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교사 '원더티처'들, 여학생의 '체육 히어로'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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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5년차인 홍유진 당곡중 교사는 학교에서 1명뿐인 여자 체육교사다.
여성 체육교사들은 체육 시간에 소외된 '여학생'들을 보면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다.
전 교사는 "교사 생활을 시작한 2015년, 체육교사 6명 중 여성은 나 혼자였다. 여성 체육교사를 경험한 적이 없는 학생이 많았다. 체육 시간에 여성 교사가 실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땀 흘리는 여성이 멋지다는 인식을 여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여성 체육교사 모습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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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교사체육공동체 '원더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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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5년차인 홍유진 당곡중 교사는 학교에서 1명뿐인 여자 체육교사다. 대학 시절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해 체육교사가 됐지만, 막상 학교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학창 시절 경험하지 못한 종목들이 많았고, 일부 남학생들은 특정 종목에선 홍 교사보다 실력이 좋았다. 남성 교사는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는 고민이었다. 그는 “털어놓을 동료 교사가 없어 외로웠다. 같은 고민을 가진 여성 교사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대학 여자축구대회에서 인연을 맺은 전해림 덕성여고 교사와 함께 지난해 가을부터 학생 체육을 고민하는 여성 교사들의 모임을 구상했다. 올 2월 여성교사체육공동체인 ‘원더티처’(WONDER-TEACHER)를 만들었다. 현재 여성 교사 약 140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체육교사지만, 초등 체육을 가르치는 초등교사도 있다.
“교사들이 연수받는 모습을 보면 학교 운동장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것처럼 똑같다. 남자 선생님이 주도하고, 여자 선생님은 주변부에 있다.”(홍 교사)
체육 시간에 여학생이 소외되는 것처럼, 종목 연수에서 여성 교사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직무연수가 남녀 교사가 함께 교육을 받는 탓에 실기 연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홍 교사가 덧붙였다. 홍 교사는 “9인제 배구를 하면 여성 교사는 구석에 있고, 농구를 하면 여성 교사는 깍두기(경기 정원 외 인원)로 참여하고, 축구를 하면 남성 교사가 공격한다. 배울 수 있는 걸 다 배우지는 못하고, 자신이 ‘민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동호회나 개인적으로 일대일 레슨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교사들에겐 스포츠 기술뿐 아니라 단체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초 여성 교사만 대상으로 한 농구 연수는 ‘원더티처’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전 교사는 “적극적인 여성 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학교 체육에 변혁을 일으켜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원더티처의 메인 연수는 ‘돌체(돌아온 체육 시간) 클래스’다. 교사도 낯선 종목을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교사들이 체육 시간을 경험해보는 방식이다. 지금껏 매달 한차례씩 추크볼, 태그럭비, 네트볼 등을 5차례 진행했다. 이 밖에도 교사가 강사가 돼서 연수하는 나눔연수, 지역모임, 종목모임 등을 하고 있다. 교사들의 만족도는 크다. 연수 개설 때마다 10분도 안 돼 마감된다. 경인, 충청, 강원, 대전에서 서울까지 온다. 태그럭비와 플로어볼 연수에 참여한 한 지역의 교사는 “지역엔 여성 교사들만 대상으로 한 연수나 뉴스포츠 쪽 전문 강사 인프라가 부족한데, 덕분에 배움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여성 교사들이 모여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함께 연구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체육교사들은 체육 시간에 소외된 ‘여학생’들을 보면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고 싶다. 전 교사는 “교사 생활을 시작한 2015년, 체육교사 6명 중 여성은 나 혼자였다. 여성 체육교사를 경험한 적이 없는 학생이 많았다. 체육 시간에 여성 교사가 실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땀 흘리는 여성이 멋지다는 인식을 여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여성 체육교사 모습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중등 교원 신규임용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66%, 체육 교과는 26.8%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3년 19.3%에서 7%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정 성별이 절대다수로 굳어진 사회문화를 바꾸려면 다른 성별이 최소 30%가 돼야 한다고 한다. 30%가 채 되지 않는 그들은, 가슴에 불씨를 품고 체육 수업의 히어로, ‘원더티처’가 됐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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