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칼럼]심각해지는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 위기

여론독자부 2022. 6.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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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곡물생산 대국 우크라 수출 차단으로
3억명 이상이 굶주려..식량위기 심화
비싼값에도 농산물 수입 어려워질수도
공급선 다각화·비축 확대 등 서둘러야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물류 대란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쇼크가 국제 곡물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애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농업 기반을 철저히 파괴함에 따라 앞으로 2~3년간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보리·옥수수 등 세계적인 곡물 생산 대국이다. 올해에는 가뭄 탓에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나쁜 반면 코로나19 봉쇄에서 풀린 중국의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급 차질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가자들은 현재 식량안보 위기의 주범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유럽연합(EU)의 정책을 설명하는 세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 차단을 위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비판하는 데 발언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파괴하고 있고 흑해 봉쇄에 이어 곡물 창고, 수송용 장비, 항만 등 수출용 설비에 포격을 가해 우크라이나 항구에 보관돼 있는 수천만 톤 곡물의 수출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 발생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곡물이 육로로 수출될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흑해 지역에 해군력을 파견해 선박을 통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단으로 이미 저소득국의 4000만 명이 기아 상태에 내몰렸고 앞으로 3억 명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러시아의 식량무기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를 촉발시켰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인도·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30개가 넘는 농산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에 나섬에 따라 식량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이들 국가의 수출 제한 조치가 크게 늘어났고 앞으로 식량위기가 고조되면 조치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에서 회원국들이 곡물 수출 규제를 풀어 러시아 전쟁으로 심화한 세계적인 식량위기에서 벗어나야 함을 촉구했지만 귀담아듣는 국가는 없었다.

국내에서도 애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밀가루·식용유·돼지고기 등 수입 식자재의 할당관세를 0%로 낮추고 수입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중 가격은 이미 국제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 물가 인상에 따라 앞으로 임금 인상 요구도 거세질 것이다.

국제 정세로 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곡물 자급도가 20%대이고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곡물 수입 입찰 계획을 발표하면 국제 곡물가가 올라가고는 한다. 업계에 따르면 7월까지는 기계약에 따라 곡물이 수입될 예정이지만 8월 이후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 주문을 받아주는 해외 업체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국제 정세와 수급 상황이 완화되지 않으면 비싼 값에도 수입이 어려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양파와 마늘 등 재배 면적이 올해 늘었지만 생장기 가뭄으로 인해 수확 전망이 밝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농업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여건상 수입 농산물 구조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선을 다각화해야 하고 기상이변이나 전쟁 등에 대비한 국내 소비의 일정 비율에 대해 장기적인 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쌀 위주의 공공 비축 품목을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까지 포함해야 하고 재고 비축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농업 투자에 대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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