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번호, 왜 고를 수 있게 했을까?: 멍거 '오판의 심리학'②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오늘은 '오판의 심리학' 두 번째 편이다. 지난 1편에서 언급했듯이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1995년 하버드대 강연에서 인간의 판단 오류와 편향을 야기하는 24가지 경향에 대해 설명한 뒤 '오판의 심리학'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멍거는 '오판의 심리학'에 살을 보태서 '가난한 찰리의 연감' 2005년 확장 개정판에서 25가지 경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 번 '오판의 심리학' 1편에서는 △보상과 처벌 경향 △선호/애정 경향 △반감/혐오 경향 △의심 회피 경향 △불일치 회피 경향 △호기심 경향 △칸트적 공정성 경향 등 7개 경향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2편에서는 시기/질투 경향, 상호성 경향, 단순 연관성 경향, 현실 부정, 과도한 자존감 경향, 과도한 낙관주의 경향, 박탈에 대한 과민반응 경향, 사회적 증거 경향 등 8개 경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상호성 경향은 무의식 수준에서도 상당할 정도로 작용하는데, 문제는 일부가 상호성 경향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오도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자동차 영업사원이 우리를 편안한 자리에서 맞아주면서 커피 한 잔을 대접한다고 치자. 그럼 이 작은 호의 때문에 우리는 60만~70만원을 더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큰 회사의 구매담당자일 경우다. 우리가 납품업체 영업사원으로부터 작은 호의를 받게 된다면 우리 돈이 아닌 회사 돈이 나가기 때문에 영업사원이 이득을 볼 확률이 훨씬 커진다. 특히 정부가 구매할 경우는 더 그렇다.
회사들도 상호성 경향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즉, 납품업체로부터 아무런 호의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튼 회장은 구매담당자들이 납품업체 영업사원으로부터 핫도그 하나도 대접받지 못할 정도로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전해진다. 멍거는 자신이 미국 국방부를 책임지게 된다면 샘 월튼의 방법을 참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 연관성 경향은 선호/애정 경향, 반감/혐오 경향과도 연관될 때가 많다. 좋아하는 대상을 볼 때는 좋게만 보이고, 싫어하는 대상은 나쁜 점만 부각되어 보인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싫어하는 경쟁자의 능력이나 도덕성을 낮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과도한 자존감 경향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와 닮은 사람들을 선호하도록 만든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심리학 실험이 있는데 바로 '잃어버린 지갑'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지갑을 습득한 사람은 지갑 주인이 자신과 비슷할수록 지갑을 돌려주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향으로 인한 오류 또는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중 하나가 복권 구매다. 복권은 복권 번호를 무작위로 받을 때보다 구매자가 직접 고를 수 있을 때 판매가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인 결과다. 복권 번호를 무작위로 받든 우리가 고르든 당첨 확률이 극히 희박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꿈에서 본 복권 번호라든지 번호를 직접 고르면 당첨 확률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한 애정을 강화하는 것 역시 소유효과의 영향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상품거래소에서 돈육 선물을 매수한 후에는 자신의 투기적인 베팅의 성공가능성을 더욱 강하게 확신할 것이다.
과도한 자존감 경향으로 인한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우리 자신과 가족, 자신의 과거와 미래 행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때 보다 객관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잘못 파악해서 불이익을 보기도 하는데, 대개 정말 중요한 것 대신 가까이 있는 것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멍거가 예로 든 건, 주식계좌 잔고금액이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사람이 지갑 안에 있던 300달러 중 100달러를 잃어버리고 상당히 거슬려 하는 경우다. 100달러는 전체 자산에서는 그야말로 미미하지만, 지갑에 있던 현금 중 3분의 1이나 되기 때문이다.
한편 멍거는 자신이 아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린 후에도 버크셔 주식을 안 파는 이유로 합리적인 계산 외에도 (1)보상 과민반응 (2)불일치 회피 경향의 현상 유지 편향 (3)과도한 자존감 경향의 소유효과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위의 모든 이유보다 더 큰 이유는 박탈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써 많은 버크셔 주주들은 단순히 미래에 큰 수익을 안겨줄 버크셔 주식이 줄어드는 걸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리학 교수들도 사회적 증거 경향을 이용한 실험을 많이 했다. 그 중 하나가 10명의 탑승자가 출입문 반대쪽을 보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사람의 반응을 보는 실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향을 돌려서 다른 10명처럼 출입문 반대쪽을 보고 섰다.
특히 어리둥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회적 증거 경향이 촉발되기 쉽다. 악덕 판매회사가 쓸모없는 늪지대를 교사들에게 판매할 때 교사들을 분리하고 스트레스를 가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분리된 환경은 바람잡이의 구매를 사회적 증거로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고 피로감에 따른 스트레스는 사회적 증거에 취약하게 만든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판의 심리학'은 심리적 맹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할 내용이 많다. 다음 번에는 '오판의 심리학' 25개 경향 중 나머지 10개 경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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