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돕지마라" 문자도 받았다..박성민 사퇴 막전막후

성지원 2022. 6. 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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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 간 가교 역할을 맡았던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대선 승리 직후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서범수 의원의 뒤를 이어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당내에선 박 의원의 사퇴 배경에 이른바 ‘윤심(尹心)’이 있는 것 아니냔 분석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살 터울로 울산 중구청장이던 2014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친윤계 인사다. 이 대표는 그간 공공연히 “박 의원을 통해서만 대통령실과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이 대표가 대통령실을 처음 찾았을 때도 수석대변인 등 배석자를 전부 물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과 함께 소수정예로 대화에 참여한 게 박 의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와 정진석ㆍ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의원의 처지가 애매해졌다. 지난 24일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 “당무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 보도가 나오자 이를 전면 부인한 대통령실과 여지를 남긴 이 대표 간 입장이 엇갈리는 등 양측이 마찰 기류를 빚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하는 길에 이 대표가 배웅을 나가지 않으면서 양측이 멀어졌단 해석에 더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악수를 건네자 이를 밀쳐내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이어왔다. 김경록 기자


박 의원은 최근까지 ‘윤핵관’과 이 대표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재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 의원들 중 ‘이 대표를 왜 돕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비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박 의원이 사실 ‘샌드위치’ 신세였다. 일부 강성 당원들이 ‘왜 이 대표 옆에 있느냐. 도와주지 말라’고 문자도 보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전날 포항에서 일정을 마친 이 대표를 찾아가 장시간 대화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전날 한 언론에 “더이상 (이 대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 같다. 도움도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지방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경북 경주 월성원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이 포항에 와서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고, 제가 박 의원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심이 이 대표를 떠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어제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를 방문,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그러나 박 의원의 사의표명으로 이 대표가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의원들은 극소수다. 7일 예정된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당 윤리위원회를 앞두고 친윤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전날 새벽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썼는데,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박 의원의 사퇴에 대해 “이건 ‘당신이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경고다. 저는 (이 대표가) 관둔다고 본다”고 말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그런 경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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