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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의 '그런데'] '정치의 사법화' 어쩌나?

입력 2022. 06.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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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정부와 여당이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자 민주노동당과 민변 등은 잇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다음 해 4월, 헌법재판소는 '파병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로 헌재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심판할 수 없다.'라며 각하 결정을 내리지요.

이같은 헌재의 결정은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하는 근거로 인용되곤 합니다.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 결론 내려고 하지 말라는 거죠.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쓰고, '대한민국은 민주법원국이다'라 읽는다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정치권이 책임 규명 요구에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결국 유족이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지요.

이건 국회에서 충분히 진상 규명이 가능합니다. 과연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느냐와 월북자로 낙인찍은 사람은 누구인가는 여야가 협의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니까요.

국회에서 할 일을 넘겨받은 검찰도 곤혹스럽기 마찬가지입니다. 전 정부와 현 정부가 하나의 사실을 놓고 해석을 달리하고 있으니까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기록물'도 여야가 협의해서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대통령 재임 당시 기록을 활용할 수 있게 하자며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엔, '정치적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에 한해 열람을 거부하게 돼 있는데, 이게 참 애매하지요, 이런 건 여야가 합의해 비공개 기준을 명확히 하면 됩니다.

영국 노동당 당수 중 최초로 총리를 두 번 역임한 클레멘트 애틀리는 '민주주의란 토의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정치의 본질은 갈등 해결입니다. 토론과 협의, 조정을 거쳐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게 정치인이 하는 일입니다.

정치권이 사법부 판단에 기대는 건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 아닐까요.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의 정치화' 또한 잉태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정치의 사법화' 어쩌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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