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탈북어민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강제북송 분명히 잘못"(종합)

2022. 7. 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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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서 밝혀

2019년 11월 탈북어민 살해 혐의 관련
“당시 국가안보실 요구로 브리핑 진행”
文정부 당시 탈북민 2명 판문점으로 北추방

북한 목선.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서울신문 DB

통일부가 11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탈북 어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당시 북송 조치는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019년 11월 발생한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정부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묻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통일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변인은 “다만 통일부는 탈북 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 가지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원들 보호 요청 취지 서면 제출”
당시 北어민 귀순의사 통일부 인지

당시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지를 통일부가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묻자, 조 대변인은 “2019년 11월 국회 보고 당시 통일부는 ‘선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했다’는 내용을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고 답해, 사실상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있었음을 통일부가 인지했다고 답했다.

사건 당시 통일부가 브리핑에서 탈북 어민들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밝힌 데 대해선, 통일부가 직접 확인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통일부 정례브리핑 -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11 뉴스1

조 대변인은 이날 “당시 통일부가 (그런 내용으로) 언론브리핑을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합동조사 및 선원 추방 결정이 이뤄진 직후 통일부가 국가안보실로부터 언론브리핑 요구를 받았고 이후에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즉 통일부는 당시 합동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탈북어민의 살해 혐의와 관련한 부분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국가안보실의 요구에 따라 공유받은 내용대로 언론에 브리핑했다는 것이다.

탈북어민 북송사건은 2019년 11월 2일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동료 선원을 살해한 혐의로 북한 남성 2명을 조사 5일 만인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이들이 북에서 타고 온 15m 길이(17t)의 오징어잡이배에서 가혹 행위를 하는 선장을 죽인 뒤 처벌이 두려워 잠을 자던 16명을 2명씩 차례로 불러내 40분 간격으로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자백해 추방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국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상태다.

NSC 고위관계자가 받은 문자메시지 -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019년 11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고위관계자가 공동경비구역(JSA)의 현역 중령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사진을 보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2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으로 내려와 나포했던 북한 주민 2명을 이날 오후 3시에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연합뉴스

2019년 11월 北주민 귀순 배·선원 옷
국정원 요청으로 나포 당일 즉각 소독

김연철 “그들 귀순 의사 표명했으나
일관성 없어 신뢰 없다 판단해 추방”

검역당국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타고 온 배와 선원의 옷 등은 나포 당일인 2019년 11월 2일 국가정보원의 요청으로 그날 오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해 즉각 소독됐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에서는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살인 증거와 관련해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2019년 11월 7일)은 국회에서 “배에 여러 가지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정부는 북의 증거 훼손 시비를 우려해 혈흔 감식 등 정밀조사를 하지 않은 채 나포 5일 만인 그해 11월 8일 오후 배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일부 김은한 부대변인도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어 추방을 고려했다”며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남겨진 진술 외에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은 사라졌다.

당시 정부는 북한 주민 2명이 16명을 살해한 뒤 시신과 살인도구 등을 모두 바다에 버렸다고 발표했다. 살해 가담자 1명은 북한에 체포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송 당일(2019년 1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은 우리 해군에 진압된 직후 귀순의사를 표명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밝혔다.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도 이들이 나포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도주해 해군이 나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의원들 질의 답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1.7 연합뉴스

정부는 합동심문 조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과 이동 경로, 북한 내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들이 순수한 귀순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보호 신청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12월 강제북송과 관련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을 형법상 살인방조죄, 불법체포·감금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은 이들 청년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살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목선을 통해 탈출을 주선하던 탈북브로커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남한에서 법대로 처벌했어야”

복수의 탈북민들은 기자와 만나 “엔진 시동을 끄면 매우 고요한 해상에서 2명이 16명을 아무도 모르게 죽이기는 정말 어렵다고 본다”면서 “(탈북 과정을 미뤄볼 때) 두 사람이 한국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 살인했다고 하지 않았다면 배에 탔던 자들의 신원을 다 불어야 했을텐데 그러면 북에 남은 사람들이 다치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탈북민 사회에서는 정부가 조사과정에서 북송된 2명이 흉기를 이용해 살해했다면서도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배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점도 살해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은 “북에서는 살기가 어려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많고, 탈북 과정에서 살기 위해 북한군을 죽인 사람들도 있다”면서 “설령 사람을 죽인 흉악범이라도 한국에서 한국법에 따라 재판 받고 감옥에서 영원히 수감하거나 교화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탈북민은 “2012년 10월에도 북한군 2명을 죽이고 온 탈북민을 한국군이 전투태세를 갖춰 대응하며 받아줬는데 정말 상반된다”고 전했다.

이주영 ‘북송 선원 2명은 살인사건과 무관’ - 2019년 12월 30일 당시 이주영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탈북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TF 위원장(가운데)과 강효상, 최연혜 의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2019.12.30 뉴스1
-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2019.11.8 통일부 제공

헌법학자 “만약 살인했다면 북송 아닌
헌법 3조 따라 한국법 적용·처벌했어야”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헌법을 제정할 때 대한민국은 대한제국과 그 이전에 한국을 계승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현 정부가 건국 100주년을 강조하는 상해 임시정부 때부터 현재의 헌법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그때의 한반도 국민과 영토는 다 한국의 것이라고 헌법 3조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이 중국에서 망명을 원한다고 말할 때 헌법에 의한다면 어디까지나 한국 국민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헌법에 따르면 한국의 주권은 부속도서뿐 아니라 한반도의 북한 주민들에게도 적용하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고 한국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법 9조에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나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대해서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보는 규정을 북송 근거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하위 법령이 상위 법령인 헌법과 상충될 경우에는 통상 상위 법령을 더 존중하는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 3조에는 한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이 법에 의해 신속히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 해당 법 4조 기본원칙에는 보호대상자(탈북민)를 인도주의에 입각해 특별히 보호하고 한국의 자유민주적 법 질서에 적응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북한 강제 추방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귀순한 두 명의 20대 청년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은 현 정권의 반인륜적 행태”라고 밝히고, 정부를 규탄했다. 2019.11.12 뉴스1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외치는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 -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강력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2019.11.12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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