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개선, '표준지공시지가' 인상 없인 불가능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2. 6. 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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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조합, 개선안에 실망
물가수준 인상, 공급효과 없어
택지비 기준되는 공시가 인상
민간택지는 분상제 폐지가 답

윤석열 정부가 지난 21일 야심차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개선된 제도를 적용하면 기존보다 분양가가 1.5~4% 상승한다고 하지만 분양가 현실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본부 임원은 “분상제 개선안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며 “이번 개선안으로 인한 공급 확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분상제는 기본적으로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분양가의 원가 항목에 해당하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를 따져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분상제 개선안은 이중 세입자 주거이전비(재개발 사업 대상), 총회운영비 등 정비사업에 필수적인 가산비를 적정 수준으로 반영하고, 최근 급등하고 있는 자재비 상승을 고려해 기본형 건축비를 일정 정도 올려주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분상제 개선으로 분양가가 기존보다 최대 4%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4.5%) 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건 조합원들에겐 자신들이 내야하는 ‘분담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분양 수익을 사업비로 쓰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서 사업성을 높이려면 일반분양 수익이 높아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지거나, 사업이 마무리 된 후 받게 될 집값이 현재보다 대폭 높아져야 한다.

앞선 문재인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민간택지에 분상제를 시행한 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겐 치명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재건축 사업장의 일반분양가를 서울은 시세의 60% 수준, 지방은 시세의 80% 수준으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현 분상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건축비나 가산비를 조금 올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분양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손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도시정비사업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강남은 80~90%, 강북은 50% 수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건 감정평가사들이 책정하는 ‘택지비’의 산정 기준이 ‘표준지공시지가’라는 사실이다. 이는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이 시행령엔 ‘현실화 또는 구체화되지 않은 개발이익을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택지비를 감정할 때, 주변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미래 개발 가치를 반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만약 택지 감정가가 비교 대상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와 현저하게 차이가 날 경우 검증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재감정을 요구하도록 하는 절차도 뒀다.

문제는 표준지공시지가가 아파트 시세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추진 단지의 표준지인 ‘잠실엘스’(잠실동 19번지)를 예로 들어보자. 올 1월1일 기준 ㎡당 1985만원으로 공시됐다. 대지면적 3.3㎡당 655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공급면적 109㎡)의 대지 면적(대지지분)은 40㎡다. 24억~25억원에 실거래되고 있는 아파트의 땅값이 고작 7억9400만원(1985만원×40)에 불과하다. 3.3㎡당 매매가는 7575만원인데, 택지비는 240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최근 재건축 정비계획 고시가 난 인근 ‘잠실주공5단지’나 분양을 앞둔 ‘진주아파트’의 택지비 감정을 해 일반 분양가를 책정하면 주변 같은 크기 아파트 시세 대비 절반도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가 아무리 합리적으로 ‘택지비검증위원회’를 만들어 검증과정을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현 분상제 시스템에선 가산비, 건축비를 아무리 올려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표준지공시지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상제를 적용하는 한 로또 아파트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민간택지엔 분상제를 폐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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