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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인 척' 대나무 움켜쥔 판다 손목뼈..왜 길게 진화 안 했나

조홍섭 입력 2022. 07. 01. 10:40 수정 2022. 07. 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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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이나 열매 등을 먹던 잡식동물이던 자이언트판다의 조상이 거의 대나무만을 먹는 초식동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가 가짜 엄지이다.

공동연구자인 데니스 수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500만∼600만년이란 시간은 판다가 더 긴 가짜 엄지를 개발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돌아다니며 체중을 지탱해야 할 필요가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해 대나무를 먹는 데 충분하지만 보행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에 머무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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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600만년 전 판다 조상, '가짜 엄지' 손목뼈 더 커
대나무 먹는 데 편리한데도 더 길게는 발달 안해
네발로 걸을 때 체중지탱 고려하면 더 길면 안돼
대나무를 쥔 판다의 앞발을 보면 다섯 개의 발가락과 마주 보는 자리에 종자골이 변형된 ‘가짜 엄지’가 움켜쥐는 노릇을 한다. 샤론 피시 제공.

다른 동물이나 열매 등을 먹던 잡식동물이던 자이언트판다의 조상이 거의 대나무만을 먹는 초식동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가 가짜 엄지이다. 손목뼈의 일부가 엄지처럼 확장해 대나무를 단단히 움켜쥐고 으깨어 먹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은 100년 이상 전부터 알려진 적응 진화의 유명한 사례이지만 어떻게 손목뼈가 가짜 엄지로 진화하게 됐는지는 화석 기록이 없어 수수께끼였다. 왕 샤오밍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은 중국 윈난 성 자오퉁시의 화석 산지에서 발굴한 600만∼700만년 전 판다 조상의 화석을 분석해 그 비밀의 일단을 밝혔다고 1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사람은 대부분의 동물과 달리 엄지가 나머지 손가락을 마주 보아 꽉 움켜쥐거나 정교한 조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판다는 가짜 엄지를 이용해 사람처럼 능숙하지는 않지만 대나무를 움켜쥐어 미끄럽고 단단한 껍데기를 벗겨내고 으깨어 먹는다.

판다의 ‘가짜 엄지’(옅은 색) 기능. 연결된 근육의 힘으로 대나무를 단단히 움켜쥐기도 하고 이동할 때 평평한 밑바닥으로 체중을 지탱하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 제공.

가짜 엄지는 손목뼈 일부인 종자골이 확대돼 다섯 손가락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것이다. 왕 박사는 “깊은 대나무숲에서 판다는 고기와 베리의 잡식식단을 아열대 숲에 양은 풍부하지만 영양가는 빈약한 대나무만 조용히 먹는 것으로 바꾸었다”며 “대나무를 씹을 만한 크기로 으깨기 위해 단단히 붙드는 것은 엄청난 양의 대나무를 먹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적응이었을 것”이라고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저명한 고생물학자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는 ‘판다의 엄지’라는 널리 알려진 책(김동광 역/세종서적/1998)에서 생물 진화가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는 적응의 대표적 사례로 판다의 가짜 엄지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엄지 노릇을 하는 종자골은 작고 넓적하며 거의 튀어나오지도 않은 빈약한 형태여서 어떻게 이런 형태가 됐는지 의문을 낳아 왔다. 놀랍게도 이번에 발견된 600만년 전의 판다 조상은 현생 판다보다 가짜 엄지가 더 컸다. 대나무를 잘 다루는 게 목적이라면 왜 판다의 엄지는 더 크게 진화하지 않았을까.

연구자들이 화석을 분석해 얻은 결론은 손목뼈가 변형된 제6의 엄지는 단지 대나무를 움켜쥐기 위한 것만 아니라 걸을 때 체중을 지탱하는 구실도 했다는 것이다. 왕 박사는 “판다는 가짜 엄지로 먹고 걷는 이중의 기능을 수행했다”며 “이것이 엄지가 커지는 것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화석을 기초로 복원한 600만년 전 판다의 조상인 아일루라르크토스 상상도. 모리시오 안톤 제공.

현생 판다는 조상에 견줘 가짜 엄지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끝이 구부러져 대나무를 꽉 움켜쥐기 편하고 밑부분은 평평해 바닥을 딛기 편한 형태이다. 공동연구자인 데니스 수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500만∼600만년이란 시간은 판다가 더 긴 가짜 엄지를 개발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돌아다니며 체중을 지탱해야 할 필요가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해 대나무를 먹는 데 충분하지만 보행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에 머무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굴드는 ‘판다의 엄지’에서 판다가 손목뼈를 재활용해 가짜 엄지를 만든 것을 두고 “조금 꼴사납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작동되는 해결책이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가짜 엄지가 체중을 지탱하는 구실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굴드도 기뻐했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고단백 잡식식단을 저영양 고섬유질 대나무로 바꾼 판다는 아직도 육식동물의 짧은 소화관을 지녀 먹는 대나무의 20%만 소화한다. 이 때문에 하루 15시간 동안 45㎏의 대나무를 먹는다. 다행히 대나무는 아열대 숲에서 빠르게 자라 연중 풍부하고 이를 먹는 경쟁자도 거의 없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13402-y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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