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옐런 방한 때 '상시 통화스와프' 요구하자

"美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
무역적자 누적도 빨간불
日처럼 상시 통화스와프 절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19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 재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2016년 6월 제이컵 루 재무장관 이후 6년 만이다. 옐런 장관은 방한 기간 중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취임 후 첫 한·미 재무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다. 방한일이 다가오면서 옐런 장관의 방한 목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옐런 장관 방한 일정을 거론하며 “미국인과 세계 소비자의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더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의 방한 기간 중 “정당한 이유 없는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에 추가로 비용을 부과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일에는 추 장관과 옐런 장관이 전화 회의를 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에너지 가격 안정과 러시아 수익 감소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를 이해하며 향후 가격상한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되는 대로 이를 공유해 달라”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는 국제사회가 사전에 정한 가격 상한을 준수한 러시아산 원유 수송 선박에만 해상보험을 제공하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다. 이번 방한 기간 대북 신규 제재 논의 여부도 주목된다.

옐런 장관의 방한에 앞서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지난달 27~29일 한국을 찾았다. 미국 재무부는 이 기간 넬슨 차관이 북한의 금융기관 및 조달망, 암호화폐 세탁 등 대북 제재 및 대러시아 제재에 관해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번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도 한국은 미국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한국 기업의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안보 공급망에 중요한 한 축으로서 미국의 중요한 경제안보 동맹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 포위전략에서 일본과 더불어 한국은 동아시아의 중요한 보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바이든이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먼저 방문했듯이, 한국은 반도체 등 중요한 전략자산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한·미 동맹 선택은 무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제1의 수출시장이고 2만8400여 개 한국 기업이 867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에도 한국 기업 653개가 3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국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로 외국인투자자금이 연일 빠져나가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는 103억달러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91억6000만달러 적자를 능가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한 실정이다.

미국은 일본과는 상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동맹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맹방으로 인정하고 있는 영국 유로존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과 상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며 경제안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가 안정돼야 맹방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서 중요한 맹방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같은 상시 통화스와프를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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