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는 눈

2022. 6.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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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윤석열정부 출범이후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6월 21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6·21 부동산대책)’를 발표했다.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제목 그대로 정상궤도로 돌려놓겠다는 취지다.
 
가장 큰 이슈는 주택 임대차 3법 시행(2020년 7월 31일) 이후 불안해진 전·월세시장의 안정 문제이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세입자의 주거권이 한층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세입자들은 그동안은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집주인이 들어오지 않는 한 4년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됐다. 계약 2년이 지나면 종전 임대료에 5% 이내로 올려주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어 임대료 부담도 줄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재계약에 나서면서 전세 유통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이 바람에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했다. 2년이 지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전세를 구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바람에 ‘전세 푸어’,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임대차 3법을 원 위치로 되돌리기에는 부작용이 커서 쉽지 않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개인적으로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과 전세 유통 매물을 늘리는 ‘투 트랙’으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임대차 3법의 문제는 세입자가 이익을 보는 만큼 집주인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2+2 계약에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리면 상생임대인으로 인정, 보상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6·21 부동산대책’에서 상생임대인의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당초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의 금액 기준을 폐지하고 1주택자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 등록임대사업자도 상생임대인으로 인정키로 했다. 오는 2024년 12월 31일 전에 계약갱신(혹은 신규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5% 이내로 인상하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생임대인에게는 조정대상지역에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특례적용을 위한 2년 거주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기선 기재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그 다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전세유통 매물을 늘리는 것이다. 임대차 3법은 재계약이 많아지면서 시장에서 전세 유통 매물이 줄어든다. 전세물량이 적으니 작은 수급 불균형만으로도 전셋값이 급등락을 오간다. 전세유통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보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여러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갭 투자를 하라고 장려하기는 국민정서상 어렵다. 1주택자 거주요건을 완화해 전세공급의 물꼬를 트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주어지는 실거주 의무를 완화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상한제 아파트 계약자는 최초 입주 가능 일부터 즉시 2∼5년의 의무가 부과되는데 앞으로는 즉시가 아닌 해당 주택의 양도·상속·증여 전까지만 실거주 기간을 채우면 된다. 앞으로 입주 때 자금부족 등으로 전세를 놓은 뒤 2~4년 후 입주를 하는 분양 계약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전세매물공급이 늘어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고가 1주택자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기 위한 요건 중 10년 보유, 10년 거주 조항을 10년 보유, 2년 거주로 되돌리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2년만 살고 나머지 8년은 전세를 내놓으면 전세매물이 더 많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전세공급을 늘려 전세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6·21 부동산대책’에서 공급 대책도 일부 포함됐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그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시세의 70∼80% 선에 묶어두는 제도로 2020년 7월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도심 주택공급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분양가 규제로 사업성이 낮아져 분양을 미루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적지 않아서다.

이번 대책은 원자재 값 급등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올리고 가산비 인정항목도 늘려 분양가를 현실성 있게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분양가는 일부 인상될 것 같다. 요즘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고 주택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분양시장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본격적인 공급 마스트플랜은 8월 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핵심 부동산 공약인 ‘250만 가구+α’ 주택 공급 로드맵이 그것이다. 정부는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철저한 시장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공급이 결정한다. 주택공급 플랜이 실현 가능성이 높을 때 시장 안정이 더 높아질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의 열쇠는 대체로 무주택자들이 쥐고 있다. 무주택자들에게 공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내 집을 싸게 장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 신호는 단순히 신호가 아니라 믿음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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