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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2. 06. 28. 11:50 수정 2022. 06. 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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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요즘은 확증편향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내 견해 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취하고 입맛에 맞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AI(인공지능)가 개입해 계속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이런 경향을 더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가끔은 내 입장과 다른 정보를 접하는 게 확증편향에서 벗어나거나 적어도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과학카페’처럼 내 맘대로 주제를 정하는 경우(다만 기사로 다룬 건 피한다) 결국 입맛에 맞는 연구만 골라 다루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주제로 써 주시오”라는 원고 청탁을 받을 때 내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보통 거절한다. 지난해 초 ‘항노화 습관’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도 약간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여러 습관 가운데 운동의 경우 HIIT를 다뤄달라고 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 

활동이면 충분하다?

HIIT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의 영문 약자다. HIIT란 전력질주나 특정 연속 동작(유격훈련을 떠올리면 된다)처럼 꽤 힘이 드는 운동(최대 심장 박동수의 70~85%에 이르는)을 짧게 반복하는 유산소 운동법으로 하다 보면 땀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과격한 운동을 하는 동안 활성산소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결국 조직을 손상시키는, 즉 노화를 촉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운동 항목은 글의 일부라서 ‘정 아니다 싶으면 얘기하고 근력운동로 바꾸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쓰기로 했다. 

격한 운동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십수 년 전 기자 시절 모 대학 체육과 교수를 인터뷰한 뒤 생겼다. 당시 “현대인이 필요한 건 운동이 아니라 활동”이라는 말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운동하다 다친 사람들이 정형외과를 먹여 살린다며 격한 운동 대신 평소 자주 걷고 집안일을 몸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뒤 나이가 들면 근감소를 막기 위해 꾸준히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활동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글을 준비하며 HIIT에 대한 논문을 읽으면서 운동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걸을 때 대사량이 10% 늘어나고 뛸 때 100% 늘어난다면 100분 걷는 게 10분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숨을 헐떡거리는 격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동안 세포의 대사 네트워크가 전면적으로 재편되면서 큰 생리 변화로 이어지고 그 결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운동이 줄 수 없는 건강 증진 및 노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HIIT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는 원고료를 받아 실내 자전거를 샀다. HIIT 가운데 가장 안전한 운동인데다 집안에서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분 열심히 타고(고강도) 2분 쉬는(인터벌) 세트를 4~5번 하는 식이다. 그런데 몇 주 열심히 하다(일주일에 세 번) 빈도가 줄더니 어느 순간 그만뒀다. HIIT는 중년의 남성이 혼자서 꾸준히 하기에는 너무 힘든 운동이기 때문이다(사실 근력운동도 하기 싫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달 우연히 HIIT에 대한 한 논문을 읽으면서 의욕이 생겨 실내 자전거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운동을 재개했다. 질량분석법으로 운동 전후 골격근의 단백질 변화를 살펴본 결과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 다수가 양과 활성이 크게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HIIT가 심혈관계질환이나 대사질환 위험성을 낮추는 배경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회춘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또 약발이 떨어졌는지 요 며칠 안 하고 있다가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을 읽고 다시 의욕이 생겼다. 운동할 때 혈액에서 수치가 올라가는 락페라는 분자가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인다는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몸 안에서 이 분자가 많이 만들어지려면 역시 ‘격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실험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HIIT는 아니지만 같은 맥락이라 실내 자전거 운동을 재개할 의욕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HIIT의 효과를 알아보는 실험에서 즐겨 쓰는 운동이 실내 자전거 타기다. HIIT가 근육 세포의 단백질 양과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실험의 경우 주당 3세션(매회 4분 전력 질주와 2분 쉬는 세트를 4~5번 실시) 5주 동안 실행한 뒤 근육 시료를 채취해 운동 전후 변화를 살폈다. 이라이프 제공

고지방 식단에 효과 있어

그런데 운동이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되는가는 물음에 대해서도 나는 “안 된다”는 확증편향이 있었다. 수년 전 그런 내용의 논문을 읽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주제로 ‘과학카페’에 글을 쓰기도 했다. 살을 빼려면 덜 먹는 게 중요하지 운동 여부 자체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운동이 식욕에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 관여하는 생체분자의 실체까지 밝혀졌으니 여기서도 입장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미국 스탠퍼드의대 연구자들은 질량분석기의 도움으로 운동 뒤 혈액의 대사체 변화를 살펴봤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가지 러닝머신을 달린(점점 속도를 올린다) 생쥐와 시합을 마친 경주마의 혈액을 뽑아 이전 혈액과 비교한 결과 젖산과 함께 가장 많이 수치가 올라간 분자가 락페였다. 락페(Lac-Phe)는 저자들이 만든 이름으로, 젖산(lactate)과 아미노산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 합쳐져 만들어진 분자다. 

젖산과 페닐알라닌에서 락페를 만드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는 CNDP2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CNDP2 유전자의 SNP(단일염기다형성)와 체질량지수가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CNDP2 유전자가 변이형(아마도 락페를 덜 만들 것이다)인 사람은 몸무게가 더 나갔다. 따라서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락페는 몸의 에너지 밸런스를 조절하는 신호 분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락페를 합성해(간단한 일이다) 생쥐에 투여했다. 만일 락페가 진짜 신호 분자라면 운동을 안 했어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실제 고지방 식이로 비만이 된 생쥐에게 투여하자 먹이 섭취량이 줄었고 이에 따라 몸무게도 줄어들었다. 다만 비만이 아닌 생쥐나 평범한 먹이에서는 이런 효과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게놈편집으로 CNDP2 유전자를 고장낸 생쥐를 만들어 운동 실험을 했다. 그 결과 CNDP2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는 운동 뒤 혈중 락페 농도가 정상 생쥐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CNDP2가 락페를 합성하는 유일한 효소는 아니더라도 주된 경로라는 말이다.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고지방 식이를 한 정상 생쥐와 CNDP2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의 체중 증가 폭에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키자 정상 생쥐는 체중 증가폭이 75%나 줄어든 반면 CNDP2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는 57%에 주는 데 그쳤다. 먹이 섭취량을 비교하자 운동을 할 때 정상 생쥐가 덜 먹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지방 식이를 하는 생쥐가 러닝머신에서 나가떨어질 때가지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에서 젖산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 몇몇 세포에서 CNDP2 효소가 젖산과 페닐알라닌으로 락페(Lac-Phe)를 만들어 혈액으로 방출하고 그 결과 식욕이 떨어져 먹이 섭취량이 줄고 살이 빠진다. 오른쪽은 락페의 분자구조다. 네이처 제공

극단적 상황에서 생존율 높이는 전략인 듯

2020년 학술지 ‘셀’에 한 차례 고강도 운동(러닝머신에서 10분 내외 전력 질주) 전후 혈액을 채취해 질량분석법으로 대사체 프로파일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있다. 당시 젖산과 함께 전하 당 질량(m/z)이 236인 미지의 분자가 수치가 급등한 대사물로 검출됐다. 다만 전체적인 패턴을 보는 연구라 실체를 규명하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논문을 살펴보다 이 미지의 분자가 락페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사실 생쥐와 말에서 나온 패턴이 같은 포유류인 사람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결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은 직접 실험도 했는데, 세 가지 운동 유형에 따라 락페 합성량이 차이가 나는가를 알아봤다. 그 결과 지구력(약한 유산소) 운동에서 가장 덜 만들어졌고 저항 운동은 2배 정도 만들어졌지만 전력 질주(강한 유산소)를 했을 때는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싶으면 숨이 차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격한 운동을 할 때만 식욕이 떨어지는 걸까.

같은 호에 실린 해설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스콧 스턴슨 교수는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을 제시했다. 격한 운동은 생리 지표의 관점에서 맹수와의 다툼 같은 극단적인 상황과 비슷하므로 몸이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음식을 먹을 겨를이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격한 운동 직후 CNDP2 유전자 발현이 높은 세포 유형은 대식세포, 단핵구, 간질세포, 백혈구 순서로 면역계가 밀접히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격한 운동이 여러모로 좋다지만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달리기나 HIIT를 시작하면 심장이나 근육에 무리를 줄 수도 있고 운동을 하다 다칠 위험성도 크다(특히 나이가 들수록). 따라서 돈이 좀 들더라도 처음에는 전문 트레이너에게 개인 훈련(PT)을 받아 정확한 운동법을 익히는 게 좋을 것이다.

운동 전후 락페의 수치 변화를 유형별로 알아본 결과 고강도 유산소 운동(전력질주)에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운동에서는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네이처 제공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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