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 "서울, 홍콩 제치고 아시아 제1 미술시장 부상할 기회 잡아" [세계초대석]
아시아권 최초로 9월 코엑스서 열려
국내 시장 규모 최대 4배로 급증 전망
시장 규모 10배 큰 日은 '지진'에 발목
中은 미술품 관세 25% 진입장벽 높아
韓, 미술품 시장서 亞 허브 역할할 것
국내 미술 시장 한탕주의자 너무 많아
공인된 감정서를 기반으로 거래해야
미술 교육도 실기보다 감상이 더 중요
9월로 다가온 아트페어 키아프(KIAF)·프리즈(FRIEZE) 첫 공동개최를 앞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우리나라 미술품 시장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국내 미술품 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름 있는 작가 작품은 역대 최고가 경신 행진 중이고 신진작가를 향한 컬렉터 관심도 나날이 늘고 있다. 유통시장의 최정점에 서 있는 백화점업계가 미술품 판매에 앞다퉈 진출할 정도다. 그래서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파리 피아크와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영국 프리즈가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미술품 시장이 그만큼 성숙했고 앞날이 밝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 미술품 시장의 초점이 비로소 서울에 맞춰진 것이다.
“기회가 온 겁니다. 일본은 그렇게 프리즈를 유치하고 싶어 하지만 못 했어요. 우리나라보다 시장도 10배나 크고 인구도 3배나 많은데 지진 때문에 내진설계를 해야 하다 보니 (전시장) 장치비가 4배나 비싸요. 중국은 미술품 관세가 25%인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리스크가 있지만 좋은 전시장과 공항이 있고, 정책적으로도 미술품 관세가 없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니 프리즈에서 현명한 선택을 한 거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지금 우리가 미술품 시장 발전을 위해 확고부동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프리즈는 그 역사가 굉장히 짧습니다. 2003년 영국 미술잡지 ‘프리즈’가 만든 아트페어인데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바젤 허점을 파고들어서 성공한 거죠. 원래 아트페어가 새로운 작가를 소개한 다음 기성작가 신작을 발표하는 식이어야 하는데, 바젤은 비싼 작품만 부자들이 사고 팔기 위해 모이는 곳으로 변질이 된 거죠. 그래서 프리즈가 굉장히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운영하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런 프리즈가 시장의 흐름을 따라 서울에 온 겁니다. 5년 계약인데 잘 운영되면 이어질 테고 아니면 바로 딴 데로 갈 수도 있죠.”
―프리즈는 어떻게 서울에 관심을 가진 건가요.
“10여년 전부터 서서히 우리나라에서도 미술품 컬렉터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그림 사는 사람이 많아지니 세계 정상급 화랑들이 서울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또 홍콩이 중국에 편입되면서 많은 제재가 생겨나자 그곳에 있던 화랑들이 ‘어디로 갈까’ 하다가 서울이 보인 거죠.”
―그처럼 국내 미술품 시장이 갑자기 커지면서 생긴 성장통은 어떤가요.
“이른바 MZ세대들이 ‘지금 집은 못 하겠고, 주식도 쉽지 않으니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는 데가 어디 있을까’ 해서 미술품 시장으로 들어왔는데 여기는 그런 돈이 들어오면 절대로 안 되는 데예요. 그래서 화랑협회가 ‘큰일입니다. 안 됩니다’ 하고 계도를 많이 하는데 한탕주의자가 너무 많아요. 지금 강남에 가면 그림 때문에 수십억 사기당한 부자가 굉장히 많아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납제가 2023년부터 시행되거든요. 올해가 점검 마지막 해입니다. 미국은 시가감정협회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것들이 준비되고 있고, 협회는 국민대와 함께 시가 감정 전문가를 길러 내는 협약(MOU)을 체결해 석사과정을 개설했습니다. 9월에 시작되고 지난주 면접이었는데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답니다.”
―결국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관건은 신뢰와 제대로 된 시스템 아닌가요.
“최소한 키아프에 나오는 화랑만이라도 또 화랑협회만이라도, 신뢰와 시스템 구축의 선도적 역할을 하려고 해요. 또 한국·중국·일본 중에서 한국이 먼저 그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우리가 이 시장의 중심이 될 거라고 봅니다.”
―조각투자나 NFT(대체불가토큰)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그림을 사는 건 크게 세 종류입니다. 내가 좋아서 사는 것. 이게 원래는 미술시장이 움직이는 원동력이죠. 내가 어떤 그림을 봤는데 마음이 움직이고 꿈이 생기고 좋아서 산 거예요. 둘째는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겁니다. 가령 집들이에 가는데 집주인 취향이 어떻고 연배가 어떠하니 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적당한 가격 등을 고려해서 사는 거죠. 셋째는 투자로 사는 겁니다. 요즘 전부 첫째 겸 셋째 경우입니다. 시장을 키우는 데는 이 상태가 바람직한데, 그것도 역시 제대로 된 화상을 통해서 사는 게 중요합니다. 10년 후 싫증이 나 다시 들고 왔을 때 제대로 된 화랑은 그 작품 가격이 안 올랐다 해도 즐긴 값 20%를 빼고 80%는 가치를 인정해 줍니다.”
―결국 감식안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한가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에 가 보니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도 대단하고 영화도 대단하고 음식도 대단하더라’ 느끼도록 만들자는 겁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좋은 공연을 기획 중이고, 서울시 전체가 큰 축제의 장이 열리도록 준비 중입니다. 한강변에 야외 조각축제가 열리고 서울 인사동이 고미술 축제의 장이 되고요. 시외 헤이리 마을을 파주출판단지와 묶어 큰 축제를 하나 준비하고, 부산의 경우도 이 기회에 부산 젊은 작가들을 위한 아트페어를 하나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경매사 최근 행태를 비판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가는 열심히 작업을 하고, 평론가가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올바른 평을 하고 또 작가론을 제대로 쓰고 하면 훨씬 더 탄탄한 시장 형성이 되는 거죠. 하지만 평론 분야가 무너져 있어서 협회가 평론가를 살리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이미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아시아 맹주가 되느냐 안 되느냐인데,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북한 리스크, 외부적 요인, 대만·싱가포르·홍콩·상하이 등에 맞설 도시 경쟁력, 국력 다 결합돼 있죠. 외교부나 문화부에 항상 말하는 게, 왜 바젤 아트페어에 가면 일본 화랑은 열몇 개가 나오는데 한국 화랑은 한두 개밖에 안 나가는지, 외교력을 발휘해 달라고 합니다. 현대미술은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거든요. 바젤이나 프리즈가 브랜드를 살려가지고 외국에 나간 것처럼, 우리도 키아프라는 브랜드를 살려 해외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대담=박성준 문화체육부장, 정리=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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