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라던 흉부외과, 의사 연봉 1위로 둔갑한 사연

안경진 기자 2022.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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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서 흉부외과 임금 1위
개업의 52명 평균 임금 4억 8799만 원이 오해 양산
흉부외과 전문의가 갈수록 줄면서 내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5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엄살부리는 의사가 되어버렸다. "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연초부터 흉부외과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어다닌 일이 하룻밤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며 착찹한 심경을 밝혔다.

발단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기인한다.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개업의 진료과목별 평균 임금 중 흉부외과가 4억 879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5년 7위였던 흉부외과 개업의 평균 연봉이 5년새 6계단 상승하며 전체 1위에 오른 것이다. 안과가 4억 5837만 원으로 2위, 정형외과가 4억 284만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과는 소아청소년과로 1억 875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며 일파만파 확산하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관한 기사에 언급된 흉부외과 전문의의 평균 연봉은 개업 흉부외과 의사 52명의 평균치로, 전체 흉부외과 의사나 전체 개업의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번 실태조사를 이끈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지난 4일 설명회에서 “2020년 기준 흉부외과가 대단히 높게 나와있는데, 개원 흉부외과 의사 수는 별로 많지 않다”며 “이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통계의) 재해석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의석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 중 259명이 개업했지만 이 중 대다수는 일반의로 개업을 했다"며 "전국에 흉부외과 이름으로 개업한 의사는 52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업의 52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평균 임금 '4억 7000만 원'이 1200여 명에 달하는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학회 측의 지적이다. 흉부외과 개업의들 상당수는 정맥류 등 혈관수술을 주로 진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 수가 갈수록 줄면서 내부 위기감은 턱 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고령화로 흉부외과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심혈관질환과 폐암 환자 수가 급증하는 반면, 이들을 수술할 전문의는 빠르게 줄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회원으로 등록된 흉부외과 전문의 중 65세 미만의 활동 연령층은 1161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50대 이상 회원이 707명(60.8%)으로 전형적인 고령화 구조를 형성 중이다. 그 중 38%가량은 기업에 소속되거나 봉직의로 일하고, 21%는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상가상 올해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23명으로 정원(45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10년간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200명 안팎에 불과해 고갈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022~2031년 흉부외과 은퇴 전문의 배출 전문의 전망치. 사진 제공=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출처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의료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학회에 따르면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의 약 70%는 수도권 병원에서 일한다. 촌각을 다투는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지방에서는 수술을 받지 못해 서울, 경기 지역으로 이송돼야 하는 상황도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지난달 춘계학술대회에서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는 1일 평균 12.7시간을 근무하고, 평균 5.1일의 휴식 없는 당직이 이어지면서 ‘번 아웃’ 현상이 심각하다”며 "의료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흉부외과 및 필수의료과 대책 위원회(가칭) 설치 △흉부외과 위기에 대한 정부 주도 조사 △흉부외과 진료수가 합리화와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수가 체계가 진료과목 붕괴를 부추기고 있어, 이를 뜯어고쳐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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