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도어스테핑 하루 만에 재개 왜?

조현호 기자 2022. 7.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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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발표 하루 만에 무색해져, 좌충우돌?
권성동 "횟수 줄이라는 건의도 안받아들여"
나경원 "안하면 불통 대통령"
김성회 "아예 안 하는 게 좋겠다, 할 능력이 없어"
진중권 "정제된 언어로 하되, 욕 먹더라도 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잠정 중단 하루 만인 12일 출근길 약식회견 즉,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을 재개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를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 서면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이 30% 대로 폭락하면서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자 코로나19를 빌미삼아 아예 이참에 소통창구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12일 아침 돌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 1층에 나타나 기자들과 즉석문답인 도어스테핑을 했다. 앞으로도 하겠다는 취지로 응답해, 대통령실의 잠정중단 방침이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들어서면서 “코로나에 여러분이 확진됐다고 해서 여러분들 가급적 재택 근무를 권고하고 여러분들과 청사 근무하는 분들 안전을 지키자고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며”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이 정도(거리)로 도어스테핑 하는 건 어떠하냐'는 기자들 질의에 윤 대통령이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봐요 그럼”이라고 답하자 현장의 기자들이 일제히 “오~~”하면서 환호성을 냈다.

'코로나 대유행하고 있는 방역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질병청장과 국가감염병 대응 위원회, 복지부 차관하고 와서 회의를 했는데, 내일 아마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거기서 기본적 방침 발표한다”고 답했다.

'경제상황 어려운데, 어제 추경호 부총리 보고도 받으셨을 텐데, 가장 주력을 두고 당부할 부분이 있겠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예를 들어 중요한 것은 서민들의 민생이 경제위기로 타격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니까. 오늘 너무 많이 묻는데, 근데 여러분들 다 조심하세요”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약식 회견 즉, 도어스테핑을 잠정중단 발표 하루 만에 재개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이 문답을 끝내려 하는 찰나에 기자들이 '대통령님 내일도 하실 거에요'라고 물어보자 윤 대통령은 “뭐 이거야 하면 안되겠어요? 여러분들도 괜찮아지면 요 앞에다가 며칠있다가 (포토라인) 칩시다. 그래요 다들”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245호에서 연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도어스테핑에 대해 대화를 여러번 나눴는데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고, 그런 국민과 소통의 수단으로 도어스테핑을 선택했다”며 “대통령실 내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면서 조금 축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건의를 여러차례 한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은 그때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설령 리스크가 있고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 맞는다'고 하면서 참모들의 건의를 일축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내에서 10명 이상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경호처에서 극구 말리는 바람에 안 한 것으로 안다”며 “아마 도어스테핑이 됐든 어떤 방식이 됐든 국민과 소통은 계속해서 하리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어스테핑 중단 방침에 야당과 언론이 일제히 소통 창구 중단이라고 비판했다. 거기에 여당 내 인사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됐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도어스테핑 자체는 굉장히 파격적인 대통령의 행보다.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이 연례 행사처럼 몇 번 기자회견을 했느냐. 연두 기자회견 등 정말 대통령과 소통하는 건 어려웠다.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흘러간 부분도 있다”며 “너무 잦으면서 있었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을 조금씩 조정해간다면, 도어스테핑의 긍정적 측면이 많다. 살려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아예 그냥 이 기회에 중단하는 편이 낫다'는 당 일각의 조언에 “그러면 예전 제왕적 대통령제하고 달라질 게 없지 않겠느냐”며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과감하게 옮김으로써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모습을 보여줬고, 두 번째 행보가 도어스테핑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아예 차단을 한다? 그럼 조금 이따가 불통 대통령이라고 나올 것 같다”고 반박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횟수가 꼭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횟수를 좀 줄일 수도 있고 또 말씀을 어떤 부분을 하는 걸 좀 정리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다”고 답했다.

진중권 작가는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취지는 참 좋은데 그(도어스테핑할)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며 “앞으로는 재개될 거라고 보는데 정제된 언어로 자기 입장을 좀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진 작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거기 있는 기자들을 기자로 보면 안 되고, 민주당 지지자로 보면 안 된다. 국민으로 봐야 한다”며 “나오는 질문이 국민의 질문이고 거기 나오는 질타가 국민의 질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딱 보면 적으로 본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이런 식이다. 억울한 거지”라고 평가했다. 진 작가는 “그게 국민들이 볼 때는 짜증난다”며 “대통령에는 억울할 권리는 없다. 무조건 모든 책임은 그 대통령 책상에서 끝난다. 억울하시면 대통령 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어스테핑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반대로 김성회 정치연구소 싱크와이 소장은 “재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형식에 적합한 인물도 아니다. 본인이 위트도 있고 순발력도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국정이라는 건 그걸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김 소장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장관들하고 참모들 함께 앉아서 집단 토론하는 형태의 기자들과 간담회 정도를 하면 되지 매일 즉자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카메라를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중권 작가는 재반박을 했다. 그는 “소통의 의지 자체는 좋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고, 그런데 그게 사라져버렸지 않느냐. 문재인 대통령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진 작가는 “더러 욕을 좀 먹더라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고 이런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현정 진행자가 '계속 욕먹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고 하자 진 작가는 “욕 먹는 게 대통령 일 중에 하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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