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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이유' 있는 한국의 인구붕괴 걱정

입력 2022. 06. 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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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연구通] "비도시 지역의 병원 문제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방치하겠다는 것"

[조상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지난달 25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난데없이 한국의 인구붕괴를 걱정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저출산으로 인해 화성에 여행갈 사람이 충분하지 않을까봐 걱정이지만. 한국은 아기를 분만할 병원도 충분치 않는 실정에 저출산을 따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2021년 12월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은 63개 시군인데, 이런 지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농어촌 지역의 산부인과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통해 해마다 예산을 증액하고 있으나, 분만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관련기사 : <의사신문> 2021년 10월 7일 자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예산 5년간 28% 증가했지만 분만율은 '감소'')

미국은 2014년 기준 전체 출생아의 15%가 비도시 지역에서 태어나지만, 임신·출산과 관련된 의료서비스 제공은 2003년을 기점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비도시 지역 카운티의 54%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산과 의료서비스가 없는 실정이다. 분만실의 폐쇄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 요인인데, 특히 흑인 여성의 모성사망위험은 백인 여성의 3.2배, 태아의 사망위험은 2배라는 사실은 강력한 인종간 불평등도 시사한다.

에모리대학 데이무드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주도(州都)인 애틀란타 이외의 농촌지역에서 아홉 개의 분만실이 폐쇄된 것을 통해 농촌 지역 산과서비스의 부족이라는 조지아 주의 오래된 문제를 살펴본 연구를 국제학술지 <모자보건저널>에 발표했다.(☞ 바로 가기 : 미국 조지아 주 비도시지역의 2012년~2016년 분만실 폐쇄가 흑인 여성에 미친 영향: 혼합방법연구를 이용한 조사)

이 연구의 분석 대상인 조지아 주는 2018년 기준 미국에서 모성사망비는 두 번째로, 영아 사망률은 여섯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조지아 주 모성사망 검토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임신·출산과 연관된 사망은 분만 10만 건 당 26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60%는 예방가능한 사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조지아 주 농촌지역의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분만실의 폐쇄가 어떤 원인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지역, 병원, 환자 자료를 통해 조지아 주의 농촌지역 병원들을 비교하고, 이 기간 동안 지역 분만실 폐쇄를 다룬 신문기사를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 분만실 폐쇄가 일어난 곳은 주민 중 흑인 여성의 비율과 흑인 산모의 비율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 메디케이드 등 정부가 지원하는 보험 가입자의 비율이 높은 특징이 있었다. 또한 분만 건수가 적고, 주거지역 근처 병원에서 분만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고, 분만실 당 의사와 같은 전문가 수가 적고, 전문가 1인당 분만 건수도 적었다.

질적 분석에 따르면, 주로 재정의 어려움이 폐업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6년의 기사는 대체로 산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충분한 지불이 분만실 폐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조지아 주의 엠마뉴엘병원은 분만과 관련하여 2014년에 70만 달러의 적자를 냈고, 조지아 주 전체 출산비용의 60%를 지불하는 메디케이드는 출산 건당 민간 보험의 약 삼분의 일 밖에 보상하지 않았다. 2015년 기사에서는 조지아 주가 메디케이드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농촌지역 병원에 제공하던 재정을 삭감하여 그 결과로 병원들이 적자를 내는 서비스들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재정의 어려움과 함께 언급되는 낮은 분만 건수는 한국에서 '관외 의료 이용'이라고 부르는 인근 타 지역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이용과 관련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인구가 더 많은 지역에서의 분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조산사·분만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병원이 주변 지역의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는데, 이는 병원 분만실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의료서비스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되었다. 농촌지역 병원들은 산부인과 의사를 모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불충분한 보상, 인구집단의 취약성, 높은 의료 책임 비용, 협업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산부인과 의료 인력의 고령화, 노동 시간의 감소, 조기 퇴직 등으로 남은 의료 인력의 유지 또한 어려웠다.

연구진은 분만실 폐쇄가 지역의 인구학적 요인과 의료서비스 선택의 영향을 받았지만 근본적으로는 농촌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요약되며, 이는 미국 전역의 비도시 지역에서 일어나는 저출산과 재정 악화로 인한 병원 폐쇄의 경향을 설명한다고 보았다. 다른 보건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출산과 관련된 의료의 질은 담당하는 서비스의 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연구자들은 불충분한 재정적 보상으로 인해 재정이 어려워지고, 재정이 어려워져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서비스 품질 저하로 환자 유치에 실패하고, 그로 인해 다시 재정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농촌지역 분만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과 산부인과 인력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의료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아 주의 모성사망 검토위원회도 메디케이드를 지불수단으로 허용하는 의사의 수를 늘리고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한 교통편을 제공하며 고위험 합병증을 조기 발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조지아 주 절반 이상의 출생에 비용을 지불하는 주 정부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보상 비용을 인상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관리하고,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 질 지표를 홍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동네 병원과 대형 병원을 연결하여 복잡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인을 훈련하며, 기관간 의뢰가 수행되어야 하고, 조산사와 같은 보건의료제공자에게 더 넓은 업무 범위를 면허하여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아 주 농촌지역의 분만실 폐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흑인과 저소득층 여성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자들은 입법자와 보건의료체계가 비도시지역 병원과 분만실을 유지하는 것을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우선으로 여겨야 하며, 지역에서 제공하는 산부인과 서비스의 감소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논문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지역의 병원이 문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정해져 있다. 어떤 곳에 자원과 사람이 몰리면 다른 곳에서는 부족하게 되는데, 그 부족함을 그대로 두면 지역의 기반 시설은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그 다음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내용은 없어진 시설이 담당했던 기능을 어떻게 채워 넣을 지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소개한 연구는 지명만 바뀐 한국의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서울로, 도시로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면서 오랜 시간동안 부족함을 견뎌온 지역의 시설들은 오늘날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자주 폄하된다. 하지만 거시적인 경제 흐름이 근본 원인인 현상을 놓고 지역에 남아 일하던 사람들을 탓할 빌미로 삼거나 앞으로 지역 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불편과 추가로 소요할 시간과 금전적 비용의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역보건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비도시지역이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돈이 없고 자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산술적으로 남길 이윤이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시장에 문제를 맡긴다는 것은 곧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럴 때는 당연히 시장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논문에서도 말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필요, 불편, 고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다. 원칙이 정해지면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배당해야 할지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서지 정보
- Daymude, A. E. C., Daymude, J. J., & Rochat, R. (2022). Labor and delivery unit closures in rural Georgia from 2012 to 2016 and the impact on Black women: a mixed-methods investigation. Maternal and Child Health Journal, 26(4), 796-805.

[조상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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