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차이나인사이트] 우리에게 중국 넘어설 미래산업은 있나

입력 2022. 06. 29. 00:24 수정 2022. 06. 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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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산업 경쟁력 기상도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중국에 꾸준히 무역수지 흑자를 거둬왔기에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중 경쟁우위는 점차 약화하고, 경쟁우위 산업도 점차 주는 추세다.

지난 10년간(2010~2019년) 산업별 한·중 간 경쟁력 변화를 보면, 우리가 중국에 대해 열위(劣位)였다가 우위로 전환한 산업은 조선과 담배 등 두 업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우위에 있다가 열위로 떨어진 경우는 통신기기·전지·가전·전기기기·자동차·철도차량·섬유·제지 등 다수다. 우리가 경쟁우위를 갖는 산업이 축소되는 중이다. 이들 중 자동차·제지·철도차량을 제외한 대부분은 한·중이 세계 시장에서 모두 경쟁우위를 갖고 경쟁해온 품목이다.

「 한·중간 경쟁력 격차 빠르게 줄어
유사 제품으론 중국과 경쟁 불가
틈새시장서 고급화로 승부하고
신제품 개발로 차별화 매진해야

업종별 엎치락뒤치락

한·중간 산업 경쟁력 격차가 줄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열린 ‘2022 국제 빅데이터 산업 엑스포’에서 한 직원이 스마트 거울을 소개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에 대해 우리가 경쟁우위를 지키는 산업은 반도체·석유화학·기타 전자부품 등과 같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은 열위이고 한국은 우위인 품목이다. 또는 정밀화학·특수 목적용 기계 등과 같이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열위이지만 한국은 열위에서 우위로 전환한 품목, 혹은 정밀기기·항공기·석유정제·비철금속 등과 같이 한·중 모두 세계 시장에서 경쟁열위에 있는 품목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돼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우위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한국에 경쟁열위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경쟁열위인 품목은 컴퓨터·기타 수송 장비·유리·세라믹·기타 비금속광물·주조·의류·가죽·신발·가구·기타 제조업 등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열위, 중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또는 고무·시멘트·철강·조립금속 등 양국이 모두 세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중국의 반도체·이차전지 약진

과거 중국 산업의 질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아이폰의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였다. 2012년 9월 출시된 아이폰5의 판매가격은 약 600달러였는데, 최종 조립과 수출이 이뤄지는 중국에 남는 부가가치는 단순 조립인력에 주어지는 6.54달러로 판매가격의 약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자체 기술력을 가진 중국의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가치사슬의 고부가가치 부분도 중국이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관련 핵심부품들도 중국 로컬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중국이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평판디스플레이에서도 최근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 비중은 41.5%로, 33.2%인 한국 기업을 추월했다.

과거 이차 전지는 일본과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전기차용 전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CATL이 32.6%로, 20.3%를 차지한 LG 에너지 솔루션을 압도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조차 외자계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는 비야디·상하이GM우링 등 중국 업체들이 테슬라에 이어 세계 2, 3위 판매업체로 부상했다.

중국은 반도체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지만, 반도체산업 내 경쟁우위 분야도 존재한다. 한국 기업이 메모리반도체와 고정밀 파운드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은 저정밀 파운드리와 더불어 조립·패키징·테스트 공정에서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더욱 치열해질 중국과의 경쟁

한·중 간 경쟁은 중국의 연구개발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의 빠른 확대, 코로나 19, 탄소 중립, 중국 소비수준 향상과 구조 변화, 미·중 무역 및 기술분쟁, 중국의 자체 공급망 강화 등 다양한 환경변화로 인해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우리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유지되는 분야는 반도체산업의 메모리반도체나 고정밀 파운드리, 디스플레이산업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조선의 가스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수소 및 암모니아 연료전지 선박 등 차세대 선박 등이다.

우리로선 향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특정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중국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비슷한 제품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우리 제품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높다 하더라도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나 수요, 한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종재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전반에서는 기초연구보다 융복합을 통해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제품을 차별화하고 프리미엄화해야 한다. 향후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우리가 경쟁력을 일정 정도 확보한 분야는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실버·환경·문화산업 키워가야

제품 자체의 개발이나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 소재 및 부품, 장비 등도 같이 발전시켜야 하고, 관련 기초과학 연구도 강화해야 한다. 이의 대표적인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크게 늘고 있고, 우리 기업이 일정 수준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 전지 등이다.

일반 제품으로는 우리가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틈새시장에서 고급화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중국에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로서는 중국의 실버마켓 공략도 좋은 전략이다. 또한, 선도적 탄소 중립 및 환경문제 대응과 더불어 관련 산업의 육성에 주력해 중국 시장 및 세계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문화 자체도 산업적 중요성을 지니지만, 문화와 결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문화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향상(광고) 등을 통해 국가 브랜드의 약점을 보완하는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도 국내에서 스마트제조로 대표되는 생산방식의 혁신은 지속해야 한다. 제품이 대중화되면 결국 최종 경쟁력은 생산에 있다.

이와 더불어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 기업의 글로벌 배치전략도 빠르게 변화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미·중 분쟁 등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이나 생산 여건을 적절히 고려해 생산기지를 글로벌로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산업을 발전시키는 요소가 된다.

■ 한·중 반도체산업, 어디까지 왔나

「 중국도 반도체산업이 일정 수준 발전해 있고, 일부 부문에선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59%를 점유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선 아직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19%를 점유해 대만 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웨이퍼 가공(파운드리)은 중국도 16%를 차지해 비교적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삼성이나 대만의 TSMC 등은 5나노 이하의 첨단 고정밀 파운드리가 가능하지만, 중국의 SMIC는 28나노 이상의 파운드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패키징·테스트 공정은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38%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한국은 11%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 및 설계, EDA&코어 IP 등은 주로 미국이 높은 비중을 보이고, 한·중은 모두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국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Logic)에서 중국 기업은 세계 시장의 5%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3%에 그치고 있다.

장비는 주로 미국·일본·유럽 등이 생산하고 있고 한·중 모두 취약하긴 하나 한국이 중국에 비해서는 다소 앞서 있다. 소재는 기술적 난이도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한·중 모두 16%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중국이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인 첨단 고정밀 파운드리의 경우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가 미·중 분쟁으로 장비도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도 자체 장비산업의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관련 기업의 기술 수준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장비 중 하나인 노광기는 상하이마이크로전자장비가 생산하고 있으나 90나노 이상만 가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메모리 및 첨단 고정밀 파운드리에서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집중적 노력이 이뤄지면 시스템반도체에서 중국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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