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뛰어넘은 재유행..'뾰족한 수' 못 내놓는 과학방역
전파력 강한 BA.5와 BA.2.75 '쌍끌이' 유행 가능성도
4차접종 확대, 차선이지만 효과성 의문..유행 억제책은 全無
오미크론 대유행이 국내를 휩쓴 지 약 넉 달 만에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3천명대로 최저점을 찍은 이래 무섭게 반등해 전날 63일 만에 4만 명을 넘겼다. 요일별 환자가 매주 2배로 급증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0만도 코앞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이 최우선으로 집어든 카드는 '4차접종 확대'다.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입소·종사자 등으로 한정했던 대상자를 50대와 18세 이상 면역저하자로 넓혔다. 감염취약시설 역시 장애인 및 노숙인 시설 관계자들을 포함시키는 한편 모든 대상자에게 접종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확산세에도 정작 정부가 내놓은 '재유행 대응방안'에는 유행규모 자체를 축소할 대책이 빠져 있다.
1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하반기 재유행은 이르면 내달 중순 '정점'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때 공식 확진자로 집계되리라 예측된 숫자만 약 20만 명이다. 늦어도 10월 중순에는 비슷한 수치가 나오리란 게 당국과 대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는 최근 당국이 대응책 마련의 근거로 삼았던 통계보다도 더 악화된 데이터다.
방대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파율을 달리 적용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기준 시나리오인 31.5%의 전파율을 가정하면 일일 확진자는 내달 말 11만 1800명에 도달한 뒤 9월 말 약 18만 5천명으로 '피크'를 찍게 된다.
전파율을 조금 더 높은 41.5%로 계산한 모델링에서는 다음달 말 16만 1천 명에 이어 9월 중순 20만 66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낮은 전파율(21.5%)이 적용된 시나리오에선 10월 중순 16만 4600여 명 정도가 최고점일 것으로 전망됐다.
즉, 9월 중 18만 5천 명에서 2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했던 당국의 기존 전망도 가장 업데이트된 상황을 반영하면 옛말이 된다는 뜻이다. 올 4월 당시 예측했던 '11월, 16만~17만명'에 비해서도 시점이 2~3개월 빨라졌다.
실제로 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4월부터 질병청과 여러 민간 분석가들이 같이 분석해 왔는데 모두 일치되는 내용은 '아마도 가을쯤 20만 정도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신 자료를 다시 대입하게 될 경우엔 내달 말 20만 또는 그 이상의 환자가 나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확산세가 예측치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반등 조짐이 나타난 이달 초까지도 재확산을 공식화하는 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까지는 '당분간 감소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한 확진자가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t)가 '유행 억제'를 뜻하는 1 미만일 때는 다소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지난달 15일 Rt 값을 0.99로 보면 4주 후 신규 확진자가 1만 1300여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40인 현재 수치에 비해 거의 '4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6차 유행의 현실화에도 당국이 파고를 낮출 방안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4차접종 확대는 중증·사망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 전략기조엔 부합하지만, 확진 이후의 건강 피해와 더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4차접종 확대는 유행을 줄이는 데는 아예 영향이 없다"며 "접종을 권고한다 한들 50대에서 소규모로 발생하는 중증·사망을 얼마나 줄여줄 것이냐가 관건인데 접종률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폭증하는 BA.5 유행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하는데 '언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지금의 정부는 과거와 같이 확산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역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걸로 보인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비용은 적게 들겠지만, 유행이 커지면 그에 비례해 중환자와 사망자가 늘 텐데 결국 들일 비용은 다 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도에서 발견돼 세계 각지로 확산 중인 BA.2.75가 유입돼 우세종화를 앞둔 BA.5와 '쌍끌이 유행'을 이끌 가능성도 거론된다. BA.2.75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에서 파생된 변이바이러스로 기존 오미크론 변이들보다 전파력과 백신 회피력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인도에서 유래해 영미권을 거쳐 작년 이맘 때쯤 국내 4차 유행을 일으킨 델타 변이와 기시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 또한 "아직 어느 정도 위험성을 지녔는지 데이터가 분명치 않지만, 델타 수준의 치명률이라면 판이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다"며 "국내에 들어오고 나서 입국 검역과 방역을 강화한다고 하면 이미 늦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생 피해가 큰 거리두기는 배제하더라도, 이전처럼 PCR(유전자 증폭) 검사 기반의 진단체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주로 활용하는 현행 체계로는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추가전파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역에)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민생에 영향이 없는 조치가 바로 PCR 확대다. 확진자를 조기 진단해 격리하면 'n차 감염' 증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며 "예전처럼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를 늘려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고위험군 환자에게 치료제를 신속히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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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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