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과학방역? '자율'만 선명하고 근거·기준·대책 다 빠졌다

박준용 2022. 7.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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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4차접종' 50대 확대 근거 없고
접종이득 설명 못해 접종률 오를지 의문
선별적 거리두기 기준 미정
'아프면 쉴 권리' 위한 정책은 퇴행
13일 서울의 한 보건소 건강센터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방역대책은 ‘자율방역’으로 요약된다. 4차 접종 대상을 50살 이상으로 확대하되 ‘접종 참여를 독려’하고, 국민 참여에 기반한 ‘자발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는 게 뼈대다. 영업시간 제한이나 모임인원수 제한 등 강제적 조치는 없었다. 0.07%로 낮은 치명률,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 시 자영업자들이 겪게될 사회·경제적 피해 등이 고려됐다. 전문가들은 ‘과학방역’을 강조했던 윤석열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구체적 근거도, 제도적 보완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50대 ‘4차 접종’의 이득 설명 못해

13일 중앙안전재난본부는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50살 이상 △18살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4차 접종 대상자는 △60살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정신건강증진시설 입소자였다. 방역당국은 “감염시 중증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 이상 및 기저질환자에 대해 4차접종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접종대상이 왜 50대까지인지는 충분한 설명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3일 현재 50대의 중증화율은 0.26%로 전체 평균 0.33%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50대가 4차 접종을 함으로써 얻게될 이득을 설명하지 못한 탓에, 접종 대상은 확대됐지만 접종률이 올라갈 지는 의문이다. 백신 피로감이 큰 데다, 현재 백신이 유행 중인 BA.5 감염 예방 효과가 낮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60살 이상 인구 가운데 4차접종을 한 사람은 31.8%에 불과하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3차까지 맞은 사람이 4차를 맞음으로 인해 추가적 편익이 뭔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60대에서 50대로 낮춘) 차별화된 근거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선별적 거리두기’ 도입 기준도 없어

기준의 모호함은 ‘선별적 거리두기 도입’에서도 드러났다. 정부는 국민참여형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되 ‘치명률이 높아질 경우’ 선별적 거리두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문재인 정부가 중환자 병상가동률 등을 근거로 제시했던 것과 달리, 치명률이 높아지는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구체적 전환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 필요한 경우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구체성이 떨어지다보니 진단과 대책이 겉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치명률이 올라가면 거리두기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때는 이미 고위험층이 대규모로 감염된 상황이다”며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뒤 거리두기를 하는게 어떤 해법이 될지 모르겠다. 원인과 처방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며 ‘사회·경제적 편익’ ‘자율 책임’ 등 비과학적 용어를 반복하자, 과학 방역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도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과학은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근거가 없이 어떤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근거나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단지성으로 결론을 내겠다. 그것도 하나의 과학적 근거라고 의학에서는 간주한다”고 답했다.

‘국민자율’ 강조했지만, 제도적 장치도 없어

정부는 아프면 직장에 가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국민 참여형 방역 조건’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될 경우 10만~15만원씩 지급되던 생활지원금 지급 범위가 지난 11일부터 축소됐고, 중소기업 유급휴가비 지원도 축소된 상태다. 윤태호 교수는 “국민 협조를 구하고,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본다면 격리의무 보상은 모두 주어지는 게 원칙”이라며 격리자 생활지원에 차등을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혁민 교수도 “아프면 자발적으로 쉰다고 한들 당장 생계 지장을 받게 되면 그건 어려울 것”이라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재유행을 넘어 지속 논의되어야할 ‘중장기적’ 대책도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작년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도 유행 상황이 나빠지니 계속 단기 계획만 치중하면서 중장기 계획 못 세웠다. 이번에도 악순환이다”면서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는 병실 구조나 인력 등 중장기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똑같은 계획을 얘기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 입국 절차도 강화한다. 현재는 입국 뒤 3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이제는 1일차에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 음성 확인 때까지 자택 대기도 권고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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