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여왕이 사라지면 영국은

2022. 7.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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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잇는 상징적 인물
묵묵히 가정과 나라 이끌어와
왕실에 감정 없는 영국인조차
그녀의 빈자리 슬퍼하게 될 것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 셋째)이 즉위 70주년 기념행사 `플래티넘 주빌리` 마지막날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영국에 사는 동안 나는 왕정주의자 또는 공화주의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예티나 네스호의 괴물과는 달리 그들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로부터 나는 영국인들이 여왕과 왕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실망스러운 답변이겠지만 예측 불가능한 날씨, 언제나 늦는 버스, 진흙과 잔디처럼 우리와 늘 함께해왔던 것이라서,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왕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없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좌에 오른 이후에 태어났다. 그녀는 1953년에 여왕이 되었고 전후세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또한 여왕은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제2차 세계대전 시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영국의 마지막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많은 영국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꺼릴 테지만, 그들은 10년 뒤 여왕의 또 다른 주빌리를 함께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일지도 모른다. 여왕은 모친이 101세까지 장수를 누렸던 건강한 가문의 출신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여왕은 부쩍 피로하고 여윈 듯 보인다. 이런 모습은 영국인들로 하여금 여왕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여왕은 단지 연로한 것뿐만 아니라 구시대의 사람이다. 여왕의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향은 여자들이 가족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던 시대의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 바람둥이였다가 현재 환경운동가로 변모한, 의견이 강한 그녀의 아들 찰스 황태자와는 다르게 여왕은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한 적이 없다. 어쩌면 여왕은 조선시대 선비에게 이상적인 배우자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여성들이 더 이상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는 것을 기뻐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왕이 자식, 손자,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들에 의해 야기된 혼란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침착하게 왕권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누구나 인정하고 감탄하고 있다.

그녀가 영면에 들면 이 나라는 몇 주, 아니 몇 달 동안 슬픔으로 애도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여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겠지만, 여왕의 부재는 많은 영국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20년 전 여왕은 '슬픔은 사랑에 대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도 그녀가 떠나고 나면 우리는 이 말을 절실히 되새기게 될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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