 과학기술자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눈을 돌렸다. 병에 걸린 장기를 건강한 새로운 장기로 바꿔 넣는 ‘인공장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실용화 가능성 높은 건 ‘돼지’

2021년 10월 미국 연구진은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사진은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 편집 돼지 ‘갈세이프’. 리비비코어 제공

장기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몸에서 건강한 장기를 떼어 와야 한다. 적합한 도너(장기제공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끝내 수술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1334명이지만 작년 뇌사자 장기이식을 받은 건수는 442명에 그쳤다.

인공장기 기술 중 실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은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이종(異種)장기’ 분야다. 그중에서도 돼지의 장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미니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장기와 흡사하다. 더구나 임신 기간이 100일 정도로 짧고 수개월만 기르면 이식에 충분한 크기로 자라나는 점 등 장기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또 가격이 실험용 영장류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종장기 거부반응은 크게 네 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우선 넘어야 할 벽은 ‘초급성 거부반응’이다. 이 거부반응은 사람의 혈관을 연결한 순간부터 이식한 장기가 그 자리에서 괴사해 들어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급격하게 진행된다. 초급성 거부반응을 해결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후 며칠 사이에 ‘체액성 급성 거부반응’이 나타나며, 그다음으론 온몸의 혈관이 조금씩 망가지는 ‘혈관성 거부반응’이 수십~수백일 사이에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이식한 장기와 인체 세포가 잘 부합하지 못해 전신에 천천히 악영향을 미치는 ‘세포성 거부반응’이나 ‘만성 거부반응’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거부반응은 수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췌장이나 간 등 복잡한 기능을 하는 장기는 뒤로 미루고, 간단한 기능을 하는 장기부터 실용화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국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도 2016년 이식수술에 쓸 수 있는 각막 조직을 미니돼지에서 얻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각막, 피부, 인대 등 인체 내 조직과 췌도 등의 내분비기관 일부는 복잡한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거부반응이 매우 낮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돼지의 형질을 전환하는 대신 감염을 없애기 위해 깨끗한 상태에서 키운 ‘무균돼지’에서 각막을 얻은 뒤 이를 영장류에 이식해 6마리 모두 6개월 이상 시력을 유지했다.

2022년 1월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은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환자는 2개월 후 사망했다. 그러나 사인은 거부반응이 아니라 돼지 심장에 남아있던 바이러스 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메릴랜드 의대 제공


‘심장’도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분야다. 지난 1월 10일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말기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무균돼지의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바 있다. 국내 한 생명과학자는 “아직 기술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식할 인체 장기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을 번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각국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모든 분야에서 실용화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고 밝혔다.

시험관 속에서 장기 배양 기술도 각광

인간 세포를 생명과학기술로 배양해 원하는 장기로 키워내는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을 이용하려는 연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성공한다면 의학계의 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실험적 연구가 더 많다.

지금까지 논의된 방법 중 최근 ‘오가노이드(organoid)’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실험용으로 배양하는 초소형 생체기관으로, 실제 장기와 기능이 흡사한 ‘장기 유사체’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 세포, 위 세포 등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세포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장기의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장의 세포를 배양했더니 위와 비슷한 기능을 갖게 되는 경우다. 실제 사례도 있다.

게티이미지


다카베 다카노리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2013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간세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인간의 내피세포 등과 섞어 간 싹(liver buds)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록 작은 콩알만 한 크기지만 이 싹을 동물의 병든 간 주변에 이식하면 혈관이 연결되면서 실제로 간 기능을 보조한다는 사실을 실험용 쥐를 이용해 증명했다.

여기에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더하면 완벽한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인공세포를 배양한 다음 이를 생체용 3D프린터로 찍어 인체 속 장기와 흡사한 모양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스연구소는 2016년 3D프린터를 이용해 심장 조직을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장기 기술은 대표적인 융복합 연구 분야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적 특징을 자세하게 밝혀내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시작해 생명공학, 의료공학 등 공학 분야와 두루 협력해야 실현이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7년 기술영향평가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바이오 인공장기는 10~15년 뒤에는 췌도, 각막 등 인체의 일부 조직이 인공장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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