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4년째 실패한 실험?..글로벌 유동성 빠져나갔을 뿐 [한경 코알라]

2022. 6.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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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선마저 지키지 못하고 전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하자 다시 비트코인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탈중앙화된 개인대 개인간 디지털 현금을 만들겠다며 2009년 세상에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가격만 엄청난 급등락을 반복하며 올랐을 뿐 원래의 탄생 목적인 '디지털 현금'에 부합하는 실생활 이용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테라(루나) 사태를 통해 확인했듯이 시가총액 10위권에 있던 코인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에 너무 위험하고 시기상조라는 비난이다.

이때다 싶어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설파하는 유명인사들도 늘고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참여한 기후변화 관련 행사에서 암호화폐, NFT 등 가상자산은 '누군가가 나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는 더 어리석은 이론에 기초한 것' 이라며 깎아내렸다. 밀리언 셀러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암호화폐 하락장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오는 것과 같은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암호화폐가 기나긴 빙하기에 돌입했다는 증거'라며 저주섞인 발언을 했다.

어떤 과학 실험이 만 14년째 성과없이 제자리만 걷는 중이라면 실패한 실험으로 보는게 맞을 수 있다. 비트코인도 그저 실패한 과학 실험 쯤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의 비현실적인 이상이 MZ세대의 투자 열풍과 맞물려 잠깐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워런 버핏이 말한대로 순진한 투자자들을 현혹해 실패하게 만드는 '쥐약(rat poison)'에 불과했을까.

어두운 거시경제...기관투자가는 비트코인에 주목할 것

이번 하락은 과거와 달리 비트코인에게 억울한 면이 크다. 과거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폭락은 비트코인 자체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산시장 전체의 하락이 주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코로나 재발로 인한 중국의 대도시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그리고 매월 발표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 중인 미국 CPI 상승률까지. 악재 위에 또 다른 악재가 켜켜이 쌓여 불확실성이 커졌다. 주식, 채권, 비트코인 등 모든 투자자산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제 겨우 연 1.5~1.75% 수준이 됐다.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바로 직전의 금리가 연 1.75%였다. 두 번의 금리인상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반토막 났다. 고작 2년 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헌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획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연 3.75%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주식과 암호화폐를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리란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출처:tradingeconomics

이제라도 비트코인에서 발을 빼는 것이 좋을까. 비트코인은 한동안 미국 기술주들이 많이 포함된 나스닥과 가격 움직임이 동조화됐다. 이는 유동성이 풍부한 대세 상승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현상이다. 원래 비트코인은 주식과 채권, 금, 신흥국 통화 등 대표적인 자산들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비 상관 자산'의 성격이 강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환경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투자처를 찾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에게 점차 자리를 뺏길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은 바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이다. Fed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져 채권 투자가 다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언론 기사가 많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고공 행진 중인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채권 투자에 대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이다.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줄이는 기관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리를 대신할 자산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과 상관관계가 낮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200%씩 가격이 상승한 비트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미국 상원에서 발의된 친(親) 암호화폐 법안이 내년 중 정식 입법되고, 미국에서 사상 첫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는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에 자국 화폐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엘살바도르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이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제 3의 국가가 나오는 것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크록스'는 왜 패션 '잇템'이 됐을까

요즘 지하철을 타면 크록스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필자가 알던 크록스는 원래 병원 안에서 의사들이 신는 신발이었다. 의사들은 워낙 많이 걸어다녀야 하고 근무 중 잠깐씩 쪽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신기 편한 크록스가 인기였다. 그런 크록스가 이제 MZ세대의 패션 '잇템'으로 자리매김했다. 크록스는 신발 앞부분에 뚫려있는 구멍에 '지비츠'라고 불리는 악세사리를 달아 신발 주인이 알아서 본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게 했다. 신발에도 나만의 개성을 담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크록스 샌들 / 사진=크록스

현대 사회에는 높은 수준의 자유의지를 지니며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길 원한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TV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해서 본다. 라디오가 아닌 팟캐스트를 통해 좋아하는 DJ의 프로그램을 선별해서 듣는다. 휴대폰과 컴퓨터에는 '브레이브 브라우저'와 같은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깔아서 사용한다. 웹 2.0 플랫폼들이 축적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고도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맞춤 콘텐츠·상품·광고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소비자는 이제 이런것들에 피곤함을 느낀다. 상품과 콘텐츠를 자기 입맛대로 직접 선택하기를 원한다.

'초개인화'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다. 사회의 많은 영역이 '중앙'과'‘집중'에서 '탈중앙'과 '개인'의 형태로 바뀔 것이다. 우리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저장하는 수단인 화폐는 왜 유독 극도로 중앙 집중화 되어야 할까. 그 돈의 실질 구매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비트코인은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거시경제 환경과 상관없이 하드코딩된 코드에 따라 10분에 한번씩 블록이 생성되고 블록 생성자에게 정해진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지는 'number go up technology(숫자 상승 기술)'이다. 누구도 이 규칙을 바꿀 수 없고 멈출 수 없다. 12명의 지방 연준 총재들이 앉아서 금리를 결정하는 현재의 중앙은행 시스템에 비교했을 때 '탈중앙'과 '개인' 트렌드에 부합하는 쪽은 비트코인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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