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모' 대통령 팬클럽 회원도 드나드는 용산 대통령실

노지민 기자 2022. 7. 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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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나토 순방기간, 대통령실 방문한 윤사모 관계자…기자실도 드나들어
방문 경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기자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 주장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팬클럽 관계자들이 최근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이들의 방문 경위를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경 세 명의 남성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프레스센터인 국민소통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1층에 위치한 국민소통관은 국민소통관장실과 기자실, 브리핑 라운지 등으로 구성돼있다.

윤 대통령이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순방 중이었던 당시엔 평소에 비해 취재진이 많지 않았다. 같은 날 기자실을 찾은 취재진은 세 남성이 기자실 안팎에서 대화를 나누며 돌아다녔고, 로비에 마련된 브리핑 라운지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대통령실을 찾은 이는 윤사모 중앙회장 명의로 활동하는 송아무개씨로 확인됐다. 송씨는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정계숙 국민의힘 동두천시장 예비후보(전 동두천시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언론에 올랐던 인물이다. 윤사모 중앙회 상임부회장 명의로 활동하는 이아무개씨도 동행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실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송씨는 대통령실에 “업무차” 갔고, “기자실에 들러서 잠깐 그냥 인사만 나눴다”고 주장했다. 8일 통화에서 그는 “그동안 우리가 열심히 활동해서 여러 가지로 우리 의사도 전달하고 그런 건의, 소통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면서 “전국 조직이 열심히 활동을 하면서 (들은) 국민들의 생생한 소리도 전달을 하고”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방문은 본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방문 목적이나 만남의 대상을 묻는 질문이 거듭되자 송씨는 “그런 부분까지 왜 꼬치꼬치 묻느냐”며 “사전에 보안이라든지 면담, 차량 문제 이런 것들은 거친 다음에 했기 때문에, 또 직원이 나갈 때까지 인솔을 하고 갔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건물은 방문 목적을 밝히고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국민소통관장실은 수주 간의 신원조회를 거쳐 출입 허가를 받은 취재진에 한해 상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참모진 업무공간과 별도 건물로 분리돼있었던 춘추관 시절에도 외부인 출입은 춘추관장 허가로 제한된 동선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직원들도 브리핑룸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지만 출입도 잘 못 하게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입 허가를 받으면 목적에 부합해야지, 만약 기자들에게 무언가 말해주려고 들어오게 된다면 비선이 따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 국민소통관은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어 더 높은 보안을 요구받고 있다. 한때 출입기자들에게 국가정보원 수준의 신원조회를 요구하고, 휴대전화의 각종 기능이 통제되는 '보안앱' 설치를 요구한 명분도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국민소통관측에선 대통령실 방문자들은 누구든 기자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국민소통관실 관계자는 9일 “(대통령실) 건물 내부로만 들어오면 (기자실) 출입이나 진입에 장애가 있거나 제한이 되는 사항이 없지 않느냐”며 “기자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 내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통관) 출입 자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저희한테 신청을 한 분은 없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은 윤사모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무슨 이유로 방문했고,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일부터 김영태 국민소통관장, 강인선 대변인에게 윤사모 관계자의 대통령실 방문 관련 질의를 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통제 받지 않는 대통령의 측근·지지자 출입이 '대통령실 사유화' 논란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 출입기자는 “이런 식이라면 누가 더 '비선'으로 활동하고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기자들의 대통령실 출입이 줄게 되면 외부인의 대통령실 출입이 얼마나 더 쉬워지겠느냐는 농담 섞인 한탄도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 운영이 사적 인연에 휘둘린다는 지적은 수개월 간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됐고,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대통령 부부의 주선으로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결혼했다고 알려진 신아무개씨가 동행했다. 대통령실 부속실의 한 선임행정관은 윤 대통령의 6촌 친인척으로 확인됐다. 그보다 앞선 5월 대통령 집무실에서 촬영한 대통령 부부 사진이 사적 경로로 유출된 당시 외부인 출입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저희가 크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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