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라리가 막차 승격 지로나, 스투아니의 꿈

한준 기자 2022. 6. 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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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스투아니. 라리가 제공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21-2022 스페인 라리가2(2부리그) 일정은 6월 중순이 넘어서 끝났다.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이 현지 시간 6월 19일에 열려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1부리그)에서 뛸 마지막 팀을 가리고 종료됐다.


22개 팀으로 구성된 스페인 2부리그는 1,2위 팀이 1부리그로 곧장 승격하고 3위부터 6위 팀이 승격 플레이오프를 통해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 라리가2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대혼전이었다. 최종 라운드 직전 1위를 달리던 에이바르는 최하위 알코르콘에 패해 3위로 떨어졌고, 2위 알메리아는 레가네스가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겨 1위로 올라섰다.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구단주로 운영하고 있는 바야돌리드는 41라운드에 3위였으나 최종 라운드에 우에스카를 3-0으로 꺾고 2위로 승격에 성공했다. 알메리아와 바야돌리드는 나란히 승점 81점을 기록했는데 알메리아가 상대 전적에서 앞서 1위로 라리가2 챔피언이 됐다.


이미 3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알코르콘에 패배한 충격으로 3위가 된 에이바르는 4위 라스 팔마스에 승점 10점이 앞선 80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승격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5위 테네리페는 69점, 6위 지로나는 68점으로 모두 에이바르보다 승점 10점이 넘게 덜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바르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3위 에이바르는 6위 지로나와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으나 2차전에서 0-2로 패해 조기 탈락했다. 백승호를 영입했던 당시 1부리그에 있었던 지로나는 2부 강등 후 두 시즌 연속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아쉽게 승격 기회를 놓친 팀이었다. 어느 팀보다 최근 승격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았다.


홈에서 치렀던 원정 2차전 시작 1분 만에 보르하 가르시아의 골로 원점을 만들었다. 연장전 진입 후에도 1분 만에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의 골로 2-0 승리를 거둬 1,2차전 합계 1승 1패 2-1로 결승에 오른 것이다.


지로나의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 상대는 테네리페였다. 라리가2를 5위로 마친 테네리페도 4위 라스 팔마스를 탈락시켜 5,6위 팀이 결승전을 벌이게 됐다. 결승 1차전은 0-0으로 끝났다. 6위 지로나는 적진에서 열린 2차전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승격의 주인공이 됐다. 2018-2019시즌 18위로 강등된 후 4년 만에 1부리그로 돌아온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인근의 소도시 지로나는 스페인 1부리그 경력이 일천한 작은 팀이다. 1930년에 창단한 지로나는 1933-1934시즌에 스페인 3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2부리그로 승격했으나 이후 2부리그와 3부리그를 전전했고, 1977년에 스페인 2부리그가 2부A, 2부B로 구분된 이후에는 사실상 3부리그외 4부리를 오갔다. 1990년대에는 5부격인 지역리그까지 떨어졌다. 


지로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8-2009시즌 지역 사업가 라몬 빌라로와 조아킴 보아다스, 주젭 슬림이 구단을 인수해 투자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2016-2017시즌 라리가2 준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후 87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한 뒤에는 맨체스터시티를 운영하는 시티풋볼그룹이 지분 47%를 인수하며 투자가 가속화됐다. 다만 지로나에 막대한 자금을 쓰기 보다 맨체스터시티가 계약하고 기용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임대로 보내 성장시키는 구단으로 활용했다. 


시티풋볼그룹이 옛 FC 바르셀로나 운영진을 대거 영입해 지로나는 바르셀로나와 교류도 활발해졌다. 이 과정에서 FC바르셀로나B에서 뛰던 백승호가 출전 기회를 찾아 지로나로 이적한 것이다. 지로나는 2017-2018시즌 라리가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승격 후 두 번째 시즌에 18위로 강등 당했다. 이번 승격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다.


두 번째 승격의 주인공은 우루과이 공격수 스투아니다. 에이바르와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 2차전의 결정적인 득점뿐 아니라 테네리페와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 2차전에도 중요한 골을 넣었다. 2021-2022시즌 공식전 24골을 기록하며 만 35세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우루과이 명문 클럽 다누비오 출신으로 이탈리아 레지나를 통해 유럽 무대에 진출한 뒤 고전한 스투아니는 2009-2010시즌 스페인 2부리그 소속 알바세테로 임대되어 22골을 몰아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스페인 1부리그 레반테, 라싱산탄테르, 에스파뇰에서 꾸준히 뛰며 라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 미들즈브러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기도 했다. 2017년 1부리그로 승격한 지로나로 이적한 이후 스투아니는 최전성기를 보냈다. 라리가 10위를 차지한 2017-2018시즌 라리가 33경기 21골로 1부리그 한 시즌 개인 최다골을 넣었다. 지로나가 강등된 두 번째 시즌에도 19골을 기록했다.


팀의 2부 강등으로 다른 팀의 러브콜이 따랐으나 스투아니는 지로나에 남았다. 2019-2020시즌에는 2부리그에서 한 시즌 29골로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골도 기록했다. 2020-21시즌에는 10골로 주춤했으나 결국 2021-2022시즌 승격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끌었다. 지로나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스투아니는 어느새 지로나 구단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로 우뚝 섰다.


스투아니는 지로나에서 107골을 넣은 역대 최다 득점 선수다. 지로나는 스투아니의 이러한 헌신에 부응하고자 지난 2021년 여름 5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120만 유로의 고액 연봉을 보장하며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한 것이다. 스투아니는 마흔까지 지로나에서 뛴다.


스투아니와 지로나는 2022-2023시즌 라리가 승격을 통해  또 한번 푸른 꿈을 꾸게 됐다. 다른 팀에서 1부리그를 누빌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지로나에 남은 스투아니, 스투아니가 아닌 젊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지로나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기적의 승격을 이뤘다.


사진= 라리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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