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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칼럼] 가계부채 위험과 은행의 역할

한겨레 입력 2022. 06. 30. 18:30 수정 2022. 07.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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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칼럼]시장금리 상승 시 은행은 비용 증가(예금금리 인상)가 발생하기도 전에 대출금리를 올린다. 즉 은행은 자신의 금리부담 증가 예상분을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전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신용위험이 확대된다. 이는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을 적절히 조절해 고객의 신용위험 확대를 제어해 간다면, 자신의 금리 부담과 고객의 신용위험 부담을 최적의 상태로 조율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고객 부도는 은행에도 커다란 비용발생 요인이 아닌가.

윤석헌 | 전 금융감독원장

시장이 연일 요동을 친다. 물가, 환율, 금리의 3고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데, 특히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가계부채 이자부담 대책이 절실하다.

한쪽에선 금융지주사 이익 기록경신 소식이 들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케이비(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2분기 순익 합산액을 4조3084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나온 수치로 금융권 이익이 시장의 위험 확대와 무관한가 싶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상승으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협력을 강조했다. 같은 날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과도한 이익추구에 대해 비판이 커진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한 저금리 대출 전환 및 금리조정의 폭과 속도 완화를 당부했다.

즉각 ‘은행의 금리 결정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은행의 책임을 너무 가볍게 본 게 아닌가 싶다. 금리 결정은 시장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 9월 이후 예상되는 취약차주 부실이나 그간 지나치게 높아진 가계부채 부담 등을 고려하면 한가한 비판이란 느낌이다. 감독당국은 이에 개의치 말고 문제가 악화돼 시스템 위기로 번지기 전에 은행 책임을 환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불안정한 시장변수 가운데서 특히 금리가 걱정이다. 당분간 가계나 자영업자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에 은행의 금리인상이 가계부채의 부도 내지 연쇄부도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4%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1.75%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 16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실행했고 다음달에도 추가인상이 시사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상승이 가장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분야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부담이다. 전체 가계부채의 80%를 차지하는 주담대의 75%가 변동금리형이다. 금리상승은 이런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이자상환 부담을 키워 부도 가능성을 높인다. 금리 급등, 급격한 경기침체, 주택가격 폭락 등으로 주담대 대규모 부도사태가 발생하면 은행이 부실화돼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면서 시스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가계부채의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신용대출은 이질적인 대출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전세대출 등은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한편 금리상승은 신규 가계대출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증가세 완화 내지 감소세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당분간 금리상승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대형 시스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의 부동산 선호가 남달라 개인 자산의 75%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자금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은행도 주담대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신용위험 확대 등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다만 코로나 지원 종료가 예상되는 9월 이후 은행들이 취약차주 대출 재연장을 중지하거나 대출금리를 크게 인상하면 연쇄부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부실 차단을 위한 선제적 자금지원 제도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은행 쪽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 통상 은행은 금리상승기에 이자이익이 증가한다. 자산 쪽 금리민감도가 부채 쪽보다 높기 때문이다. 은행권 대출은 주담대의 25%를 차지하는 고정금리형을 제외하면 시장금리연동형 내지 변동금리형이다. 하지만 예금은 고정금리(요구불예금)이거나 실질 만기가 길어 금리상승 반영이 늦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출금리는 금리상승을 빠르게 반영하지만 예금금리는 서서히 반영해 이자이익이 증가한다. 이런 이자이익 증가는 따지고 보면 은행권에 허용된 요구불예금 덕분인데, 여기서 잠시 신용위험을 접어두면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는 그 자체로 무위험이다. 은행권에 요구불예금이라는 공짜점심을, 그것도 제도로 만들어 허용해준 결과다.

대출금리 인상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의 신용위험 확대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은행이 선택한 결과다. 시장금리 상승 시 은행은 비용 증가(예금금리 인상)가 발생하기도 전에 대출금리를 올린다. 즉 은행은 자신의 금리부담 증가 예상분을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전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신용위험이 확대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을 적절히 조절해 고객의 신용위험 확대를 제어해 간다면, 자신의 금리 부담과 고객의 신용위험 부담을 최적의 상태로 조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고객 부도는 은행에도 커다란 비용발생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관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지표를 함께 사용했다. 전자는 거시변수로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이 명목 지디피 증가율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후자는 기본적으로 가계의 총부채 원리금상환액을 가계 연간소득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두 지표의 동시 사용은 가계 차원의 미시적 수단을 거시적 총량관리와 연결하기 위한 취지다. 향후 가계부채 관리의 근간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은행은 금리상승 말고 다른 가계의 형편 악화나 부동산가격 폭락 등이 초래하는 가계부채 사태에도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는 사전예방책과 사후관리방안을 포함하는데, 전자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안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제도의 가계부채 부문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비율 상향이나 은행 자체 충당금 적립도 바람직하다.

사후관리 차원에서 부도비용 감축 노력도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제안한 ‘지속적인 워크아웃형 모기지’는 워크아웃을 집값 하락 등에 연계하는 방식이다.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의 ‘책임분담모기지’는 주택가격이 모기지 상환금액 아래로 떨어질 경우 은행과 가계가 손실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들 모두 은행이 가계부채 해법에 직접 참가하는 방식으로, 부도비용 감축에 기여한다. 은행의 결자해지 책임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은행도 고객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프리 워크아웃 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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