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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축구? 아니, 우리는 풋살 한다!

오홍석 기자 입력 2022. 06.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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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풋살 한번 해볼까’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실제 여성 풋살팀이 운영되는 방식, 축구와 풋살의 차이점.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등번호 11번 고경희(25) 씨가 오른발로 힘껏 밀어넣는다. 공은 낮게 깔려 골레이로(골키퍼)가 손쓸 새도 없이 선을 넘었다. 골대가 출렁이자 팀원들은 환호하며 경희 씨를 둘러쌌다.

이들이 즐기는 경기는 축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풋살’이라는 운동이다. 풋살은 공을 발로 차 골대 안으로 넣으면 점수를 얻는 등 축구와 여러모로 닮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풋살은 축구장보다 훨씬 작은 경기장(가로 40m, 세로 20m)에서 5명의 선수가 맞붙어 겨루며 주로 실내에서 진행된다. 선수 교체는 축구와 달리 제한이 없다. 공도 축구공보다는 잘 튀지 않는 규격 4호 풋살 전용 볼이 쓰인다. 공이 선 밖으로 나가면 킥인(발로 차서 경기를 재개)으로 진행되는 점도 다르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인기에 힘입어 풋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풋살팀이 창단되고 있으며, 풋살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G마켓 자료에 따르면 5월 14일부터 6월 14일까지 한 달간 여성 축구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풋살화의 경우는 판매량이 3배(293%)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커진 관심에 덩달아 풋살을 시작할까 고민하는 여성을 위해 아마추어 생활체육 풋살팀 'WFIA 호랭이’(호랭이)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체계적인 팀 운영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영준 감독과 선수들.
6월 11일 토요일 오전 10시. 평일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바쁠 시간에 호랭이 팀원들은 서울 강남 우면산 다목적 공원에 모였다. 일요일 아침에 공 차는 사람들 하면 흔히 운동보다는 뒤풀이에 방점을 찍는 일부 조기축구회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호랭이는 달랐다.

호랭이는 2019년 창단한 생활체육 여성 풋살팀으로, 20대 회원들이 주축이다. 사령탑은 현재 FK 리그 소속 '고양불스풋살클럽’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박영준(33) 감독이 맡고 있다. 그는 현역 풋살 선수이며 2년 6개월째 호랭이를 지휘하고 있다.

2시간의 세션 중 1시간은 훈련, 나머지 1시간은 미니 게임으로 진행된다. 훈련 시간이 되자 호랭이 멤버들은 바닥에 고깔을 놓고 민첩성을 키우는 스텝 코디네이션을 시작했다. 다음, 공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인·아웃 드리블 훈련이 이어졌다. 이어 코트 반대편에서 두 선수가 달려와 일대일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 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쟁심과 승부욕으로 선수들 간 불꽃이 튀기보다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훈련이 진행됐다. 틈이 날 때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조언했다. 박 감독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풋살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운동을 하다 보면 생각만큼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흥미 유발과 재미에 초점을 맞춰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여러 여성 풋살팀에 연락하며 알게 된 사실은 호랭이를 비롯한 다수의 팀이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팀은 선수 출신 감독이 기본기 중심으로 회원들을 지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회에 참가해 다른 팀과 친선경기를 펼친다. 박영준 감독은 이러한 운영 방식이 보편적인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풋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5명이 힘을 합쳐 골을 만드는 재미

트레이닝 세션이 마무리되자 5:5로 팀을 나눠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미니 게임에서 득점을 기록한 경희 씨. 그는 풋살 입문 6개월 된 신규 회원이다. 그가 풋살에서 느끼는 매력은 "5명이 힘을 합쳐 한 가지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며 "함께 골을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풋살 경력 2년 차이자 호랭이 운영 임원이기도 한 김지수(29) 씨. 그는 팀을 위해 서울에 몇 없는 풋살장 예약을 전담하고 팀원들의 출석 체크도 담당하고 있다. 그에게 실력 향상을 위한 팁을 묻자 "풋살은 축구와 달리 발바닥을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풋살 공은 축구공과 달리 잘 튀지 않으므로 이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풋살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처음 하는 스포츠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실력 향상을 위해 참고할 만한 콘텐츠는 유튜브에 많다. 팀원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감독님 지도를 받는 것도 가능하고, 더 빠른 향상을 원하면 개인 강습도 받을 수 있다"며 "두려움 없이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미니축구가 아닌 풋살을 즐기는 그녀들

WFIA 호랭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수(왼쪽)씨와 풋살 입문 6개월차 고경희 씨.
‘골때녀’의 흥행이 여성 풋살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골때녀’를 관성적으로 "축구 예능"이라고 부르지만, 엄연하게 구분하면 출연진이 하는 스포츠는 축구와 풋살을 합쳐놓은 미니축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례로 '골때녀’에서는 규격 5호 축구공을 사용하지만 풋살에서는 규격 4호인 풋살 전용 공이 쓰인다. 또 풋살에서는 선수가 자기 진영의 골레이로에게 패스할 시 반칙이 선언된다. 포지션 또한 축구와 달리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를 '골레이로’, 수비와 볼 배급을 맡는 수비수를 '픽소’, 측면 공격수를 '아라’, 중앙 공격수를 '피보’라고 부른다.

풋살의 정식 규칙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다 보니 아마추어 동호회에서는 팀마다 규칙이 다른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인천아곤풋살클럽을 이끌고 있는 김대원 씨는 2017년부터 프로팀을 지도해온 젊은 감독이다. 그는 2010년부터 풋살 대중화와 풋살 정식 규칙 정착을 목표로 페이스북 페이지 '풋살코리아’를 운영해왔다. 최근 여성 풋살의 인기를 바라보는 그의 말이다.

"TV를 보고 많은 여성이 용기를 얻어 풋살에 입문하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에서 정식 풋살 룰이 적용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엘리트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아마추어 레벨인 생활체육에서부터 제대로 된 규칙이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체육인들이 정식 규칙을 숙지하고 풋살을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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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오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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