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문 앞두고..사우디 반체제 인사 레바논서 피살
신변 위협에 줄곧 해외 도피 생활
레바논 보안군 "두 형제가 살해"
'인권 강조' 바이든, 입 열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앞둔 가운데 사우디 반체제 인사가 레바논에서 살해됐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야당인 의회당(NAAS)은 창립 멤버 중 하나인 마네야 알야미가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의회당은 그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숨졌다면서 “암살 소식을 접한 후 당은 구체적인 내용과 살해 동기 등에 대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당국은 정치적 신념이나 인권에 대한 요구 때문에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도록 위험한 환경에 내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9월 런던에서 설립된 의회당은 살만 국왕을 비롯해 사우디 집권층인 왕실을 비판하며 국민이 선출한 입법부를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때문에 알야미를 비롯한 당원들은 국외에서 줄곧 도피 생활을 해왔다. 의회당의 또 다른 창립 멤버인 아흐야 아시리는 알야미가 평소 신변에 위협을 느껴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레바논 당국도 알야미의 살해 사실을 확인했다. 레바논 국내보안군(ISF)은 성명을 내고 알야미의 두 형제가 지난 9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인 다히예에서 그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음날 두 형제를 체포했으며 그들이 ‘가족 간 문제’로 알야미를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주재 사우디 대사도 알야미의 사망 소식을 짧게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사우디인 살해범을 재판에 넘기기 위한 레바논 경찰 당국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썼다. 사우디 뉴스통신사는 알야미의 사망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하기 직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평소 인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비판하며 배후로 꼽힌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사우디 방문을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고물가 타개를 위해 인권 중시 입장을 접고 사우디 측과 원유 증산 등을 위한 정치적 타협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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