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자소서' 컨설팅 한 번뿐?..'법적 대응'한다는데

최경재 입력 2022. 7. 19. 14:43 수정 2022. 7.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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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7일 박순애 교육부장관의 또다른 논문 표절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 논문은 한국행정학회 심사에서 표절로 드러나 2년간 '투고 금지' 조치까지 받았습니다. 학자로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겁니다.

방송 이후 교육부는 "당사자 명예를 심각히 훼손할 수 있는 이번 보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왜곡된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보도 후 파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박 장관의 아들 '생기부 컨설팅' 의혹이 불거지자 야당은 "자진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장관의 의혹들, 어떤 점이 풀려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 '자기소개서' 컨설팅 한 번뿐이었다는데…

<스트레이트>는 박 장관 쌍둥이 아들들이 대입을 앞두고 고액의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컨설팅받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 학원은 허위로 스펙을 만들어주다 수사를 받았고 대표가 구속까지 됐던 곳입니다. 당시 박순애 장관을 만났다는 학원 직원의 말입니다.

[당시 대입 컨설팅 학원 직원] "생활기록부만 컨설팅하면 60만 원 정도였고, 종합적으로 관리 받기 위해서는 6개월에 300만 원. 그 학생들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비용이 두 배로 들었겠죠. 학생을 데리러 오면서 현금영수증을 직접 발급받을 겸 같이 오신 것 같았어요.

저희는 이 학원에서 장남이 받았다는 '생활기록부' 첨삭 기록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보도 전 이에 대한 확인을 묻는 질의서에 교육부는 "장남은 정시로 합격했고, 차남이 고3 때 회당 20만 원대의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1번 받았고, 해당 학원에 대한 고발 수사 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장남의 '생활기록부' 첨삭 컨설팅 의혹을 보도했는데, 교육부는 차남만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한 번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한 겁니다.

그런데 이 해명 자체가 문제입니다.

원래 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은 담임교사나 과목 담당 교사가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도 본인이 직접 써야 합니다. 학생이 요구하거나 외부 컨설팅을 받아온 내용으로 정정해 주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교육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조사를 해보겠다거나 사과는커녕 '법적 대응'부터 들고 나온 겁니다.

보도 이후 아들들이 다녔던 학교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학생부 내용이 유출됐는지를 파악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 교육청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고 하고요.

장남이 컨설팅을 해달라고 학원에 들고온 '자료'가 실제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던 것인지, 또 컨설팅 학원에서 첨삭 받은 내용이 실제 생활기록부나 자기 소개서에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이들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알 수 있겠죠.

더불어민주당 박순애 교육부 장관 검증 TF도 박 장관의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의혹이 제기된 두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는데요.

교육법과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생활기록부 정정은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이 또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컨설팅을 통한 생활기록부 정정은 불법'이라고 밝혔습니다.

■ '논문 표절', '투고 금지' 드러났는데도…

이번엔 논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 후보자 시절 내내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6일, MBC <뉴스데스크>도 논문 표절 의혹과 '투고 금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증언을 보도했는데요. 이때 박순애 후보자측은 "논문 표절이 아니고, '투고 금지' 처분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스트레이트>를 통해 또 다른 논문 표절이 드러났습니다. 이 논문 때문에 한국행정학회에서 실제 '투고 금지' 처분까지 받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겁니다.

교육부는 또 해명했습니다.

당초 '투고 금지' 처분을 받은 적 없다고 했던 건 <뉴스데스크>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그 논문 때문에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였고, 그래서 거짓 해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논문 중복 게재 사실은 본인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즉, 1999년 미국교통학회에 논문을 냈다는 걸 모른 채 같은 해 한국행정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다는 겁니다.

이 두 논문의 표절률은 75%였습니다. 상당부분 비슷하지만 완벽히 같진 않다는 얘기죠. 그럼 이렇게 되묻게 됩니다.

만약 중복 게재를 몰랐다면 굳이 단어 몇 개만 바꿀 필요가 있었냐고요.

미국교통학회에 등재된 논문과 한국행정학회에 등재한 2개 논문을 비교해보면 시쳇말로 '복(사해서)붙(여넣기)' 수준입니다.

논문을 요약한 초록은 '500'을 'five hundred'로 바꾼 것 외에 모든 문장이 똑같습니다. 본문도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이 수두룩하고, 단어 몇 개만 바꾼 문장들도 많습니다. 'since'나 'because'를 같은 뜻인 'as'로 바꾸는 식입니다.

자신이 작성한 논문이 미국교통학회에 등재된 사실은 몰랐다면 왜 한국행정학회에 낼 때는 제목과 단어를 바꿔서 낸 걸까요?

의문은 또 있습니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박 장관 스스로 이 논문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한 시점은 지난 2011년입니다.

논문이 등재된 1999년보다 무려 12년이 지난 뒤입니다. 그 사이 박 장관은 2000년 서울시정연구원 2001년 숭실대학교 2004년 서울대학교에 채용된 상태였죠. 박 장관의 주장대로 '학자적 양심에 따른 철회 요구'였다면 '12년 만에' 미국 논문이 저널에 게재된 사실을 인지한 경위와 자진 신고한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박 장관의 논문을 심사한 학회원들 역시 같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한국행정학회 조사위원] "이 정도 급 논문이면 취업을 한다든지 승진을 한다든지 하면 활용을 하겠죠. 이미 10년 전에다 활용해버렸기 때문에 필요가 없어지니까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버리나?'"

참고로 저자가 피와 땀을 녹여 등재한 논문에 대해 스스로 '문제가 있으니 심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건 아주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양심에 따라 자진 심사 요구까지 해놓고, '투고 금지' 처분을 받았던 게 드러나자 "미국 체류 중이라 투고 금지 처분을 몰랐다"고 해명한 점도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 "서울시 산하 연구원 입사시 연구실적으로 활용했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동 연구원은 당시 박사채용 과정에서 논문실적이 평가항목에 없었으며, 이에 채용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여 주었습니다. 당시 채용은 폐기물 관련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발표 및 면접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문제의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활용한 적이 없다며 교육부가 전해온 답변서 중 일부입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 장관이 2000년 서울시정연구원 입시 당시 제출한 이력서엔 '학력'을 비롯해 '연구논문'과 '학회발표' 목록이 적혀 있습니다. '연구논문' 아래 문제의 논문 제목을 적어 넣었던 거구요. 상식적으로 이력서는 '나를 뽑아달라'고 제출하는 겁니다. 해명대로라면, 평가 항목에도 없는 논문실적은 그럼 왜 적어낸 걸까요? 무엇보다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논문이 표절이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4명이죠. 이들 중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된 사람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입니다. '논문표절' '만취운전' '조교갑질' '가족특혜' 의혹도 셀 수 없었는데 여기에 <스트레이트> 보도로 '거짓해명' '자녀 입시 컨설팅'이 추가됐네요.

교육부장관은 60만 교원의 대표이자 '교육'이란 백년대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장관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박 장관은 <스트레이트> 질의서에 상당 부분 "국회에서 설명드리겠음"이라고 답변했는데요.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 제출과 서면 질의에는 아직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장관 본인이 밝히지 않아 풀리지 않는 의혹들, 이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아시는 내용 있으시면 <스트레이트>로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경재 기자 (econom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society/article/6389732_35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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