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조문 외교

기자 입력 2022. 7.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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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전·현직 원수나 세계적 인물이 사망하면 각국에서 조문 사절이 방문해 자연스럽게 조문 외교가 펼쳐진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4일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티토 대통령이 사망하자 123개국에서 정상급 58명을 비롯한 조문단이 참석했다.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독자 노선을 취하던 티토가 사라지자 유고를 다시 위성국가로 만들기 위해 직접 참석했으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월터 먼데일 부통령을 보냈다가 외교 실패라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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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국가의 전·현직 원수나 세계적 인물이 사망하면 각국에서 조문 사절이 방문해 자연스럽게 조문 외교가 펼쳐진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4일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티토 대통령이 사망하자 123개국에서 정상급 58명을 비롯한 조문단이 참석했다. ‘인류 정상회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헬무트 슈미트 서독 총리·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도 나란히 참석, 정상회담을 열었다.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독자 노선을 취하던 티토가 사라지자 유고를 다시 위성국가로 만들기 위해 직접 참석했으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월터 먼데일 부통령을 보냈다가 외교 실패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자 200여 국의 지도자와 정부 대표가 교황청 장례식에 모였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수교 관계를 유지하던 바티칸이 중국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을 막으려 참석했다. 중국은 천 총통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을 항의하며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 관계가 껄끄러웠던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장례식장에서 악수했는데, 이란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하타미 대통령은 악수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껄끄러운 한·일 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조문 외교가 이어져 왔다. 2000년 5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과로로 쓰러진 뒤 사망하자 ‘김-오부치 선언’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6월 8일 거행된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김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모리 요시로(森喜朗) 신임 총리 간의 3국 정상회담도 열렸다.

지난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피격 사망으로 한·일 관계가 중요한 고비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애도 메시지를 냈다. 아베 총리 집권 기간 중 ‘카운터 파트’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근 사면된 상황을 고려해 개인적으로 아키에(昭惠) 여사에게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한덕수 총리·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포함한 조문 사절단도 곧 방일해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조문 외교가 향후 한·일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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