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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사랑에 중독된 최고의 엔터테이너..'엘비스'[리뷰]

백승찬 기자 입력 2022. 06. 28. 17:47 수정 2022. 06. 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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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일 개봉하는 '엘비스'
시대를 바꾼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 소환
'위대한 개츠비' 감독 바즈 루어만 연출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신예 오스틴 버틀러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했다. | 워너브러너스 코리아 제공

세계의 꼭대기에 오른 듯한 인기, 무대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불우한 개인사, 이르고 비극적인 죽음. 스타의 삶을 그린 영화가 클리셰처럼 취하는 서사다.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는 실제로 그렇게 살다 죽었다. 쇼비즈니스 업계의 화려한 전면과 공허한 이면을 연출하는데 <위대한 개츠비>(2013)의 바즈 루어만처럼 쉽게 떠오르는 이름도 없다.

지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뒤 국내 개봉을 앞둔 <엘비스>는 프레슬리의 삶을 충실히 따라가는 전기영화다. 프레슬리의 어린 시절부터 사망 시점까지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프레슬리의 삶은 그의 매니저 톰 파커(톰 행크스)의 시선을 거쳐 드러난다. 파커는 프레슬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스타로 만든 사람이지만, 또한 프레슬리를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심리적으로 옭아맨 악당으로 묘사된다.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프레슬리는 흑인 동네에서 성장했다. 육감적인 리듬이 넘실대는 흑인들의 알앤비 음악, 몸을 떨고 눈을 뒤집는 흥분과 열락에 빠진 흑인교회의 부흥회는 프레슬리 음악의 자양분이 됐다. 고향의 정취를 노래하는 점잖은 컨트리 음악 무대의 보조가수로 데뷔한 프레슬리는 다리를 떨고 골반을 뒤흔드는 격렬한 퍼포먼스로 순식간에 센세이션이 된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젖어있던 여성 관객들은 이 ‘저속한’ 음악을 즐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어딘가에서 기성(奇聲)의 둑이 터지자 곧바로 프레슬리와 그의 음악에 투항한다.

프레슬리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현상이었다. 현상은 시대 정서에 순응할 때도 있지만, 시대 정서를 바꿀 때도 있다. 후자야말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한 시대, 세대를 규정하는 음악의 조건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반발이 따른다. 보수적인 백인 엘리트들은 ‘검둥이 리듬’을 백인 음악에 도입하고, 노골적인 성적 암시를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프레슬리가 못마땅했다. 프레슬리에게 춤을 추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무대의상으로 턱시도를 입히기도 한다. 프레슬리는 무대 아래에서 요구에 응할 듯 잠자코 있다가, 무대에 오르면 곧바로 골반을 턴다. 결국 국가는 입대를 조건으로 ‘모범적인 미국 청년’ 프레슬리를 체제 안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매니저 톰 파커(톰 행크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타성을 알아본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매니저 파커는 프레슬리를 경제적으로 옭아맨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엘비스>는 프레슬리를 마음 착한 효자, 아내와 딸을 사랑한 가장, 무엇보다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최상의 엔터테이너로 그려낸다. 매니저 파커는 프레슬리가 “무대 위 팬의 사랑에 중독됐다”고 회상한다. 프레슬리는 의사가 처방하는 의문의 주사에 의존해 가까스로 설 만큼 쇠약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또다시 미친 듯한 무대를 꾸며낸다. 이는 프레슬리의 취약점이자 파커가 프레슬리를 등치는 조건이 된다. ‘예술과 팬밖에 모르는 아티스트’와 ‘착취하는 주변인·산업구조’의 대치는 익숙하고 순진무구한 이분법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악당이라도 되는 듯 과도한 분장을 한 채 등장한 베테랑 톰 행크스가 캐리커처같이 특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신예 오스틴 버틀러는 가사를 잊을까봐 무대 뒤에서 떠는 애송이 시절부터 감옥과 다름없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힘겹게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프레슬리의 말년까지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최고의 스타를 다룬 음악영화이니만큼, 루어만은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159분의 상영시간 동안 시청각적 자극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3초 이상 지속하는 샷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편집의 리듬이 빠르다. 때로 한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누거나 만화책의 칸 구성을 따르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한다. 프레슬리의 음악 역시 원곡 그대로가 아니라 도자 캣 등 인기 뮤지션의 리메이크로 들려주는 경우가 잦다.

루어만은 28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의 많은 20~30대는 엘비스를 ‘핼러윈 파티 때 입는 코스튬’으로 기억한다”며 “<엘비스>를 통해 엘비스가 최초의 아이콘이었고 전설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낡은 특징을 벗겨내고 젊은 세대가 느낄 만한 아이돌스러운 요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비스>는 7월13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엘비스 프레슬리는 독일에서 군복무 중 프리실라와 사랑에 빠져 훗날 결혼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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