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리인데..'정책 어젠더' 안 보이고 구설만 들리는 대통령실 메시지 전략

김문관 기자 2022. 7.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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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달 앞둔 尹, 잇따른 구설에 묻히는 주요 이슈
국민 눈높이 안 맞는 해명 이어지고
도어스테핑 부작용 여권서도 우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10일 취임 2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아내 김건희 여사는 연일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정작 중요한 ‘정책 어젠더’ 등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초 통상적인 ‘허니문’은 커녕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피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비롯한 메시지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각)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비선’은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하지만…

8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모씨가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에 동행한 사실이 지난 5일 드러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외가 6촌인 최모씨가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6일 밝혀지며 ‘사적 인연’을 기반으로 민간인이 공적 업무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서 기자들과 만나 신모씨 논란에 대해 “불법은 없었으며, 행사 전문가를 ‘무보수’로 모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신씨는 이 비서관과 윤 대통령 중매로 결혼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친한 부부’인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이 수행하기를 원해서 무보수로 한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사전답사, 실제 동행 절차 등에서 숙소, 항공편을 전부 제공했음에도 무보수라 괜찮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보수층 일각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설명처럼 불법이 없었더라도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신모씨와 그의 모친이 지난해 7월 26일 대선 예비후보 신분이던 윤 대통령에게 각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낸 사실도 드러났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거꾸로 여쭙는다. 1000만원씩 후원금을 지불한 게 순방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질문으로 답을 대신하겠다”라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의 6촌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대통령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국민 정서에 반할 시 국회서 법 개정을 해야 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비선’이라는 지적은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에는 대한민국 미래 먹을거리로 손꼽히는 ‘우주 경제 비전’을 발표했고 7일에는 처음으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구설에 따라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서도 메시지 관리 위기론 ‘솔솔’

이 같은 대통령의 인선 문제는 사실 대통령실 참모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오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대통령실에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직언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다르다. 정작 중요한 문제가 묻히는 일이 잦아지자 여권은 물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메시지 관리 위기라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기자들과의 만남 횟수를 줄이거나 당분간 중단하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건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하지 않아 말 그대로 ‘각본 없이’ 매일 진행된 도어스테핑이다. 이는 취임 두 달을 앞둔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겠다며 청와대를 개방하고 집무실을 이전한 연장선에서 시도한 과감한 소통 행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계기로 지목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즉석에서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민감한 정국 현안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면서다. 장관 발표를 하루 만에 대통령이 뒤집는(주52시간제 개편)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최근 인사 실패 등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일이 반복됐다. 새로운 어젠다 제시 없어 ‘전 정권보다는 내가 낫다’는 식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음주운전 경력의 장관(박순애 사회부총리)을 임명하는 날에도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메시지 전략 마련해야”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어스테핑을 갑자기 폐지하기보다는 방식을 바꾸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좋은 상품’인데,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정책 어젠더가 잘 드러나도록 일종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라며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입’에만 주목되는 상황이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통령은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아예 각 부처 장관이 도어스테핑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틀째 이어진 충청권 일정을 마치고 오는 8일 오전 사흘 만에 다시 도어스테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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