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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야 중산층 유지? '공포 노동', 언제까지 유효할까

한겨레 입력 2022. 07. 02. 20:10 수정 2022. 07. 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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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이원재의 경제코드][한겨레S] 이원재의 경제코드
'근로시대 패러다임' 이제 바꿔야
기술혁신 탓 중간숙련 업무 줄어
고숙련-저숙련 노동 양극화 생겨
고소득-저소득 늘고 중산층 감소
'경쟁의 공포' 해소할 정책 내놔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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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한 만큼 보상받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사회인지는 오리무중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노력, 노력뿐일까?

‘경제코드’의 이전 글에서 나는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부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선별 수당까지 분배 방법은 많다. 하지만 사실 원리는 단순하다. 긍정적 반응도 많았지만 부정적 반응도 많았다. 가장 많았던 비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작정 돈을 나눠주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회가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조금 깊이 생각해보자. 어떤 사회에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싶을까? 아마도 조금 노력하면 그 성과가 나타나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라면 신나게 일할 맛이 날 것이다. 거꾸로 조금만 멈칫해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사회라면, 두렵고 초조해서 절박하게 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를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두 가지 경우 모두 작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슈퍼리치·하위층 늘고, 중산층 줄고

앞의 두 그래프를 비교해보자. 첫번째 그래프는 균등화한 시장소득 수준별 가구 비중이다. 여기서 시장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값이다. 즉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다.

이 그래프에서는 소득이 낮아질수록 비중이 커지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비중이 작아진다. 즉 소득을 늘리기는 어렵고, 소득이 낮아지기는 쉽다. 소득을 한 단계 늘리려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는 반면, 조금만 실수해도 소득이 한 단계 낮아지는 구조다. 대체로 지수분포 형태를 띠고 있다.

두번째 그래프는 균등화한 경상소득 수준별 가구 비중이다. 시장소득뿐 아니라 수당 등 복지 관련 급여를 포함한 균등화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그래프의 경우 평균 이하 소득 계층은 소득수준을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소득이 낮을수록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해도 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 이상 소득 계층은 소득수준을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소득이 높을수록 비중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만 실수해도 소득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소득수준이 낮아지면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정규분포 형태를 띠고 있다.

즉 시장소득으로 보면 우리 사회는 지수분포 사회이지만, 복지급여까지 포함한 경상소득으로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정규분포 사회다. 즉 복지제도가 분배 구조를 바꿨다.

그런데 이런 지수분포화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 대륙 67개 국가의 소득 분포를 살펴보니 이 가운데 대부분 국가에서 지수분포 형태를 띠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체로 최상위 소득 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지수분포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있다. 즉 대부분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중산층이 사라지고 슈퍼리치가 등장하며 하위층이 많아지는 형태의 지수분포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시장경제가 공정하게 운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소득의 지수분포화 현상은,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시장경제 자체의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이야기다.

풀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떨어지기 쉬운 사회에서도 경제는 잘 굴러갈 수 있다. 소득수준이 아래로 떨어질 위험을 피하려고 열심히 일할 유인이 있는 셈이니 말이다. 공포를 매개로 한 역동성이다. 물론 그 반대의 설명도 가능하다. 올라가기 쉬운 사회가 열심히 일할 유인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성장을 매개로 한 역동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복지를 통해 정규분포를 이룬 상황이 그렇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 분배정책은 ‘근로시대’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성장한 뒤 그 과실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통해 저절로 분배되는 것이고, 정책은 이 모든 분배가 실패한 일부 영역에서만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 핵심에 있다. 임금, 투자이익, 배당금 같은 시장에서의 1차 분배가 분배의 중심에 있고, 국가가 지급하는 수당과 보조금 등 2차 분배는 1차 분배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시혜다. 이런 패러다임 아래 정책도 짜였다.

그런데 지수분포 그래프는 우리에게 ‘근로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가 직접 분배해야만 구조가 바뀐다.

‘계급 하락’ 공포 탓 일하는 구조

왜 이런 변화가 생기고 있을까? 기술혁신이 이어지면서 중간 숙련 일자리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를 보면, 중간 수준 임금 및 숙련도를 가진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술혁신의 결과다. 대신 저숙련 일자리와 고숙련 일자리 비중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지수분포화 현상이 의미하는 바와 일치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화와 함께 중간 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코로나19 이후에 이런 흐름은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019년 4분기와 2021년 3분기의 고용을 고숙련, 중숙련, 저숙련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고숙련과 저숙련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중숙련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즉 과거 대규모 고용을 일으키며 탄탄한 중간층을 이루던 중간 정도 기술을 가진 노동자 계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하게 경쟁해 어렵게 첨단기술을 갖춘 고소득자가 되거나, 아니면 불안정한 저숙련 노동자로 남아 있게 되기가 쉬운 구조다. 이게 바로 공포를 통해 일하게 만드는 구조다.

공포와 스트레스를 덜 느끼면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고 효율성도 높다면 그게 좋은 경제 아닐까? 그런데 그런 구조를 만들려면, ‘근로 시대’ 패러다임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소득으로 살 수 없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술 변화와 기업조직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로, 근로소득의 안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게다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은 ‘공포의 분배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공포가 덜한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보장을 통한 소득분배 이외에는 길이 없다.

연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연구활동가. 다음세대 정책싱크탱크 ‘LAB2050’ 대표. <소득의 미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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