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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게이트' 신기할 따름이지만..그래도 밥은 줘야지

한겨레 입력 2022. 06. 30. 18:30 수정 2022. 06. 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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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졸업 영화가 웁살라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돼 스웨덴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네티즌이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가족들과 식사하는 동안 밥을 주지 않고 친구의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는 댓글을 올렸다.

스웨덴 게이트가 흥미로운 것은 전세계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중인데도 '그래도 이건 선 넘었지' 하는 여론이 모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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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게티이미지뱅크

[삶의 창] 정대건 | 소설가·영화감독

8년 전 졸업 영화가 웁살라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돼 스웨덴에 다녀온 적이 있다. 주최 쪽에서는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아 현지 주민을 호스트로 숙박을 제공해줬다. 보통 영화제에서는 게스트들에게 호텔을 제공하는데 천편일률적인 호텔에 묵는 것보다 훨씬 귀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이전에도 외국여행은 해봤지만 현지 가정집에 묵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스웨덴은 특별한 의미로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 ‘스웨덴 게이트’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의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서 시작된 ‘문화 차이로 당신이 겪었던 가장 이상한 경험은?’이란 제목의 글에 달린 댓글이 시작이었다. 한 네티즌이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가족들과 식사하는 동안 밥을 주지 않고 친구의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는 댓글을 올렸다.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스웨덴인들이 ‘우리 이런 문화 있는 거 맞아. 하지만 예정된 초대의 경우에는 밥을 줘’라고 증언해 사실로 밝혀졌고, 각종 에스엔에스(SNS)로 퍼지며 ‘#swedengate’라는 해시태그까지 나왔다.

스웨덴 게이트가 화제가 되자 내 기억을 되짚어봤다. 나는 손님으로 초대받았기에 스웨덴 게이트 사례를 체험할 수는 없었다. 스웨덴 음식에 관한 기억이라고는 물가가 엄청 비싸고 딸기잼에 찍어 먹는 미트볼이 유명하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받은 기억은 없지만 쾌적한 숙소를 제공해준 영화제와 호스트에게 감사했을 뿐이다.

스웨덴 게이트가 흥미로운 것은 전세계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중인데도 ‘그래도 이건 선 넘었지’ 하는 여론이 모였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종교·문화·인종을 막론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보편성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 기본은 같지’라며 가지고 있던 상식을 깨버린 것이다. 어떻게 밥을 안 줄 수 있어!

스웨덴인들이 악독한 걸까? 아닐 것이다. ‘아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할 것을 배려한 것’이라는 스웨덴인 관점에서의 해명도 있었다. 개인을 중시하고 간섭하지 않는 북유럽의 문화적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과연 모두 존중되어야 하는가. 이 모든 게 문화적 산물이라니 신기할 따름이지만 세계 여론은 하나로 모였다. 그래도 밥은 줘야지. 밥은 그 정도로 중요하다.

친구 가족들이 식사하는 동안 방에서 혼자 기다렸을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면 허기와 박탈감이 느껴진다. 이런 비슷한 기분을 나도 느낀 적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사회는 월급 노동자의 관점과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프리랜서로서 페이를 받는 계약 횟수 이외에 추가적인 미팅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사업결산 미팅. 과연 이것은 일인가? 일이 아닌가? 애매하다. 나는 페이를 받지 않는 날이니 사업을 정리하며 회포를 푸는 자리라고 받아들였다. 한시간 넘게 걸려 가서 5분인가 말하고 미팅은 끝났다. 함께 하는 식사도 없었다.

그들이 나쁜 사람들일까?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프리랜서의 관점에서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사회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밥을 사 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때 내 기분이 나만 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온 아이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밥을 먹고 사담을 나누는 자리였으면 박탈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프리랜서에게는 그런 경우가 꽤 많다. 상대는 월급 받는 인터뷰어고 나는페이 없는 인터뷰이가 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사용자가 프리랜서 입장까지 신경쓰지 않는 게 보편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것이 문화의 문제라면, 아무리 못해도 불렀으면 밥은 주거나 혹은 페이 없이는 부르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그래도 밥은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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