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서 숨진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군 부친 "억울해서 못 죽는다"

박양수 2022. 7. 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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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씨 "사건 1년여 지나도 아들 내 곁 없다는 사실 실감 못해"
"경찰 수사 지나치게 자백에만 의존..무능하면 솔직하기라도"
경찰의 소극적 대응, '보여주기'식 수사가 의문 키워
고 손정민군의 아버지 손현씨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고 손정민군의 아버지 손현씨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하루에도 수백 번 불러내 대화를 나눠보지만, 아들이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한다. 그날 이후로 하나도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아들을 떠나보낸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게 너무나도 힘들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서울 한강공원 의과대학생 손정민 사망사고', 그날 이후 아버지 손현(51)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손 씨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하루 아침에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분들의 아픔을 이제는 알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아들의 사망 원인조차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손 씨는 "죽고 싶다가도 억울해서 못 죽겠다"며 "내가 다시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너무 억울해서"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25일 새벽 서울 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다 잠든 후 실종된 손 군은 4월 30일 오후 한 민간 구조사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전 국민 가운데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충격을 준 이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5월 13일 아들 손 군의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당국의 미진한 수사 태도는 유족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수많은 시민과 유튜버들이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숱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망하기까지 과정과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이가 없었고 친구 A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사건 당일 CCTV에 잡힌 행적과 유가족을 대하는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 등이 오히려 이러한 의문을 키웠다.

같은 해 6월 29일 경찰은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를 거쳐 손 군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타살 증거가 없고, A씨에게서 범죄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손 씨가 A씨를 유기치사·폭행치사 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10월 22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손 씨는 분노했다. 아니 납득이 안 됐다. 다행히 무수히 많은 선량한 시민들과 유튜버들이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준 덕분에 사건 당일 새벽 손 군의 마지막 모습을 둘러싼 의문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려는 손 씨의 힘겨운 싸움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손 씨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사건 배당이 되도록 이끌어냈다. 그는 추락 장소를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올림픽대로 CCTV에 대한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의 판결도 오는 7일 심리를 거쳐 8~9월쯤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씨는 "지금까지 공개된 사건 영상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할 나들목 CCTV 영상이다. 삭제됐다는 반포대교 쪽 CCTV 외에도 올림픽대로 쪽에서 촬영한 영상이 있다. 초기에 경찰서에 가서 딱 한번 보긴 했지만, 화면이 너무 작았다. 영상을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 영상파일을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침해 등을 이유로 거부당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 씨는 "행정소송을 내기 전 경찰 담당 부서에 영상파일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응해주지 않았다. 소송을 냈더니 '재판에서 이기고 보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시신 머리 뒤쪽에 좌열창(둔기에 맞거나 부딪쳐 피부가 찢어진 상처)이 발견됐다. 강비탈에서 돌무더기가 널린 강변으로 떨어졌다면 이곳에도 혈흔이 남아있을 텐데 검사도 안 했다"며 "친구 A군을 초기에 참고인으로만 몇 번불렀을 뿐 피고소인 조사를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손 군의 모친과 친구 A씨의 부친 간의 녹취 대화도 들려주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대화록을 보면 A씨의 부친은 "아들이 '(사건 현장에서 손 군이) 걸터져 있었다'는 말을 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몇 차례 하는 것으로 나온다.

손 씨는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이 '오제이 심슨 사건'과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경찰이 지나치게 자백에만 의존한다"면서 "무능하면 솔직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살 이유가 없지만 너무 억울하다"며 "우리가 죽으면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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