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일본 행보 예의주시"..對日 외교 구상 차질 빚나

박경은 기자 2022. 7. 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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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카드 꺼낸 기시다]
"실제 개헌은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 한목소리 내지만
정부, 관계 개선 노력 속
국민 정서 맞추기가 관건
"자칫 불매운동 일상될 수도"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서울경제]

일본이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 복원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출범 두 달 만에 ‘평화헌법 9조 개정’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난 것이다. 대일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시간 내 개헌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살 사건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일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박 장관은 전날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을 직접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아베 전 총리와 두루 회동할 계획이었는데 아베 전 총리 피살로 방일 자체를 잠정 미뤘다.

박 장관은 “일본의 국내 정국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예의 주시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일본 측과 방일 일정에 대해서 조율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전 총리 분향소를 찾아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정부의 개헌 움직임을 두고 국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일본 정부가 개헌을 빠르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대일 정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의석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개헌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 집권 당시에도 자민당이 의석을 3분의 2 이상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개헌을 못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헌으로 방향을 돌려 일본 정부가 무엇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개헌에 대한 일본 내 논의는 활성화되겠지만 실제로 개헌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기시다 총리부터 히로시마 출신이라는 본인의 정체성과 (개헌 주장이)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민당의 시나리오대로 일본 정부가 2024년까지 개헌안을 발의하고 2025년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이 과정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창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그 과정 동안 한국과 중국에서는 계속 반발할 것”이라며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당시 벌어졌던 국내 불매운동이 일상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한일 관계를 대하는 일본 정부 태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 소장은 “아베 전 총리 죽음으로 오히려 기시다 총리가 기존 정책 기조를 금방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건 자체가 일본 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기시다 정부가 크게 변화하기보다 현상 유지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 위원도 “일본이 국내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여태 해왔던 것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민당 내에서 누가 영향력을 갖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 정부가 일반 여론과는 분리된 대일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 교수는 “일본 분위기 자체가 경제안보 이슈 부상으로 보수화하고 파격적인 노선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위안부 합의 때처럼 국민 감정과는 별개로 한일 정부 간 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을 수 있어 그 괴리를 메꾸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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