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입당식 같았다"..野인사가 맡은 與특위 '묘한 풍경'

박태인 2022. 6. 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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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8일 반도체특위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양향자 의원님! 웰컴, 웰컴입니다.”

28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여야 간 극심한 갈등으로 아직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국회에서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현재는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을 가운데에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둘러앉았다. 권 원내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고 했고, 성 정책위의장은 “위원장을 맡아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양 의원님, 웰컴입니다”라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모두 양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 특위) 1차 회의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장에 있던 한 당내 인사는 “마치 양 의원의 입당식 같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위원장 양향자)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차관을 질책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한 지 3주 만이다. 성 정책위의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의 전문성을 고려해 위원장직을 제안했고, 양 의원이 국회 개원 뒤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차원의 반도체 특위 설치를 조건으로 이를 수락하며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양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여당의 특위 위원장을 야당 인사가 맡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자신의 참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위의 향후 과제로 ▶규제개혁 ▶세액공제 ▶인재양성을 제시했다. 양 의원은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을 때 가슴이 뛰었다”며 “여기서 일어나는 토론은 여야와 이념을 초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1차 회의에 참석한 양향자(위원장, 가운데)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 등 참석자들의 모습. 김경록 기자

회의에 참석한 권 원내대표는 이에 화답하듯 “양 의원님이 위원장직을 수락해주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국회 개원 협상이 잘되면 국회 규제개혁위원회도 설치해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협치 제안도 내놨다. 여당 지도부를 비롯해 특위 부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과 특위 간사인 김영식 의원, 위원을 맡은 양금희·조명희·윤주경 의원도 함께했다. 민간 위원으론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와 교수진들이 합류했다.

이날 회의에선 양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전날 국회에선 양 의원의 여당 입당설이 담긴 이른바 ‘받은글(찌라시)’이 돌기도 했다. 양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도 소위 ‘받은글’이라는 것을 봤다”며 “다음 총선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입당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특위를 맡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반도체 특위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양 의원에게 우린 언제든 열려있다. 양 의원이 마음만 먹으면 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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