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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어망에서 뽑은 나일론..고가에도 러브콜 쇄도

입력 2022. 06.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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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효성티앤씨

[ESG 리뷰]  

효성기술원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폐어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5월 3일 찾은 경기 안양 효성기술원의 실험실 문을 여는 순간 화학 실험실 특유의 독한 화학 약품 냄새가 났다. 폐어망 소재에서 나일론 원료를 뽑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먼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 두 사람이 초록색·빨간색·검은색 등 여러 가지 색상의 어망을 펼쳐 놓았다. 수협이나 어망 수거 업체 등을 통해 확보한 어망이다. 이 어망을 일일이 펴 가위로 작게 자르면 어망 조각이 된다. 이 어망 조각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실험 준비를 하는 사이 불투명한 그릇에 담긴 초록 어망 조각을 만져 보니 거칠거칠한 느낌이었다. 연구원들은 이 작은 어망 조각을 물이 담긴 비커 안에 넣어 흔든 다음 가라앉게 두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물에 뜬 불순물을 제거했다. 실제로 어망 조각은 어떤 것은 물에 뜨고 어떤 것은 가라앉는 성질을 보였다. 비중 차이를 통한 불순물 제거 작업이다. 어망은 위쪽의 어망을 지지하는 로프·어망·추(납)로 이뤄진다. 추는 바로 분리되지만 로프는 어망과 함께 묶여 있어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 이 로프와 함께 어망에 묻은 멸치·새우·고기 찌꺼기·염분 등 미세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액체로 분해해 녹인 다음 실린더에 들어 있는 촉매 필터를 통과하도록 해 2차 불순물 정제 과정을 거친다. 노란 액체가 이 과정을 거치자 투명한 액체로 변했다. 이어 진동이 전해지는 초음파 기기를 통해 남아 있을지 모를 잔여 불순물을 한 번 더 제거한다. 재활용할 때 여러 번의 불순물 제거 작업은 필수적이다. 불순물을 잘 제거해야 오염되지 않은 순수 나일론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송 효성기술원 중합연구팀 팀장은 “불순물을 제거한 폐어망 조각에서 해중합(분자 고리를 끊는 과정)을 거쳐 원 성분인 카프로락탐을 만들어 내고 다시 중합(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면 순수한 나일론6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저품질? 처음 원료와 같아 

실제로 연구실 한쪽에 놓인 샘플 병에 담긴 액체를 보면 처음에는 까맣던 액체가 불순물을 제거하는 각 단계에서 색상이 투명에 가깝게 옅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 팀장은 “색상 요소 자체도 불순물이기 때문에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 옅어지고 투명하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손에 쏟아 보여준 어망 조각으로 만든 나일론6 칩은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는 형태로 고체화돼 있었다. 이 칩을 실로 뽑으면 나일론 원사가 돼 우리가 입는 옷이나 자동차·타이어 소재로 쓸 수 있다.

이 칩을 원료로 만든 원사도 만져볼 수 있었다. 거미줄처럼 가느다랗지만 힘이 있었다. 폐어망 50%, 자투리 천 50%로 만든 원사다. 당겨보니 탄성이 낮고 강도가 높았다. 우리가 흔히 입는 바람막이 등에 쓰이는 나일론 원사다. 실제로 처음 만든 나일론과 재활용 과정을 거쳐 만든 나일론에는 품질 차이가 없다. 김 팀장은 “처음 생산할 때와 똑같은 폴리머가 하얀색을 띠는 칩 형태로 만들어진다”며 “재활용이라고 하면 보통 저품질, 질이 낮은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 기존 원료와 품질이 똑같아 어디에나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은 어떨까. 사실 리사이클 나일론은 여러 차례 불순물 제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처음 뽑는 것보다 비용도 더 들어간다. 이 같은 수고를 자처하는 것은 최근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자원 순환과 재활용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64만 톤, 한국에서만 연간 4만3000톤 정도 버려지는 폐어망을 수거해 해양 오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값이 더 비싼데도 오히려 처음 만든 제품보다 재활용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치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부터다. 특히 탄소 감축에도 실질적 효과가 있다. 석유 벤젠에서 뽑는 나일론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가 많이 나온다. 재활용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쓰면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효성은 선제적으로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품질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폐어망 재활용 시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녹여 필터로만 걸렀기 때문에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여과 과정을 거친 후 여러 번 불순물을 제거하기 때문에 처음과 동일한 품질의 나일론을 생산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옷감 제조 후 남은 자투리 등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형태의 재활용은 프리컨슈머(pre-consumer), 폐어망처럼 소비자가 사용한 형태의 재활용은 포스트컨슈머(post-consumer)라고 한다”며 “프리컨슈머와 포스트컨슈머를 아우르는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폐어망 조각을 물에 넣어 비중 분리를 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폴리에스터에서 나일론까지…친환경 브랜드 ‘리젠’ 

효성티앤씨는 나일론 원사 공급 세계 1위 회사로, 기존 솜을 대체하는 마이크로파이버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기술력을 갖췄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을 반영해 3대 대표 화학 섬유인 나일론·폴리에스터·스판덱스의 친환경 섬유를 ‘리젠(regen)’이라는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다. 리젠은 재생을 뜻하는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에서 따온 이름이다.

리젠 중에는 한국 최초로 페트병 성분을 추출해 만든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도의 폐페트병으로 만든 ‘리젠 제주’, 서울시와 함께한 ‘리젠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플리츠마마·카카오프렌즈·탑텐·닥스셔츠·무신사 등에 원사를 제공하는 등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리젠은 쓰레기 매립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감하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나온 마이판 리젠(MIPAN regen)은 해양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원사를 뽑아 만든 것이 특징이다.

폐어망을 재활용한 원사는 마이판 리젠 오션(MIPAN regen ocean)으로 불린다. 마이판 리젠 오션 역시 2007년 효성티앤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나일론 섬유다. 당시에는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를 접었지만 최근에는 어망의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이는 해중합 설비 구축에 새로 투자하는 등 다시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이 같은 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재활용 원사를 이용한 나일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지금은 시제품 생산과 초기 설비 구축 단계로, 내년부터 마이판 리젠 오션을 월간 수백에서 수천 톤 이상 생산해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 경쟁사는 유럽의 원사 생산 업체 아쿠아필 정도다. 

효성티앤씨는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폐어망을 소싱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부산시·여수광양항만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폐어망을 공급받고 있다. 실제 폐어망 재활용 프로세스는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의 폐어망을 나일론 70~80%를 포함한 순도로 선별 △1차 선별된 폐어망을 스타트업 넷스파와 협업해 비중 분리를 통해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선별 △효성 공장에서 해중합을 통해 추가 순도를 높인 후 재중합해 리사이클 제품 생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폐어망이 지목되면서 폐어망 소재를 재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화컴파운드와 협력해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22 시리즈에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안전 인증 기관 UL이 진행한 전 과정 평가(LCA)에 따르면 일반 플라스틱(4.4톤)보다 약 25%(3.3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바다 생태계를 해치는 폐어망을 수거해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했다. BMW도 전기차 내부 바닥재에 폐어망 소재를 활용했고 기아도 물을 주제로 한 전기차 EV9의 바닥재에 폐어망을 활용한 소재를 사용했다. 스피커 옆부분의 천 소재나 자동차 시트, 내장 소재, 안전벨트, 타이어 등에 활용될 수 있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폐어망 외에도 자연 유래(바이오)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식물성 원료에서 유래한 원료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공업용 옥수수에서 뽑은 바이오 베이스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바이오 함량이 높은 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나일론 소재도 개발 중이다. 김 팀장은 “나일론도 바이오 소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바이오 소재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문선 효성티앤씨 나일론폴리에스터원사PU장 전무 
“재활용 원사 1톤, 소나무 279그루 효과”


효성티앤씨_나이론폴리에스터원사_PU장_김문선_전무_1


- 폐어망과 재활용 소재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처음 친환경 원사 연구·개발을 시작한 2000년대 초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섬유 쪽에는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착안하게 됐다. 다만 2007년 당시 폐어망으로 처음 리사이클 나일론을 생산했을 때는 수요가 적었고 친환경 제품 인증 제도도 미비했으며 결정적으로 소비자의 인식이 매우 낮아 아쉬웠다. 2008년 한국 최초로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원사인 ‘리젠’을 출시했는데, 이 역시 환경 경영의 일환이었다.” 

-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재활용 소재에 관심이 많다. 

“2017년부터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고 여러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리사이클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의류 브랜드도 2025년 또는 2030년까지 의류 소재를 리사이클을 비롯한 친환경 섬유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의류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 자동차 산업 등에서도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이 속속 발표하고 있어 리사이클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재활용이면서도 고품질에 초점을 둔 것이 인상적이다. 

“폐어망 나일론 원사는 2007년 이후 15년간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나은 품질의 리사이클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폐어망을 분리 배출하는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단순히 리사이클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재활용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검증하는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리사이클 제품 사용의 탄소 감축 효과, 재활용 과정 등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친환경 제품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선 이유는 뭔가. 

“고객의 소리를 끊임없이 청취하며 니즈를 미리 파악해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바닷속에 버려지는 폐페트병이나 폐어망을 수거해 리사이클 원사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환경 영향을 낮출 수 있는 활동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제품의 탄소 발자국 산정을 통해 실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제품의 환경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리젠’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했는데 일반 원사에 비해 약 60%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리젠 1톤당 30년산 소나무 약 279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향후 생분해성 바이오 원사까지 제품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효성티앤씨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ESG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일러와 모터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생활 폐기물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소각 폐열을 활용한 재생에너지(폐열 스팀) 사용으로 202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약 9% 감축했다. 또 점점 중요성이 부각되는 인권과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는 사내 인권 영향 평가를 통해 사내 인권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고 있다. 또 공급망 관리 기본 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주당 5만원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과 올바른 사회를 물려주는 일에 동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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