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장재용 『회사인간』

양성희 2022. 7. 4. 00: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인간

지금을 억지로 살고 있다면 그대가 가려는 이 길은 그대의 길이 아니다. 그 길로 간다고 해서 무언가를 움켜잡을 수 없다. 그것은 매끈거리는 비닐 장판에 들러붙은 머리카락과 같다. 아무것도 아닌 한 올을 움켜쥐려 걸레로 떼려다 못해 손가락으로 떼어보려고 하지만 착 들러붙은 머리카락은 손톱으로도 쥐어질 리가 없다, ‘쥐어도 안 잡히고, 쥐어도 안 잡히고, 쥐어도 안 잡힌다.’ 비극이다.

장재용 『회사인간』

“월급쟁이 회사인간은 누구인가, 삶의 모든 결정에서 차선을 택한 자들이다. 들어갈 땐 못 들어가 안달하다 막상 들어가선 못 나와서 안달하는 자들이다. 일을 하며 자신에게도 이런 수동성이 있었나 하며 스스로 놀란다. 삶의 시계추가 늘 회사에 맞추어져 있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옮아간다.”

저자도 ‘회사인간’이었다. “고등교육을 받고 석사 박사까지 배운 자들이 ‘얼마나 더 많이 팔까’를 고민하며 생을 바치는 밥벌이 현장”, 당연히 “아버지도 월급쟁이, 나도 월급쟁이였다.” “배고프기 전 오로지 밥만 생각나더니 먹고 나면 언제 뭘 먹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끼니 같은 월급”에 목매고 산 가장이었다. 어느 날 고심 끝에 회사를 때려치웠는데, 웬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계는 어찌 해결했는지? 이런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는다. 한국을 떠나 해외로 간 저자는 또다시 회사인간이 됐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삶의 노예성을 끝까지 파고들어 삶의 한 단계를 정리하려 이 책을 썼다. ‘탈회사(조직)인간’ ‘찐자유인’에 이르는 지적 여정도 담았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