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샌즈 "韓기업, 개도국서 6000억 벌었지만 공여 300억뿐"
4억6000만 달러(5970억원) vs 2500만 달러(324억원).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 기업이 개발도상국 등에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조달하며 벌어들인 매출액과 한국 정부가 이들 국가에 공여한 지원금을 비교한 액수다. 구체적으로 보면 5970억원은 한국 기업이 2019년부터 2022년 1분기까지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글로벌펀드’에 보건의료 기기를 조달하며 올린 매출이다. 반면 324억원은 한국 정부가 지난 6차 지원 약정 때 3년간(2019~2022) 글로벌펀드에 공여하기로 한 지원금이다. ‘팬데믹 특수’로 한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동안 한국 정부가 이들을 위해 내놓은 돈은 그의 1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난 피터 샌즈(60)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은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글로벌펀드는 2002년 만들어진 국제보건기구로 3대 전염병(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에 앞장서왔다. 각국 정부와 민간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지원금 약정 회의는 3년에 한 번 열린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진단키트나 의약품 등 팬데믹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샌즈 사무총장은 오는 9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릴 제7차 지원금 약정(2023~2025) 회의를 앞두고 국제보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3대 전염병 퇴치 사업 후퇴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후퇴했다. 샌즈 사무총장은 “봉쇄 조치가 된 곳도 있었고 그나마 남겨진 의료진들도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되다보니 다른 전염병 퇴치에 들어갈 여력이 줄었다”며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지표들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실제 결핵의 경우 사망자가 6.5%, 말라리아는 12.4% 증가했다. 두 질병의 사망자가 늘어난 건 각각 2002년과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에이즈의 경우 치료제 공급이 잘되면서 사망 자체는 6.2% 감소했으나 검사 건수가 22% 줄었다.
“7차 회의 목표금액 180억 달러…한국 역할 기대”
지난 6차 지원금 약정 때 한국은 2500만 달러(324억5000만원) 지원을 약정했는데 공여국 중 20위 규모다. 국내총생산(GDP)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캐나다와 호주가 내는 기여금만큼 기부한다면 1억2900만 달러(1674억4200만원)까지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 샌즈 사무총장은 “전염병과의 싸움에서는 이기거나 지는 것 두 가지만 있다. 그 중간은 있을 수 없다”라며 “싸움에서 이기려면 한국과 같이 부유한 나라들이 더 노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기대하는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호주, 캐나다, 스페인 등의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은 1억 달러(1298억원) 이상 약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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