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리는 수사기관..'좌동훈 우상민'의 검·경 장악

박나영 기자 2022. 6. 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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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독립성·중립성 훼손 우려..'식물총장' '식물청장' 우려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서초동 대검(왼쪽 사진)과 서대문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검찰과 경찰의 차기 수장 자리를 비워둔 채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휘체계를 강화해나가는 모양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신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이른바 '좌동훈 우상민' 체제의 검·경 장악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법무부가 28일 검찰 중간간부인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및 평검사 인사를 단행했다. 한 장관 취임 후 두 번의 고위 간부 인사로 '윤석열 사단' '특수동'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서도 '믿을 맨'들을 요직에 앉혔다. 이번 인사는 고검검사급(차·부장급) 검사 683명, 평검사 29명 등 검사 712명에 대한 신규보임·전보로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둔 채 '윤석열 사단' 위주의 대대적인 조직 정비로 대통령-장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6일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지 54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이 총장 없이 검찰 지휘부와 중간간부 인사까지 단행한 데 대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도적으로 총장 공백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행정안전부-경찰에도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으로 불리는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시기가 8월 말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신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김 청장이 사퇴 전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 없이 출범했고 행안부에는 경찰 관련 조직이 없어 논의를 장기간 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여론과 경찰의 반발은 뒤로 한 채 예정된 시나리오를 밟아나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순 이 장관 취임과 동시에 구성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불과 한달 만에 4차례 회의를 열어 경찰 통제 관련 권고안을 내놓았고, 행안부는 권고안 발표 엿새 만에 권고안 핵심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 장관은 경찰과의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경찰 일선에서 반발하는데 명분을 납득하지 못하겠다. 새로 추가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법에 맞춰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물총장', '식물청장'이 될 게 뻔하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제안을 받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장관의 뜻대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바지 총장' 비판을 들어가며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후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가지지만 통상 검찰총장과의 의견 조율이 이뤄진 상태에서 최종 인사가 결정된다. 총장 없이 이뤄진 최근 인사에서는 검찰의 의견 수렴 과정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차기 경찰청장도 '식물청장'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협조하면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동시에 경찰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순된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경찰 내부에서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검·경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검경 장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TF를 출범시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8일 '윤석열 정권 검경농단 저지 대책회의' 1차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좌(左)동훈 우(右)상민을 앞세워 우려하던 검경 장악을 본격화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대급 권력의 사유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검찰 인사와 관련해 SNS에 글을 올려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사실상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을 겸임시키면서 '정치검찰'을 통한 통치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우려했던 검찰공화국의 완성판이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국 신설은 독재 시대로의 회귀'라는 경찰 측 주장에 대해 "사실상 이론적 명령 체계를 보면, (독재시대에 ) 내무부 장관으로부터 치안국장, 경찰 서장, 집합 취소 소장 일사분란한 명령 체계가 유지되게 되면 정치적 목적의 욕심이 날 때 이 이론적 명령 체계를 쉽게 활용할 수가 있게 된다"면서 "결국 인사권과 이론적 명령 체계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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