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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범벅 용산공원 이대로 열어도 될까

문상현 기자 입력 2022. 06. 3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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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와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입수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다.
6월10일 오전 용산공원 시민 출입구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이 발암물질에 오염된 용산기지 개방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서울 용산기지는 가까이 있지만 낯선 공간이다. 100년 넘게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 임오군란(1882년) 때는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고, 청일전쟁 이후에는 일본이 강제로 수용해 군 사령부를 세우는 등 대규모 병영기지를 만들었다. 해방 이후 미군이 이를 그대로 넘겨받았다. 부지 면적만 243만㎡.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6개 지하철역(녹사평역, 삼각지역, 신용산역, 숙대입구역, 이촌역, 서빙고역)에 둘러싸여 있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다가가지도, 무엇이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최근 용산기지 일부가 공개됐다. 대통령실(국방부) 건물을 볼 수 있는 길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에 따른 조치다. 지난 3월20일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실을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용산기지를 신속하게 국가 공원으로 만들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조성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6월 용산기지를 시범 개방하고, 오는 9월부터는 개방 부지를 더 넓힐 방침이다.

용산기지 공원화 계획은 2005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용산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을 이전하고 반환받은 땅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부지 반환이 지지부진해 본격적인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기지 내부 환경문제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반환 협상을 진행한 십수 년 동안 오염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군이 기지 부지를 사용하며 발생한 오염이 누구 탓인지, 또 누가 정화 비용을 부담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용산기지는 환경오염의 사각지대다. 오랜 기간 접근이 제한된 만큼, 어떤 사고가 있었고 어떤 경로로 오염됐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2017년 녹색연합이 미국의 정보자유법을 통해 확인한 자료를 보면, 1990~2015년에 발생한 용산기지 기름 유출 사고 건수는 84건이었다. 그러나 ‘한·미 환경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2002년 이후 미군이 한국 정부에 알린 기름 유출 사고는 4건뿐이었다. 별도로 언론 보도와 환경부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오염 사고는 13건이다. 실제 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와 외부로 알려진 건수의 차이가 크다.

그동안 기지 내부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오염물질들은 암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반환 이후 조성될 용산공원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오염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이 걸린 반환 협상에서 협상력도 낮아진다. 부지 반환과 공원 조성, 9월 ‘임시 개방’ 등에 앞서 용산기지 내 환경오염 실태가 제대로 알려져야 하는 이유다.

〈시사IN〉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와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입수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다. 조사단은 현장을 방문해 토양과 지하수를 조사하고, 그 결과로 인체 위해성을 평가해 보고서에 담았다. 한·미가 미군기지 부지 반환 협상에서 환경 협의를 할 때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만 기록돼 있고, 대안 및 권고 사항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시사IN〉은 2022년 6월까지 미군이 반환한 용산기지 부지에 대한 보고서를 먼저 공개한다. 총 9권의 보고서에는 미군이 남기고 떠난 오염의 흔적들이 묻어 있다.

용산기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 미군기지 부지 반환 협상에서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시사IN 조남진

용산기지는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뉜다. 북쪽 구역의 메인포스트와 남쪽 구역의 사우스포스트다. 메인포스트에는 한미연합사령부 등 군의 핵심인 지휘시설이 있다. 일부 부지는 반환이 완료돼도 미군이 계속 사용한다. 사우스포스트에는 주거시설, 학교, 병원이 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이 사우스포스트와 맞닿는다. 용산기지 반환은 사우스포스트 부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병원과 숙소, 학교 등 36.8만㎡가, 2월에는 업무시설과 숙소 등 16.5만㎡가 반환됐다.

① 대통령 출퇴근길: A4e 구역

사우스포스트 A4e 구역은 기지 남쪽에 위치해 있다. 도로 건너편엔 이촌역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출퇴근 경로로 쓰는 ‘Gate13(13번 출입구)’과 가장 가깝다. 5만6561㎡ 규모의 A4e 구역은 미군이 병원 시설과 사무실, 창고 등의 부지로 사용했다. 환경부가 환경공단을 통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양과 지하수 모두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사우스포스트 A4e 구역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보면, 이 구역 토양에서는 모두 10가지 오염물질이 ‘1지역’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1지역, 2지역, 3지역 세 단계로 나눈다. 23개 유해물질의 단계별 허용 기준치도 정해져 있다. 공원, 주거, 학교, 어린이 놀이시설이 1지역으로 분류된다. 용산공원 부지는 1지역 오염 기준치를 충족해야 한다.

A4e 구역 토양에선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최고농도 기준, 기준치를 28.5배 초과했다. 발암물질이자 폐렴을 유발하는 물질인 크실렌은 8.2배 초과했다.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은 4.6배, 비소는 3.7배 초과했다. 중금속 물질인 구리·납·아연 등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하수에서도 유류 오염물질 TPH가 지하수 정화 기준을 195배 초과했다. 독성 물질인 페놀류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1.8배 높게 검출됐다.

오염된 토양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조사한 게 ‘위해성 평가’다. 한·미 합동 조사단은 이 부지가 향후 △주거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상공업 지역으로 이용될 경우 △부지 개발 단계에서 건설현장이 될 경우를 구분해 조사했다. 위해도는 미래에 이 구역을 사용할 대상자들이 토양의 우연한 섭취, 피부 접촉, 공기 흡입, 먼지 흡입 등의 경로로 위해성에 노출될 정도를 계량화하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환경부 고시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을 보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 위해도’ 기준은 10-5(확률 1/100,000)~10-6(확률 1/1,000,000)으로 정해져 있다. 발암 위해도가 이 수치보다 크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A4e 구역 위해성 평가 결과,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발암 위해도가 10-5를 초과해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현장 노동자에 대한 발암 위해도는 10-6을 넘어섰다.

오염된 토양은 암 이외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비발암 위해도’로 쓴다.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에 따르면, ‘1’을 초과할 경우 암 이외의 질병 또는 건강상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 조사 결과 이 부지는 주거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어린이와 성인,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근로자, 오염 정화 작업자 모두 비발암 위해도 1을 초과했다.

ⓒ시사IN 최예린

② 시민들의 출입구: A4b·A4c·A4f 구역

6월 시범 개방된 용산기지에 들어가려면,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100여m 떨어진 ‘Gate14(14번 출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Gate14는 임시 개방 이후에도 시민들이 주요 출입구로 사용하게 된다. 출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정원을 갖춘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들을 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 주택들은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장군 숙소다.

이 구역도 토양과 지하수가 모두 오염됐다. 토양에서는 10개, 지하수에서는 3개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최고 농도 기준, 1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29.3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왔다. 발암물질인 크실렌은 10.2배를 초과했다. 중금속 오염물질인 아연은 기준치의 17.8배 이상 검출됐다. 지하수에선 TPH와 벤젠, 페놀류가 검출됐다. TPH는 지하수 정화 기준 11.3배를 초과했다. 벤젠과 페놀류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각각 3.4배, 2.8배로 조사됐다.

이곳도 주거지역이나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하는 경우 발암 위해도가 10-5를 초과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발암 위해도는 주거지역, 상공업 지역, 건설현장으로 사용될 경우 모두 1을 초과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 암 이외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군 숙소와 함께 개방된 A4c 구역과 A4d 역시 토양과 지하수 모두 오염됐다. 장군 숙소 맞은편 A4c 구역의 경우, 오염물질 8개가 검출됐다. TPH가 최고 농도 기준, 1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24배 초과했다. 발암물질 크실렌은 11.5배다. 지하수에선 TPH와 벤젠, 크실렌, 페놀류가 검출됐다. TPH는 지하수 정화 기준 17.2배를 초과했다. 벤젠은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14.8배로 조사됐다. 야구장이 있는 A4d 구역 토양오염물질은 8개다. TPH가 8.8배, 비소가 9.3배 초과 검출됐다. 지하수에선 TPH와 크롬이 발견됐다. 크롬은 지하수 정화 기준의 17.8배였다.

A4c 구역은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할 경우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4d 구역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발암 위해도가 10-6을 초과했다. 비발암 위해도는 두 구역 모두 주거지역,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할 경우 1을 초과했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의 9.3배 이상 검출된 용산 미군기지 내 야구장 부지(A4d 구역).ⓒ시사IN 조남진

③ 다이옥신 검출: A4a·B1·B3 구역

A4a 구역은 대통령실(국방부) 건물과 가장 가깝다. 미군이 주둔할 때 학교 부지로 사용됐다. 6월 용산기지 시범 개방 때는 공개 부지에서 제외됐지만 오는 9월 임시 개방부터는 포함되리라 보인다. 이 구역 토양에서는 10개 오염물질에 더해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기준치의 34.8배를 넘었다.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맹독성 물질이다. 표토층에 있어서 인체 노출 가능성이 크다. 인체에 반영구적으로 축적된다. 앞서 인천 부평의 미군기지 ‘캠프마켓’ 토양에서 다이옥신 오염 토양이 발견됐는데, 정화 작업에만 2년11개월이 걸렸다. 다이옥신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가까운 메인포스트 B1 구역, 용산 전쟁기념관과 가까운 B3 구역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그 밖에 스포츠필드(A1 구역)와 소프트볼장(A2 구역)에서도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6월 시범 개방 당시 공개된 A1 구역은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있다. 향후 체육시설로 활용된다. 기준치보다 36배 초과해 검출된 TPH를 비롯해 총 9개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A2 구역은 2020년 8월 먼저 개방된 장교 숙소 5단지 인근 소프트볼 경기장이다. 장교 숙소 5단지는 이국적인 풍경 덕에 소셜미디어상에서 용산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6개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주거지역으로 사용할 경우 발암 위해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모두 종합하면,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기름 유출이 꼽힌다. 일부 유류 저장탱크 및 난방장치 수리·정비·철거 등의 과정에서 기름이 대규모로 유출됐고, 인근 토양과 하수구 등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앞서 구역의 토양과 지하수 등에서 발견된 오염물질 대분은 석유계 물질이다. 보고서에는 쓰레기를 소각·매립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소각재가 뿌려져 토양 표면이 오염됐고, 빗물에 섞이면서 땅으로 침투해 오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관람객들이 용산공원 내 장군 숙소 인근을 지나고 있다. 이 구역도 토양과 지하수 모두 오염됐다.ⓒ시사IN 조남진

다만 보고서에 기록된 원인 및 결과치가 ‘100%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유는 보고서 속 ‘(조사) 제한사항’에 적혀 있다. 조사단은 현장조사 당시 통신선, 전기선, 가스관 및 상하수도 등 지하 매설물들이 있어서, 시설물 파손 방지 등 안전조치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하 매설물이 밀집한 곳은 조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이 경우 오염 개연성이 있는 곳도 현장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고서는 “제외된 구역에서 발견하지 못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시범 개방 전후로 지적된 용산기지 내부의 환경오염 문제가 과장됐다고 본다. 6월10일 용산기지 시범 개방 현장에 나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 장승권 국토교통부 공원정책과 사무관은 “환경부에서 조사한 토양오염은 각 오염원 중에 최고치를 얘기하고 있다. (오염물질은) 땅 위에 있는 게 아니라 땅 속에 있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접촉이 안 되게 하는 저감 조치를 했다. 저감 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과장이다”라고 밝혔다. 장 사무관이 밝힌 저감 조치는 ‘토사 피복 조치’다. 오염된 땅을 교체하지 않고 잔디, 아스팔트, 보도블록 등으로 덮어두는 방식이다. 실제 현장 곳곳에선 기존 토양 위에 새 잔디를 듬성듬성 심어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9월 임시 개방에 앞서 기존 저감 조치 외 다른 정화 작업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장 사무관은 “(9월부터 시작되는) 임시 개방은 미군 부지가 부분 반환되면 될수록 개방 지역을 늘려갈 것이다. 언젠가는 전체가 다 개방될 것이고, 그때는 분명히 오염 정화를 정식으로 한다. 그전까지는 개방을 위해서 이대로 놔둘 것이다. 다만 (잔디와 시멘트를 덮는 등) 다양한 방법의 저감 조치를 9월 임시 개방 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진화에 나섰다. 한 장관은 6월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산공원 오염 문제에 대해 “환경오염도 조사를 국토부에 공유했고 유해성 저감 조치를 했다. 2019년에 결정된 게 ‘선반환 후정화’였다. 앞으로 용산공원 오염과 관련해 확실한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관도 ‘9월에 개방하면 장기 개방이 되는데, 언제 오염 정화 작업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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