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지현 “여자 이준석? 기분 나빠, 그는 갈라치기만 했다"

김준영 2022. 7. 1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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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69석 거대 야당에서 최근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때 외부 영입 인사로 당에 합류했고 대선 패배 직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의 추천으로 당의 구원투수를 맡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그는 이 의원에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그룹에선 그를 “중요한 자산”(장경태 의원)이라고 부르면서도, “계륵이 돼버렸다”(안민석 의원)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대선 후 82일간 민주당을 이끌고 물러났다. 최근 다음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당의 논쟁적 대상이 됐다. 우상조 기자


박 전 위원장은 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의 문제점은 ‘팬덤’에 빠졌다는 것”이라며 “이전에 ‘손가혁’(손가락 혁명군·2017년 대선 때 이재명 지지 조직)과 ‘손절’ 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런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대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청년’을 상징하는 인물로 정치권에 영입된 그는 이날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 정치를 대표했던 인물이 중징계를 받은 것이라, 이 대표의 잘못과는 별개로 앞으로 청년정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려는 든다”고 말했다. ‘2030 남성’을 대변해 온 이 대표가 11년 전 처음 정치권에 발을 디딜 때 나이는 26세로, 현재의 박 전 위원장 나이와 같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 대표 중징계 처분을 어떻게 보나.
A : “본인이 한 잘못에 대해 윤리위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면, 그건 합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Q : 민주당 내부에선 ‘여당 대표가 토사구팽당했다’는 시각도 있다.
A : “이준석 대표가 청년이 아니었다면, 또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때부터 부딪힌 일이 없었더라면 이런 결정이 나왔을까 하는 궁금증은 저도 든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은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처지를 비유했던 단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하려 한다”고 적었다.

Q : 이 대표의 처지와 본인의 처지가 같다고 보나.
A : “이 대표의 잘못과 제 상황은 다르지만, 국민이 보기에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청년들을 이렇게 토사구팽하는구나’라고 볼 수 있겠다.”

Q : 정치인 박지현을 ‘여자 이준석’이라고 비교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A : “기분 나쁘다. 이 대표는 나이는 청년이지만, 기성 정치인과 닮았다. 자기의 권력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젠더 갈라치기만 해왔고 성인지 감수성은 빵점에 가깝다. 저는 서로 배려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그런 사회를 지향한다. 묶어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과거 n번방 사건을 폭로한 ‘추적단 불꽃’에서 익명으로 활동했던 그는 대선 때 실명을 드러내고 민주당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께서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행동으로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말했고, 저는 그 약속을 굳건히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기간 이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그 약속과 상반된 모습이었다”며 “특히 최강욱 의원 건 관련해서 저를 만류한 것이 굉장히 큰 충격과 실망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Q : 이재명 의원과 멀어진 계기가 있나.
A : “최강욱 의원 사건에 대해 이 의원이 ‘왜 같은 편을 공격하냐’고 했는데, 그 ‘공격’이라는 단어가 충격적이었다. 당내에서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자는 건데, 어떻게 ‘공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나. 실망이 컸다.”

Q : 비대위원장 땐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도운 것 아닌가.
A : “저도 처음엔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런 의사를 여러 번 전달 드렸지만,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도 있다.”

Q : 박 전 위원장은 ‘검수완박’ 때 속도조절론을 얘기했다. 당시 이재명 의원과 상의했나?
A : “이 의원은 당시 (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전화로 ‘왜 그렇게 생각하냐’라면서 ‘이건 필요한 일’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강하게 압박한 것은 아니었다. 깊숙이 얘기 나눈 적도 없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지현 전 위원장은 대선 때 이재명 대선 캠프에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사진은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을 하는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의 사이가 멀어진 건 대선 직후 대거 입당한 2030 신입 당원들인 ‘개딸(개혁의 딸)’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대선 직후만 해도 박 전 위원장을 ‘불꽃 대장’이라 찬양하던 그들이 지금은 박 전 위원장을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인 ‘수박’으로 부르며 비난한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Q : 개딸 현상을 어떻게 보나.
A : “처음엔 2030 여성이 정치를 보다 재미있게 표현하는 방식이었는데, 현재는 많이 오염된 것 같다. 과거의 개딸과 현재 개딸은 다르다. 요즘 개딸 집회를 보면 2030 여성이 아니라 5060 남성·여성이 많이 와 있다. 개딸이라는 프레임에 숨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Q : 언젠가부터 개딸의 표적이 됐다.
A : “어제 한 남성이 제가 사는 집이라며 어떤 주택에 서서 유튜브 방송을 했다. 그런 사람을 개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자 폭탄은 하루에 1만개까지 받았다. 2000명 정도를 차단하니 많이 줄었다.”

Q : 주로 어떤 내용이었나.
A : “성적인 욕설, 희롱, 모욕적인 발언, 부모님 욕이 주된 내용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지현아, 오빠가 가르쳐줄게’라는 식으로 많이 보낸다. 기사 댓글을 봐도 그런 내용이 많다.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충분히 ‘온라인 성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한때 개딸의 지지를 받았으나, 지금은 주요 표적이 됐다. 우상조 기자

박 전 위원장은 최근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당 대표가 돼 민주당을 기득권을 위한 정당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원래의 민주당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당 비대위·당무위가 ‘피선거권 없음’으로 결론 내린 데 대해선 “안건을 상정해서 문서화한 것이 아니니, 공식 결정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등록일(17~18일)에 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Q : 전당대회는 어차피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아닌가.
A : “최근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2~4일)에서 이재명 의원(33.2%), 박용진 의원(15.0%)에 이어 제가 8.8%로 3위였다. 초기엔 ‘비빌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많이 바뀌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Q : 전당대회 룰이 이 의원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A : “민심을 많이 반영했어야 했다. 이 의원은 국민과 당원 지지도가 거의 반대 수준이다. 국민 목소리를 더 듣는 선택을 하지 않은 건 결국 이 의원에 유리한 룰이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총선·대선도 어려워질 것이다. 최소한 국민 여론조사를 70%는 반영해야 한다.”

Q : 당 대표가 안 되면 이후 정치 행보는 어떻게 할 건가.
A : “어쨌든 현장에 가야 한다. 정치가 가야 할 길은 결국 현장의 힘든 사람들이 다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가 뭔지 듣고, 정치권에서 꼭 해결하고 싶다.”
민주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치할 생각은 없나.
A : “민주당을 사랑해서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여러 좋은 분들과 함께 바꿔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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