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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자동화'에 아마존도 손정의도 수조씩 투자하는 이유

성유진 기자 입력 2022. 06. 30. 20:00 수정 2022. 07. 0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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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거세지는 물류센터 자동화 물결

지난 6월 16일 오후 풀필먼트 서비스(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괄 대행) 기업 ‘파스토’ 용인1센터.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건물 안에 들어서자 7m 높이의 큐브형 창고 ‘오토스토어’가 눈에 들어왔다. 장바구니 크기의 빈(bin·통) 1만 3000개를 16단으로 쌓아 올린 창고로, 각각의 빈에는 이커머스 판매자(셀러)들의 상품 재고가 보관돼 있었다. 꼭대기에선 로봇 20대가 분주히 돌아다니며 주문 상품이 담긴 빈을 골라 아래쪽에 있는 작업대 네 곳으로 각각 내려보냈다. 직원은 제자리에서 상품을 꺼내기만 하면 됐다. 로봇들은 주문이 들어왔을 때 빠르게 빈을 내려보낼 수 있도록 틈틈이 출고 빈도가 높은 상품을 위칸으로 옮겨놓는 작업도 한다.

풀필먼트 서비스 기업 파스토가 지난해 문을 연 용인1센터는 오토스토어(위쪽)와 피킹 타워(아래쪽)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60% 이상 높였다. /파스토

◇수요 폭발, 인력난… 로봇이 도우면 작업 속도 두 배

파스토는 2018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곳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온라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6월 용인1센터를 열며 1층을 자동화 센터로 구성했고, 같은 해 국토교통부에서 스마트 물류센터 1등급(예비) 인증을 받았다. 풀필먼트 전문 기업으론 유일하다. 파스토는 이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찾아 꺼내오는 피킹(picking) 시간을 줄이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풀필먼트 기업은 보통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상품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제품을 찾아 포장한 후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주문에서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의 70% 정도가 피킹 작업에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당 많은 주문을 처리하려면 피킹 속도를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이날 둘러본 풀필먼트 센터에는 오토스토어 외에도 피킹타워, 슈어소트, 무인운반로봇(AGV) 같은 다양한 자동화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피킹타워에선 주문 정보가 담긴 바구니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다 담아야 할 상품이 있는 구역에서 멈춘다. 해당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작업자가 상품을 선반에서 찾아 담고, 다시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면 다음 상품을 담으러 이동한다. 슈어소트는 각각의 바구니로 상품을 분류하고 합포장해주는 첨단 장비다.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무인운반로봇은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들어 작업자에게 가져다준다.

파스토는 이런 자동화 설비를 통해 입고부터 상품 관리, 출고까지의 과정에서 작업자 1인당 생산성을 63% 끌어올렸다. 현재 용인1센터 1층에선 직원 60명이 하루 평균 8000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올 연말까지 안정화 작업을 거쳐 생산성을 2배 이상으로 높이고, 하루 최대 3만건을 처리하는 게 목표다. 파스토 관계자는 “자동화는 상품 종류가 다양한 이커머스에 특히 효율적이고 피킹 오류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물류 센터에서 무인운반로봇을 적극 활용 중이고(위쪽), 월마트도 창고 자동화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아래쪽). /아마존로보틱스·월마트

◇아마존도 월마트도 자동화에 투자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물류센터 자동화는 유통기업들의 성패를 가를 승부처로 떠올랐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물류센터 자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미 10년 전 창고용 자동화 로봇 기업 키바 시스템스(현 아마존 로보틱스)를 인수했고, 현재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로봇 35만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로봇이 바닥에 고정된 노선을 타고 작업자 앞으로 상품 선반을 가져다주는 무인운반로봇 ‘키바’가 대표적이다. 작년엔 매사추세츠에 로봇 개발과 제조를 위한 연구소를 열었고, 지난 4월엔 1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물류 관련 5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창고 바닥에서 높은 천장까지 수직으로 오가며 작업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가진 ‘바이오닉하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도 물류센터 자동화 기업 ‘심보틱’ 등과 협력해 관련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여름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차세대 풀필먼트 센터 네 곳을 짓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상품을 작업자 바로 앞으로 가져다주는 설비, 상품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설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는 지난 2019년 물류로봇 기업인 ‘6리버시스템스’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작년 노르웨이의 물류창고 자동화 기업 ‘오토스토어’의 지분 40%를 28억달러에 사들였다.

국내 기업들도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CJ대한통운과 LG전자는 AMR(자율주행 운송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을 찾아 피킹·포장·출고하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르면 7월 로봇 10대를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에 투입하기로 했다. AMR은 고정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AGV와 달리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형태다. 쿠팡은 자동 분류기 도입과 컨베이어 벨트 증설, AI를 활용한 작업 동선 최적화 등에 2020년에만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했다.

/자료=로지스틱스IQ

◇”인력 부족, 창고 자동화 필수될 것”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물류센터 수는 2020년 15만600개에서 2025년 18만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 없이 수작업으로 일한다면 근로자 350만명이 추가로 필요한 시설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할 근로자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미 온라인 매체 VOX는 최근 아마존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아마존이 평소처럼 사업을 계속한다면 2024년쯤 창고에 충원할 인력이 바닥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일자리 중개 플랫폼 ‘인스타워크’ 조사에 따르면 물류센터 운영자의 73%가 ‘충분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존 바비 맥킨지 애틀랜타사무소 파트너는 “미국에서는 물류창고 시간당 임금이 18달러를 넘어섰지만 대다수 기업이 직원 고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창고 자동화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로지스틱스IQ는 전 세계 물류센터 자동화 시장이 2019년 150억달러에서 2027년 41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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