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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은선 "아시아계 여성 지휘자? 음악 앞에선 장벽 안되죠"

강진아 입력 2022. 06.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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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7월에 서울시향과 국내 무대…11년만
'라보엠'으로 메트 이어 라 스칼라 데뷔

[서울=뉴시스]지휘자 김은선. (사진=Kim Tae-hwan) 2022.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바깥에선 아시아계 여성 지휘자가 이슈일 수 있어도, 음악인들과 일할 땐 장벽이 되지 않아요. 지휘할 때 저는 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동양인 여성으로 비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곤 하죠."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에 공식 취임한 지휘자 김은선에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으로, 미국 주요 오페라단을 여성이자 아시아 출신이 이끄는 건 최초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문화계 샛별'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가 다음 달 한국 무대에 돌아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오는 7월21일,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 오른다. 2011년 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바리톤 연광철과의 무대 이후 11년 만이다.

2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밝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유럽, 미국 무대에서 주로 활약해온 그는 "한국에 일하러 가는 건 처음이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웃었다.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미국에서 활동하며 쓴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2019년 해외 무대에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부터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서 이미 지휘해온 곡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데뷔도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였어요. 한국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드보르자크 곡을 하고 싶었죠. 한국 관객들은 어떤 외국의 작곡가든 그 정서에 녹아들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요. 음악은 제 손을 떠나는 순간 관객들의 것이지요."

또 작곡가 김택수가 같은 이름의 탁구선수에게 착안해 탁구 게임을 그려낸 곡인 '스핀-플립'도 연주한다. "관중의 환호도, 스매싱도 있다. 굉장히 재미있는 곡"이라고 귀띔했다. 스위스 출신 크리스티안 폴테라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서울=뉴시스]지휘자 김은선. (사진=KimTae-hwan) 2022.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클래식계 유리천장을 깨고 새 역사를 써온 만큼, '아시아계 여성 지휘자' 수식은 단골 질문이다. 장벽이 있진 않았냐는 물음에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항상 말하는데, 기자분들을 리허설 현장에 꼭 초대하고 싶다. 리허설이나 연주할 때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바빠서 그 점을 신경 쓸 틈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받는데, 제가 서 있는 자체만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을 많이 해줘서 감사해요. 일화로 신시내티 심포니와 연주했을 땐 그 공연을 끝으로 은퇴하는 비올라 여성 연주자가 지휘자를 여자 화장실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며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조금이라도 사회적 변화를 주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취임 1년을 맞는 그는 "긴 호흡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5년 임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 오페라단의 예술적 변화를 상상해보며 지금은 성실히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년부턴 바그너·베르디의 오페라, 클래식 오페라 등 제 레퍼토리를 쌓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지휘자인) 카라얀이 50살이 넘어야 스스로를 지휘자라고 소개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지휘자는 무르익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래서 젊은 지휘자들에겐 도전이죠. 어느 무대든 모든 레퍼토리가 제겐 항상 도전이에요."

[서울=뉴시스]지휘자 김은선. (사진=KimTae-hwan) 2022.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1월에는 뉴욕 메트 오페라 무대에 오페라 '라보엠' 지휘로 데뷔해 극찬을 받았다. 내년에 예정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데뷔에서도 '라보엠'을 선보인다. 이 곡은 대학 시절 작곡을 전공했던 김은선이 최승한 교수 추천으로 지휘로 전향하게 된 계기였다. "메트에서 다시 하게돼 너무 즐거웠다"며 "2025년 초에 메트에 다시 갈 것 같다"고 했다. 지휘자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작곡의 꿈도 품고 있다.

가을에 새 시즌을 시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창단 100주년을 맞는다. 김은선도 그 준비로 바빠질 예정이다. 100주년 기념곡으로 의뢰한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세계 초연 오페라를 비롯해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나비부인', '라 트라비아타' 등을 선보인다. 내년 여름엔 오페라단 역사를 함께해온 전임 지휘자 및 주요 아티스트와 갈라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의 내한도 언젠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저희 오페라단도 꿈꾸고 있어요. 단원들도 방탄소년단 등 K-팝과 한국 문화, 음식을 잘 알고 있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해요. 제가 상임 지휘자가 된 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연세대와 동대학원 졸업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한 그는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는 후배 음악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당장의 어떤 무대보다 길게 봐야 하죠. 작곡에서 지휘로 바꿀 때 고민하는 제게 선생님께서 그 길을 가보기 전엔 알 수 없다고 했어요. 살아보고 뒤돌아봤을 때 그 길이 제 인생을, 선택을 설명해준다고 했죠. 제겐 큰 힘이 됐어요. 저도 그 말을 다음 세대에게 해주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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