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 걱정? 전력대란 더 걱정

김남준 2022. 7. 1.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여름에 지난해보다 더한 ‘전력 보릿고개’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더운 날씨에 전력 사용이 예년보다 늘어나는데, 전력 공급은 과거와 비슷해서다. 특히 신한울 1호 등 신규 원자력발전 투입 기간이 늦어진 것이 전력 수급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서 이번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전년(91.1GW)보다 높은 91.7~95.7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수요가 최대가 되는 시점은 올해 8월 2주 차다. 하지만 이 기간 전력공급(100.9GW)은 전년(100.7GW)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체 전력공급(정비·고장 제외)에서 그날 전력 수요를 빼고 남은 전력을 뜻하는 전력공급 예비력은 5.2~9.2GW로 지난해 예비력(9.6GW)보다 4.4~0.4GW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예비력을 전력 수요로 나눈 전력공급 예비율은 5.4~10% 수준이다.

통상 예비력은 10GW 이상이어야 안정된 상태라고 본다. 예비력이 5.5GW 아래도 떨어지면 전력 수급 경보 ‘준비’를 발령한다.

여름철 96GW 쓰는데 공급 101GW, 예비전력 5GW 간당간당

예비력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관심’(4.5GW 미만), ‘주의’(3.5GW 미만), ‘경계’(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순으로 경보 수위가 올라간다. 경계 단계부터는 긴급 절전을, 심각 단계에는 순환 정전을 시행한다. 순환 정전은 더 큰 전력수급 위기를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 한해 강제로 전력을 끊는 조치로, 2011년 대정전 사태 때 실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산업부 예측대로면 이번 여름철 최악의 상황엔 전력수급 경보 ‘준비’까지 발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012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예비력이다. 여름철 기준 올해 전망 예비력보다 낮았던 적은 2012년(2.8GW)과 2013년(4.7GW)이 유일하다. 실제 최근 전력수급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예비율(9.5%)이 올해 들어 처음 10% 미만을 기록했다고 했다. 기상 이변으로 7~8월에 심한 무더위가 온다면 예상보다 더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91.7~95.7GW)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산업부는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해 자체 예측모형 분석과 전문가 검증을 통해 전력 수요를 예측했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완화로 전력 사용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점도 전력 수요 증가 예측의 배경이 됐다.

전력공급이 예상보다 늘지 않았다는 점도 수급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 원전 고장 및 예방정비가 많았던 지난해 여름철보다 올해 여름철 원전의 전력공급 능력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노후 석탄발전 폐지 및 정비 등의 영향에 전체 전력공급 능력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냉방기 공급이 늘어난 데다 기상 이변 등이 계속 발생하면서 여름철 전력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반면에 전력 공급은 단기적으로 쉽게 늘리기 힘들어 전력 수급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정됐던 신규 원전 건설 지연이 전력수급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이었던 신한울 1호기 가동 시점이 오는 9월 30일로 최종 연기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신한울 1호는 원래 2020년 4월 완공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 허가를 신청했지만, 원안위가 비행기 충돌 위험 등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일정을 1년 이상 늦췄다. 지난해 7월 원안위가 뒤늦게 신한울 1호를 조건부 허가해 시운전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추가 설비 개선이 필요하게 되면서 가동 시점이 반년 이상 또 늦어졌다. 정부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상황에 따라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의 전력을 당겨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시운전하면 원래 최대 생산 가능한 전력의 절반 수준을 만들 수 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