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탈시설 아닌 '자립 지원' 되어야.. 중증 발달장애인은 '돌봄'이 필요하다" [사이드이팩트]

옥지훈 2022. 7. 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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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하늘의 별따기'.. "시설 줄어들까 우려스러워"
"중증 자폐성장애를 가진 내 딸, 도시에 사는 게 오히려 갇혀 사는 것"
"탈시설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 거주 시설에 대한 시선 많이 변했다"


ⓒ 데일리안

■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과 장애인 거주 시설 설치를 바라보는 눈


지난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의원은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건립계획을 내세워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특수학교를 차질 없이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대립은 격화됐다. 강서구 주민들은 국립한방병원 건립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다. 결국 장애학생 부모들은 무릎을 꿇었고, 이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 시설 설립에 대해 주민들이 '대가성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늘 존재했다. 특수학교 설치가 지역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위해서는 '종(種) 상향'을 요구했다. 강서구 서진학교 뿐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었던 것이다.


장애인 시설은 지역사회에서 혐오 시설처럼 여기는 '님비'(NIMBY) 현상이 빈번하다.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은 ‘탈시설’을 외쳤다.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탈시설을 주장한 것이다. 장애인을 자립 지원을 하겠다는 이른바 '탈시설' 정책은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을 가두지 말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골자다. 대규모 장애인 거주 시설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주장하는 탈시설 로드맵에는 신규 시설 설치와 입소도 반대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전 프리웰 공익이사로도 활동했다.


■ "거주 시설을 인권 침해가 만연한 곳으로 폄하"


지난 6월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서울시는 지난 11일 장애인 탈시설 지원 근거 등을 담은 조례 16건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에서 자율적인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으나 시의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장애인 단체의 반발로 탈시설 대상과 목적이 원안보다 축소된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21일 장애인 부모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상복을 입고 조례안 폐기를 요구했다.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는 탈시설 조례안을 두고 "거주시설 70%에 해당하는 무연고 발달 장애인을 퇴소시켜 시설을 없애려 한다"며 "소수 장애인들만 남게 되면 사회복지법인이 운영을 포기하게 되고 자연적으로 시설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거주시설은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 발달 장애인들을 위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라며 "이런 곳(거주시설)을 인권 침해가 만연한 곳으로 폄하하며 폐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24시간 돌봄체계도 없는 자립 시설에서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이 지내는 것에 대해 장애인 특성과 다양성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이날 2016년부터 탈시설 정책 시범사업소인 프리웰 산하 '향유의집' 거주시설에서 근무했었다는 시설 물리치료사 박대성씨는 "(전장연이) 탈시설을 두고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 누구든지 나가서 살아야 된다고 주장한다"며 "향유의집의 거주하는 60명의 발달 장애인 중 80%가 무연고 발달 장애인"이라고 지적했다.


탈시설 조례안에 따르면, 장애인 선택권 보장 아래 시설에 나가길 원할 경우 자립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와상 환자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표현이 힘든 상황이다.


박씨는 이어 “무연고 발달 장애인은 의사표현이 힘든데, 탈시설이 계속되면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어떤 시설 종사자들은 강제 퇴소를 막기 위해 물을 떠놓고 기도까지 한다”고 전했다.


■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하늘의 별따기'... ‘자립’도 필요하지만 ‘돌봄’도 유지되어야


정부 각 부처에서 분산 운영하고 있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e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거주시설 입소 적격자 중 미입소 현황은 894명이다. 입소 적격 판정에도 시설 개수는 한정되어 있는데다, 입소 대기자가 공석이 있는 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지난 6월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 사진제공=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장애인거주시설이용부모회는 지난 6월 27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탈시설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 면담을 했으나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오 시장은 복지과에 '시설 신규입소 허가와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지난 7일 서울시청 복지과 관계자들과 장애인 자녀를 거주 시설에 맡긴 부모들이 면담을 가졌다.


간담회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장애인 부모들은 시설 신규 입소 허가와 설치에 대해서 서울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 복지과 관계자는 "시설 신규 설치나 입소에 대해서 반대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법 59조항(장애인복지시설 설치)에 의거,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은 30명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특수한 서비스를 위하여 30명 이상을 초과한 시설을 설립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 시설 인원 공석이 발생한 곳에 입소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2022년 장애인거주시설 평가지침에 있는 시설 소규모화 실적에 관한 내용이다. ⓒ 사회복지시설평가 사회서비스원

그러나, 2022년도 사회복지시설 평가 지침에는 프로그램 및 서비스 평가실적에서 ‘시설의 소규모화’와 ‘이용자의 자립 지원을 잘 이뤘는지’가 평가 지표로 나와 있다. 특히, 시설 소규모화 실적 산정식을 보면 이용종료인원에서 신규이용인원을 뺀 다음 이용자 현원으로 나누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를 나타낸다. 30명 이상 대규모 시설 입장에서는 신규 이용인원을 늘릴 경우, 실적 상대평가에서 불리하다.


이들은 "시설 입소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데, 시설 소규모화 정책으로 기존에 있는 시설 입소 자체가 힘들다"며 "시설이 더 증설된다는 것도 미지수인데 탈시설 조례 통과로 인해 시설이 점점 폐쇄될 것이라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거주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시설에서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의사는 무관하게 탈시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증 발달 장애인 의사와 상관 없이 입소 인원을 줄이려고 하면 필요로 하는 입소 대기자와 무관하게 시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 A씨는 “우리가 죽고 나면 아이들이 시설에라도 있어야 하는데, 무분별한 탈시설을 할지 어떻게 아냐”며 “처음부터 탈시설 조례를 반대했는데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자리조차 없었다”고 울먹였다.


■ "무연고 발달 장애인 보호 체계 부족... 성년후견인제도는 적체로 시간 많이 소요되고 절차 까다로워"


“탈시설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 거주 시설에 대한 시선 30년 전과 달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은 타 지자체 정책 방향으로 가는 교두보로 여겨진다. 지난 15일 경기도 연천군 사회복지법인 ‘즈믄해’에서 김원녀 원장을 만났다. 김원장은 “서울에서 진행하는 탈시설 로드맵으로 인해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전혀 준비가 안됐는데 보호자들은 자녀가 시설에 나와야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녀 사회복지법인 즈믄해 원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데일리안

그는 “탈시설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근 30년 간 거주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현재 시설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현재와 달리 과거 거주 시설에서 근무했을 때를 떠올린 김 원장은 “예전에는 시설 방문객들을 맞이하느라 업무가 많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시설 방문객들은 시설 운영자들에게 ‘좋은 일을 한다’며 격려와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시설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김 원장은 중증 발달장애인 양육 포기로 인한 무연고 발달 장애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운을 뗀 그는 “시설에는 상당수 무연고 발달장애인이 있다”며 “발달 장애인 중 보호자가 있는 연고자와 무연고자는 상대적으로 보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은 의사 표현이 힘들뿐더러, 성년후견인제도를 통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과정도 절차가 까다롭다. 성년후견인제도란 정신적 제약으로 장애, 노령 기타 선천적인 사유 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져 사회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있을 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여 그의 법률 행위를 지원하는 제도다.


■ “중증자폐성장애를 가진 내 딸, 도시에서 사는 게 오히려 갇혀 사는 거예요”


이날 시설에서 만난 손 씨는 홀로 중증자폐성장애를 가진 자녀 홍지우(28)씨를 보호하고 있다. 그는 거주 시설 입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설에서는 손씨가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처지를 고려하여 입소시켜 줬다. 손씨는 “거주시설에 딸을 보내 놓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얼마 후 시설에서 딸을 데리고 나와 주간보호센터에 맡기고 저녁 퇴근이 자유로운 직장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후 손씨는 거주 시설을 나와서 자녀와 같이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공동주택으로 둘러 싸여 있는 곳은 지우씨가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손씨는 “좁은 곳에 다시 갇히니 아이가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근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시설에서 장애인을 학대한다는 신고를 해 몇 차례 경찰이 출동했다”며 “다른 주간보호센터로 옮겨 보려 했으나 딸아이가 소문이 나서 더 이상 맡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결국 원래 입소했던 거주시설에 하소연하여 다시 입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립지원주택을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중증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는 지우씨가 거주시설이 아닌 자립 지원을 받게 되면, 도시에 있는 공동주택으로 가야 한다. 손씨는 “제 딸에게 도시의 공동주택이 오히려 갇혀있는 것이다. 도시의 20평 미만 좁은 공동주택에 몇 명씩 집어넣어서 자립시킨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 딸은 지금 넓은 시설에서 그나마 최대한의 자유와 짜여진 생활기술 향상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시설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지우씨 사진을 가르켰다.


탁 트인 전경. 취재진은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지우씨를 만났다. 낯선 취재진에게 손씨가 “인사해야지”라고 말하자 지우씨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머니의 말 없이는 언어소통이 힘들었다. 외출 준비에 한창이었다. 손씨는 매달 정기적으로 2박 3일 정도 같이 딸과 시간을 보낸다. 지우씨는 이를 눈치 챘는지 계속해서 뛰어다니기를 반복했다.


손씨는 “대소변 처리도 못하는 아이를 자립 지원 시킨다고 지금 시설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면, 지금 여기서 누리는 것을 아무것도 제공해줄 자신이 없다"며 "그렇게 된다면 저는 모든 사회 활동을 접고 홀로 딸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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