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3~4년간 30%까지 빠질 수도, 투자 조급증 버려라

배현정 2022. 7.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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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재테크
28일 서울 중구에 있는 중앙일보S 사옥에서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왼쪽)과 신현강 부와 지식의 배움터 대표가 과거 침체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이야기를 나눴다. 정준희 기자
“조급해하지 마라. 1000만원, 2000만원으로 서울에 갭 투자하던 시절, 다시 올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최종적으로는 늘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대출자들이 죽었다. 당신이 그 사람이 되지는 말라.” (신현강 부와 지식의 배움터 대표)

최근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집값이 6월 들어 하향세를 보이며,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20여 년의 실전 투자 경험을 지닌 신현강 대표와 김인만 소장을 통해, 과거 침체장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침체장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그 생존법을 들어봤다.

신 대표는 1998년 IMF 경제위기 때 투자를 시작해 2000년 중반 상승장과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하락장을 모두 겪으며 꾸준한 수익을 낸 실력파 투자자다. 2017년 서울의 대세 상승 흐름에 긴가민가하던 당시 『부동산 투자 이렇게 쉬웠어?』라는 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은 회복기에서 호황기로 넘어온 시기”라며 “호황기에는 A급 지역, 급등기에는 외곽지역에 갭 메우기 투자가 각광 받을 것”이라고 사이클에 기반한 상승장의 흐름과 투자 대상을 정확히 짚어냈다.

김 소장은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와 부동산중개법인 ‘부다방’ 대표로, 200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 현장에서 투자자들의 환호와 눈물을 함께 겪어왔다. 그는 2020년부터 “시장의 상승이 이미 멈췄어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정이 지연되면서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 그는 “2014년을 전후해 침체에서 깨어난 서울 집값은 2020년에 상승 폭이 2배에 이르렀다. 저금리 유동성으로 조정이 2년 늦춰진 상황”이라며 “2022년 외곽에서 시작해서, 서울의 조정은 2025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끌’ 2030 안전장치 필요

Q : 현 주택시장은 과거와 비교하면, 언제와 비슷한가.
▶김인만 소장 “2007~2008년 무렵과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의 5년 규제 시대를 거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등 집값 급등 7곳)의 거품이 꺼졌고, 서울 전반적으로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침체에 접어들었다. 지금 분위기가 그때와 유사하다. 앞으로 일시적 반등은 있겠지만, 최근 3년의 강한 상승장처럼 접근하긴 조심스럽다.”

▶신현강 대표 “2007년과 유사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후 분위기가 꺾였다. 버블세븐도 그렇고, 서울·경기의 미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에 비하면 주택 공급이 많이 부족하고, 미분양도 현저히 적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당시도 외곽 지역인 동탄·송도 등지부터 가격이 빠졌다. 지금도 송도, 동탄, 의왕 등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뜨다가 가라앉지 않나.”

Q : 그렇다면 외곽에서부터 중심부로 조정이 확산될까.
▶김 소장 “의왕·동탄 등 GTX 주변은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에 대한 정상화 과정이다. 이 정도를 떨어졌다고 하면, 진짜 위기가 오면 어쩌나. 서울 기준으로 7~8년 상승했으면, 3~4년은 조정되는 게 정상인 거다. 단, 올해는 많이 오른 호가가 조정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위기는 2025년 이후 3기 신도시 물량이 나올 때다. 그때 ‘줍줍’(무순위 청약)도 가능해 보인다.”

▶신 대표 “동의한다. 3기 신도시가 들어올 때가 되면 상승장이 길어 조정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 입주 물량도 터진다. 조정이 깊어질 수 있다.”

Q : 침체장이 오면, 집값이 얼마나 빠질까.
A : ▶김 소장 “3~4년에 걸쳐 30%까지는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전세가격 이하로는 떨어지기 쉽지 않다. 재개발·재건축의 낙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갔고, 전세 레버리지가 매매가격의 10~20%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 시세 10억~11억원의 강남 소형 재건축이 2011년 8억원까지 미끄러졌다. 바닥 같았다. 그런데 2012년 5억7000만원까지 밀렸다.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레버리지를 쓰기 어렵고, 대출이 많은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고 이자 부담되니 던지더라.”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Q : 침체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신 대표 “왜 서울 집값의 하락 초기인 2010년보다 가격이 더 내려간 2012년에 더 많이 던졌을까. 처음엔 다들 침체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2008년 이후 2010년까지 당시를 침체장이라고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투자자들은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구멍을 찾았다. 주식의 ‘데드 캣 바운스’(폭락 후 잠깐의 기계적 반등)와 같이 튀어 오르는 시기가 있으니까 ‘회복되는 거야’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다 3년쯤 지나면 매물을 던진다. 3년이 고비다.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서울 집값은 2010년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들어 2014년, 2015년부터 다시 꿈틀댔다. 애초부터 ‘2016년엔 회복될 거니까 버텨야지’ 계산한 사람은 거의 없다.”

▶김 소장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람은 어떻게든 버틸 여력이 된다. 버티고 안 팔면 손실이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2020년, 2021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 2030세대를 예의주시한다. 신혼부부가 혼인신고하지 않고 한 사람은 담보대출을 받고, 또 한 사람은 전세대출 80%까지 받아서 사곤 했다. 이런 경우 침체기에 매우 취약하다. 7월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까지 확대되는데, 시기적으로 아쉽다. 주택 가격 하락이나 금리 인상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꼬마빌딩 거품 꽉 차 급매 늘듯

Q :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김 소장 “시기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미분양이 나는 건 그래도 낫다. 고분양가이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침체기에 더 힘들다. 과거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권을 마이너스 피(프리미엄)로도 많이 던졌다. 한 채만 매수하면 괜찮은데, 1억원 있는 사람이 계약금 3000만원에 세 채씩 매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채는 전세를 돌리더라도, 세 채를 조율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하고, 전셋값도 오르니까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미분양을 잡는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이미 집도 있음에도 ‘미분양이 기회다’ 투자하는 건 신중하게 고려하자.”

▶신 대표 “미분양에 투자하려면 미분양이 점점 줄어들거나,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시점에 해야 한다. 요즘에 대구 미분양을 얘기하면서 2019년의 부산 사례와 많이 비교하는데, 그땐 상승장 초중반이었고, 지금은 시장의 힘이 많이 빠진 시기다. 인천 검단도 공급이 많아 후폭풍이 우려된다. 그러나 신도시이고, 실거주 가치가 있다. 초급매가 나온다면, 그런 매물은 잡아도 손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천편일률적으로 ‘인천은 안되나요?’보다 입지나 실거주 가치가 있는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

Q : 침체장에서도 적합한 투자는 무엇인가.
A : ▶신 대표 “급매보다 싸게 던지는 매물을 잡기 위해 경매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상가 등 수익형 물건에 대한 관심이 올라갈 수 있다. 침체기에는 매매보다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다. 규제도 완화되고, 다주택자로의 길도 다시 열린다. 지금은 한 템포 쉬면서 다음 전략을 준비하기 좋은 시기다.”

Q : 금리가 올라가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도 리스크가 있지 않나.
▶김 소장 “현재 상가 시세는 과도하다. 금리가 올라가는데, 수익률은 예금 금리보다 낮다. 자연스럽게 상가 매매 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기엔 상가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신 대표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도 너무 많이 올랐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말 그대로 수익형 상품인데, 아파트랑 똑같이 시세차익형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불과 3~4년 사이에 3.3㎡당 700만원 수준에서 2000만원, 3000만원씩 올라버렸다. 아파트보다 더 급등했다. 아파트는 대출이 거의 막혔는데, 지식산업센터는 80%까지 나왔다. 월세는 비슷한데 금리가 오르면, 분명히 ‘곡’소리가 날 것이다.”

▶김 소장 “꼬마빌딩에도 현재 거품이 꽉 찼다. 꼬마빌딩은 월세를 받는 수익형이면서, 땅의 가치가 오르는 시세차익형 색깔도 있다. 그런데 요즘 수익률이 너무 낮아졌다. 연 3%는 커녕 1%대도 수두룩하다. 반면 매매가격은 공시지가의 3배 이상일 정도로 올랐다. 120억원짜리 빌딩을 100억원의 대출로 샀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5%면 연 5억원을 대출 이자로 내야 한다. 웬만한 사업체를 가졌거나 전문직이라고 해도 감당이 어렵다. 급매가 늘어날 수 있다.”

Q : 주택 실수요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신 대표 “10억원 하던 아파트가 7억원이 될 수 있다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일반인은 ‘집을 빨리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고수들은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물건을 찾을 것이다. 그 10억원 아파트 단지가 1000가구짜리라면 999가구는 버티고 있는데, 1가구가 7억원에 던진 것이다. 모든 아파트가 7억원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다. 떨어지더라도 손해가 적을 대상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김 소장 “지난해만 해도 그렇게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주춤하다. 분양가격이 올라간 영향도 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 침체장에선 매매 수요보다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2025년 이후 본격적인 침체기가 오면 1000만원, 2000만원으로 서울에 갭 투자하던 시절, 다시 올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의 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주택을 사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다.”

배현정 기자 hyunjung.bae@jo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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