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의 변신.. "학력 전수조사" "혁신학교 손질"

김은경 기자 2022. 7. 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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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과 달라진 교육 목표
학생들 성취 수준 파악 힘들고 학력저하 대응 어렵자 수정
광주교육감 "실력 광주", 전북교육감 "주기적 학력평가"

“우리가 건강 검진 받을 때 ‘누가 더 건강한가’ 경쟁하려고 받나요? 어디가 약한지 알아야 적합한 처방을 할 수 있듯이, 공부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진단 평가가 꼭 필요합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취임과 함께 밝힌 각오다. 서 교육감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주기적으로 진단 평가를 실시해 학생들 학력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진보 교육감들이 “시험이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학력 평가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그는 “전체 석차를 복도에 써 붙이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담임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 본인은 성적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일 나란히 임기를 시작한 진보 교육감들 상당수가 변화를 예고했다. 4년 전만 해도 17개 시·도 교육감 중 14곳을 장악하면서 ‘혁신학교 확대’ ‘통일교육’ 같은 추상적 구호에 집착했던 이들이 이젠 학력 저하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각성하기 시작한 셈이다.

◇진보 교육감들 “평가 강화해야”

역시 진보에 속하는 이정선 신임 광주교육감 취임 일성(一聲)은 “‘실력 광주’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 ‘학력 신장’에 방점을 둔 발언이다. 그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더 깊이 공부하고, 일찍 취업하기 원하는 학생은 미래 기술을 반영한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광주 지역 수험생들이 수능 1·2등급을 받는 비율이 높았던 때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김대중 전남교육감도 진단 평가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교육감 측 인사는 “지난 4년간 진보 교육감이 절대 다수인 상황이었는데도 대입 제도와 교육과정을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바꾸지 못했다”며 “수능 제도는 그대로인데 학력은 떨어지면서 학부모들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진로·진학에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학습 지원을 하려면 평가가 불가피하다”며 “전수 학력 평가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지금까지 진보 교육감들은 시험이 경쟁을 조장하고 학생들을 줄 세운다며 각종 평가를 없애거나 축소했다”면서 “그 결과 학생들 성취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학력 저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보에서 보수로 ‘교육권력 교체’가 이뤄진 경기·강원·충북·부산 등에선 이미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무너진 학력을 회복하겠다”는 공언(公言)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학교 내신에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수능형 문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도 “전수 학력평가를 통해 공교육의 1차 목표인 기초학력을 튼튼하게 하고 학업성취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혁신학교 전방위 수술 눈앞

진보 교육감들 대표 정책으로 꼽히던 ‘혁신학교’도 대폭 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수 교육감뿐 아니라 진보 교육감들도 혁신학교의 부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2009년 진보 성향인 김상곤 교육감 시절 경기도에서 시작된 공교육 모델로, 토론·체험 중심 수업을 하고 매년 교육청에서 수천만원 지원을 받는 초·중·고교를 가리킨다. 2020년 한 해에만 644억5000만원이 전국 혁신학교에 들어갔다. 시험과 숙제를 줄이고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지만 교과 수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해 학력 저하를 부른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국 혁신학교 2746곳 중 1393곳(50.7%)이 경기도에 있는데, 임태희 신임 경기교육감은 “혁신학교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고 기존 혁신학교는 그동안 성과를 엄정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도 혁신학교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특정 학교만 선정해 예산을 주는 등 학교를 구분 짓는 정책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 혁신학교에서 이뤄진 좋은 교육과정이 있다면 남기지만 학교 간 구분이나 차별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변화를 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지난 8년간 추진했던 혁신교육에 대해서도 성찰적으로 돌아보겠다”며 “기초학력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만 “기초학력과 기본학력을 보장하고 학습 중간층을 회복하겠다”면서도 전수 평가 방식은 배제하겠다고 했다. 이어 “일제고사라는 낡은 평가 방식은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과 양립하기 어렵다”며 “학생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평가 방식을 고안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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