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토스에 지원자 몰리는 이유

입력 2022. 6. 30. 06:01 수정 2022. 6. 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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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 높은 편이지만 '기업 성장=직원 성장' 구도 만들어

[비즈니스 포커스] 

토스는 업무 몰입도가 높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무실 곳곳에 협업 공간을 만들거나, 혼자서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휴식 공간은 기본이다. 사진=토스 제공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 구글에서 일하는 방식 등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기업 문화가 있다. 한국 기업은 어떨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 문화가 있나. 여기, 기업 문화에 진심인 기업이 있다. 한 직원을 채용하는 순간부터 근속 기간 내내, 회사의 규모가 두 자릿수에서 오늘날 1600명이 될 때까지, 모든 날 모든 순간에도 문화가 곧 기업의 성장을 쥔 키라고 믿는 회사, 금융 혁신을 목표로 하는 비바리퍼플리카(서비스명 토스)다.

한국의 빅테크 중 가고 싶은 기업 2위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일이 우선이라면 좋은 회사”
vs “워라밸은 보장하기 어려움”, “배울 게 있는 새우잡이 배”….

기업을 평가하는 직장인 익명 플랫폼인 블라인드에서 토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한 축은 성장, 또 다른 한 축은 업무 강도다.

토스도 이를 인정한다. 2018년 토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온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글에는 ‘토스 문화, 모두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직업 안정성과 편안함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분들이라면 토스팀에서 행복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라는 글이 대놓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어진 소개는 토스 문화에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우리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변화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멋진 성취를 이뤄 내고 이를 통해 시장에 혁신을 공급하는 일,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 훌륭한 동료들과의 상호 존중 속에서 일하는 것이 큰 도전 없이 안락하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성장하고자 합니다.”

기업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문화로 내세워 채용 단계에서부터 메시지를 심는 곳은 흔하지 않다. 취업 전엔 보다 더 달콤한 메시지로 구직자를 꾀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토스는 시작부터 ‘직업 안정성과 편안함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분들’은 토스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회사의 이러한 확고한 메시지에도 취업 준비생들은 토스팀에 합류하기 위해 오늘도 문을 두드린다. 2016년 60여 명에서 2022년 현재 1600명이 되기까지 토스는 현재 취업 준비생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 톱 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직업·커리어 SNS 스타트업인 퍼블리가 최근 정보기술(IT)업계 이용자 431명을 대상으로 한국 유수의 빅테크 기업을 뜻하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중 이직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네이버(28%)에 이어 토스(17%)가 2위에 자리했다.

이들은 ‘이직할 기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직무에 대한 적성(44%)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고 연봉(30%)과 복지(20%)를 각각 2, 3위로 선택했다. 김광종 커리어리 사업리더는 “최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은 안정성보다 주체적인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모색하는 추세”라며 “높은 연봉과 차별화된 복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곳일수록 많은 이들이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토스의 기업 문화는 ‘성장’에 맞닿아 있다. 이 회사 기업 문화의 양 날개는 자율성과 책임감이다. 토스 측은 높은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불필요한 규칙이나 프로세스가 있을 때보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보고 맡은 일이 있다면 상하관계 없이 최종 의사 결정을 완전히 위임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 스스로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다.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팀 리더는 “대개 회사의 경우 직급이 있고 상사가 허용하는 일만 할 수 있는데 토스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며 “스스로 돕는 자라면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토스는 직원 편의를 위해 사내 편의점을 사무실 한쪽에 운영한다. 식음료, 문구류, 생필품류 등 일반 편의점에서 볼법한 대부분의 제품이 있다. 토스 직원이라면 모두 무료다. 사진=토스 제공
사무실 한쪽에 위치한 토스 직원 전용 커피숍. 직원이라면, 모두 무료다. 사진=토스 제공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채용팀의 김주영 매니저는 “근무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회사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아이의 성장 사이클에 맞춰 그때그때 출근 시간을 조정했다”며 “유연한 근무 환경이 곧 진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 자율성에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토스 측은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적의 의사 결정과 최고 수준의 실행을 독립성을 가지고 수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토스는 자율성과 책임감이란 기업 문화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부터 문화를 중시한다. 이 회사의 채용 기본 절차는 서류 전형→직무 인터뷰→문화 적합성 인터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문화 적합성(컬처 핏) 인터뷰는 기업의 조직 문화 또는 그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채용 대상자와의 적합성을 보는 면접이다. 조직 구성원과의 교감·소통·융화 등을 고려하며 최근 스타트업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박토니 토스 피플앤컬쳐팀 리더는 “지원자와 토스커뮤니티의 문화 적합성을 알아보는 자리”라며 “이 시간을 통해 토스가 일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핵심 가치, 문화가 취업 대상자에게 적합한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적합성 면접은 길게는 1인당 2~3시간까지도 이어진다. 질문은 다양하다. 일부 알려진 질문 중에선 ‘깊게 몰입했던 무언가가 있나’, ‘왜 열심히 사느냐’, ‘왜 인생에서 그런 결정을 했나’와 같은 삶의 가치관을 파고드는 질문이 많다. 면접 담당자로는 직무 관련 팀의 리더가 주로 참석하지만 이들 역시 문화 적합성 면접을 위한 일련의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통은 기업 문화에 대상자가 다소 맞지 않아도 능력이 출중하다면 채용할 수 있지만 토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류 전형과 직무 인터뷰의 벽을 넘어도 문화 적합성 인터뷰에서 넘어지기 일쑤다. 구직 사이트에선 문화 적합성 인터뷰에서 떨어져 하소연하는 토스 구직자들의 이야기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토스 채용 담당자인 리크루팅 매니저들이 헤드헌팅 방식으로 찾은 후보자들도 문화 적합성 인터뷰의 산을 피할 수는 없다. 토스의 김상희 리크루팅 매니저는 사내 인터뷰에서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분이더라도 토스 문화에 맞지 않는 분이면 과감히 채용하지 않는다”며 “현업 팀에서도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정말 토스에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 적합성의 문턱을 넘었다면 이후부터가 진짜다. 토스는 신입 사원이든, 경력직이든 새로 온 직원이 토스의 기업 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조직 문화를 담당하는 컬처팀의 에반젤리스트(CE)다. 일반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직무로, 이들은 토스 문화를 기업에 뿌리내리게 해 토스 직원들이 기업 문화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신규 직원이 회사에 잘 녹아들수록 보조하는 역할을 맡거나 사내 소통 보조,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이벤트 개최 등의 다양한 역할이 주 업무다. 박토니 리더는 “토스는 인사와 문화를 담당하는 피플&컬처팀에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며 “일반적인 회사가 매니저 1인당 300~500명을 담당한다면 토스는 1인당 75~100명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문화가 등한시되지 않도록, 모든 팀원이 빠짐 없이 서포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매니저들의 담당 직원 수를 줄였다는 뜻이다.



‘문화 적합성 면접’만 세 시간 진행  

외부에선 토스의 이 같은 기업 문화에 평이 엇갈리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다. 이미 토스팀에 합류한 1600명의 직원들이 토스식 기업 문화에 자발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단순히 연봉과 복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박토니 리더는 “토스는 기본적으로 임팩트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은 일에서 상당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들은 아무리 리더가 업무 강도를 좀 줄였으면 좋겠다고 제시해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이들을 위한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1000명이 넘는 인력이 자발적으로 기업 문화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식 기업 문화는 ‘상명하복에 꺼지지 않는 등대’였다. 비효율적이더라도 그게 곧 성공의 길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토스의 메시지는 다르다. 업무 강도가 높더라도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한다면 직원의 만족도도 회사의 성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토스의 컬처팀의 한 직원은 더 큰 포부를 안고 있다. ‘토스 문화=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도록 문화를 잘 만들어 나간다면 문화도 마치 제품처럼 다른 기업으로, 나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다. 한국에도 넷플릭스와 구글처럼 기업 문화로 회자될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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