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문화' '월급루팡' 싫어"..은행 탈출하는 인재들 [긱스]

빈난새 2022. 6. 2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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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서 "대형 은행보단 핀테크로"
이직 규모 11년만에 최대
"회사 비전에 공감할 수 있고
자기주도 성장할 수 있는 곳 원해"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봉 최대 1.5배, 스톡옵션 지급, 1억원 무이자 대출, 무제한 휴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인재 영입을 위해 내걸고 있는 대표 복지 혜택들이다. 이런 핀테크들은 '보고를 위한 보고' '과도한 의전' 같은 기존 금융회사의 경직된 문화와 뻣뻣한 규제를 벗어나 더 나은 연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유망한 커리어를 원하는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서 줄줄이 이탈
 "빅테크도 싫어" 핀테크 이직 행렬

직군을 막론하고 대형 은행을 떠나 핀테크로 향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기업 레벨리오랩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골드만삭스(147명) 모건스탠리(101명) HSBC(85명) 바클레이즈(73명) 등 글로벌 대형 은행 4곳에서 핀테크로 이직한 인원은 총 273명이었다. 레벨리오가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 데이터를 활용해 집계한 결과 매달 은행에서 핀테크로 이직하는 직원 수는 올 3월 79명으로 지난 2011년 월간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몇 년 새 몸집을 빠르게 불린 핀테크들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2020년 944억 달러의 가치평가를 받으면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에 등극했던 온라인 결제업체 스트라이프,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영국의 챌린저뱅크 레볼루트와 몬조, 충전식 법인카드 서비스로 창업 5년 만에 데카콘으로 성장한 브렉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조사 기간 동안 골드만삭스를 떠난 직원 147명 가운데 코인베이스로 향한 인원은 37명, 브렉스로 옮긴 인원은 21명이었다. 트위터의 CFO·COO 출신 앤서니 노토가 이끄는 핀테크 기업 소파이로도 18명이 옮겼다. 영국의 송금 기반 핀테크 기업 와이즈는 전체 직원 400명 가운데 12명이 모건스탠리 출신이다. 

한경DB


 이는 대기업에서의 안정성보다 '혁신하는 조직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큰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형 은행뿐 아니라 아마존(976명)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629명), 페이스북(524명) 같은 글로벌 대표 빅테크 기업에서 핀테크로 옮겨간 직원도 2년 반 사이 수백 명에 이른다. 

레벨리오의 이코노미스트 리사 사이먼은 "사람들은 이제 (그저 큰 회사에 가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며 더 높은 연봉은 물론 더 유연한 근무 여건과 새로운 커리어 경로를 쫓고 있다고 분석했다. 

 "'꼰대문화' '월급루팡' 싫어 은행 탈출"

국내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곳의 총 임직원 1687명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 옮겨온 직원은 총 327명으로 전체의 20%에 달했다. 저축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 온 사람도 383명(22.7%)에 달했다. 이제 출범 6년차를 맞는 인터넷은행 임직원 10명 중 4명이 다른 금융사 출신인 셈이다. 


 이들은 ‘꼰대’나 ‘월급 루팡’ 없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문화와 커리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핀테크로 옮기고 있다. A은행에서 기업금융 담당 업무를 하다가 카카오뱅크로 이직한 박모씨는 "한 가지 직무에서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영업점과 본점 각 부서를 돌아야 하는 순환보직 체계의 시중은행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B은행에서 토스뱅크로 옮겼다는 김모씨도 "성장하는 은행에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스톡옵션 같은 보상도 기존 은행에선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에서 한 핀테크로 이직을 준비 중인 이모씨는 "업무 그 자체보다 조직 생활을 더 신경 써야 하는 보수적인 문화를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인센티브 확대에도 "흐름 이어질 것"

전통 은행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보상을 강화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온갖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 우수 직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20~25% 늘렸고 올해도 일부 직무의 상여금을 30~40% 인상했다. 캐나다 은행들은 1인당 임금을 6.3% 인상했는데 이는 이전 3년 평균 인상률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스타트업에서나 볼 수 있던 '무제한 휴가'도 등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부터 고위급 직원에 대해 고정 유급휴가를 폐지하고 무제한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저연차 직원에게도 고정 유급휴가는 유지하되 무급휴가 일수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인재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핀테크 업체 고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인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지, 수평적인 조직 구조에서 유연하게 근무하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스타트업 열풍이 잦아들면 인재 유입 속도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현재의 흐름 자체는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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