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시절 한미관계 나빠져서 통화스와프 끝났다? 성일종 의원 주장 확인해보니

인현우 2022. 7. 13.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당시 연준
"한국 등의 모기지 채권 상환 시도 우려"
2020년도 2008년과 동일한 논리로 스와프망 개설
"연준, 경제위기 판단 시 스와프 논의"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하고 미국하고는 굉장히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었는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한미 관계가 나쁘니까 이게 종료된 거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지지하는 미국 측의 논거를 살펴보면 의구심도 제기된다. 게다가 각 정부의 임기에 체결된 통화스와프는 모두 그 정부 임기 내에 끝났기 때문에 특정 정부 시점의 한미 간 관계가 통화스와프 체결 또는 만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도 거리감이 존재한다.


"모기지 채권 상환 나설라"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 공급한 연준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건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2008년은 소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이다. 당시 미국은 부동산 채권 부실화가 원인이 된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아 금융시장의 신용이 일시에 경색된 상태였고, 전 세계의 달러 부족 사태까지 불렀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추적' 보고서가 인용한 2008년 10월 29일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개도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결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의록을 보면, 연준은 한국이 달러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을 대거 상환 시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연준 이사진은 당시 "다른 나라 은행이 달러화 부족으로 인해 (미국 국책 모기지기업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발행한 채권을 상환할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대거 상환에 나서면 미국 경기 회복도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등은 이런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신흥시장(EM) 국가로 한국,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등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380억 달러어치를 두 회사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밝혔다.

당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는 300억 달러였고 한국은행은 총 163억5,000만 달러를 활용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다. 이 스와프는 금융위기가 완화됐다고 연준이 판단한 후 2010년 2월, 다른 나라들과 동시에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관계가 좋아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것도, 나빠져서 만료된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에 2008년처럼 스와프망 개설한 연준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달러 수요가 폭증해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0년 3월에도 연준은 2008년과 사실상 동일한 논리로 달러 스와프망 확대에 나섰다.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확대한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2008년과 동일했다.

당시 한은과 연준 사이 계약을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의 규모는 600억 달러였고 한국은행은 총 198억7,200만 달러를 활용해 시장에 공급했다. 이 스와프는 국제적인 코로나19 확산세 완화와 경제활동 및 교역 재개 등으로 영향이 미미해진 2021년 12월까지 유지했고, 역시 다른 나라들과 동시에 기간 만료와 함께 종료됐다. 결국 이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관계가 좋아서 체결한 것도 아니고 나빠져서 만료된 것도 아니었다.

2008년이나 2020년처럼 국제 금융위기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 되면 향후에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 현 정부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통화스와프 자체가 의제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미국 중앙은행(연준)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경제기초)이 탄탄한데도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옐런 방한에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기대도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된 원·달러 환율 마감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2원 내린 1,306.9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편 현재 한국은행과 정치권은 15∼16일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과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위 위원장인 김태년 의원도 "시급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장기적 측면에서 환율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